은행과 빅테크가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메기'를 키웠더니 강을 휘젓고 다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다. 빅테크는 고속 성장했고 기존 은행들은 벌벌 떨고 있다. 새로운 금융환경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와 기존 은행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뷰어스는 이 싸움의 전말을 살펴보고, 전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에도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미 온라인-모바일 뱅킹이 일상이 됐다. 이런 흐름에 코로나19가 가세했다. 소비자들의 금융 생활도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빅테크들이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 반면 오프라인 대면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보조수단으로 여기던 전통 금융사들은 서툴렀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차이는 벌어졌고 서로 간의 견제가 이어지며 갈등 국면도 고조됐다. 시중 은행들은 빅테크에게 과도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며 목소리 높였다. 빅테크는 금융권이 소비자 편익을 등한시한다며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종속과 지배가 달라지게 된다. ■ ‘대환대출’ 플랫폼 충돌...1800조 가계대출 움직인다 최근 ‘대환대출’ 플랫폼을 놓고 은행과 빅테크가 충돌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24일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예고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든 가계대출’을 쉽게 갈아타도록 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사업계획이 발표되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빅테크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이 이어지자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는 계속 검토해야 할 이슈”라며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가계대출 규모가 약 1800조원에 달하는 만큼 바람을 타는 순간 승부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은행과 빅테크가 고객을 뺏고 지키기 위해 ‘무한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의 주도권이 빅테크에 있다는 점을 들어 참여를 꺼리고 있다.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며 자칫 상품 조달 기능만 제공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반면 빅테크 업체들은 소비자 편익 등을 강조하며 기존 금융권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 인증서·디지털 전환 등 경쟁 치열 앞서 은행과 빅테크는 공인인증서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 바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증서 시장을 확대하자고 주장했지만 5대 금융지주는 전자인증서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등 견제의 수위를 높였다. 또 금융권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서 빅테크와 정면 승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한 목소리로 외친 화두 역시 ‘디지털 혁신을 통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금융환경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지털 금융사’로의 도약은 미래경쟁력의 핵심이자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다. 하반기 경영전략 및 조직개편 방향도 온통 ‘디지털’에 초점 맞춰 있으며 금융권 내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오프라인 조직 정비 및 IT 전문가 영입 경쟁 기조도 지속되고 있다. ■ 빅테크 편들기냐 은행의 발목잡기냐 지난 몇 년간 혁신을 강조하며 추진해 온 다양한 정책이 ‘빅테크 편들어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제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규제를 ‘동일사업 동일적용’ 원칙에 맞게 해야한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단의 충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더 큰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동일한 사업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이른바 ‘특혜 시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도도한 기술의 진보, 소비자의 눈높이 고도화 등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진보가 더딘 '공룡' 은행이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얘기다.

[은행vs빅테크] ① 1800조 가계대출, 쉽게 갈아탈 수 있다면

‘대환대출’ 플랫폼 놓고 갈등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 화두

최동수 기자 승인 2021.09.19 08:00 의견 0
은행과 빅테크가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메기'를 키웠더니 강을 휘젓고 다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다. 빅테크는 고속 성장했고 기존 은행들은 벌벌 떨고 있다. 새로운 금융환경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와 기존 은행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뷰어스는 이 싸움의 전말을 살펴보고, 전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에도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미 온라인-모바일 뱅킹이 일상이 됐다. 이런 흐름에 코로나19가 가세했다. 소비자들의 금융 생활도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빅테크들이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

반면 오프라인 대면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보조수단으로 여기던 전통 금융사들은 서툴렀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차이는 벌어졌고 서로 간의 견제가 이어지며 갈등 국면도 고조됐다.

시중 은행들은 빅테크에게 과도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며 목소리 높였다. 빅테크는 금융권이 소비자 편익을 등한시한다며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종속과 지배가 달라지게 된다.

■ ‘대환대출’ 플랫폼 충돌...1800조 가계대출 움직인다

최근 ‘대환대출’ 플랫폼을 놓고 은행과 빅테크가 충돌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24일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예고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든 가계대출’을 쉽게 갈아타도록 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사업계획이 발표되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빅테크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이 이어지자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는 계속 검토해야 할 이슈”라며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가계대출 규모가 약 1800조원에 달하는 만큼 바람을 타는 순간 승부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은행과 빅테크가 고객을 뺏고 지키기 위해 ‘무한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의 주도권이 빅테크에 있다는 점을 들어 참여를 꺼리고 있다.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며 자칫 상품 조달 기능만 제공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반면 빅테크 업체들은 소비자 편익 등을 강조하며 기존 금융권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 인증서·디지털 전환 등 경쟁 치열

앞서 은행과 빅테크는 공인인증서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 바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증서 시장을 확대하자고 주장했지만 5대 금융지주는 전자인증서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등 견제의 수위를 높였다.

또 금융권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서 빅테크와 정면 승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한 목소리로 외친 화두 역시 ‘디지털 혁신을 통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금융환경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지털 금융사’로의 도약은 미래경쟁력의 핵심이자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다.

하반기 경영전략 및 조직개편 방향도 온통 ‘디지털’에 초점 맞춰 있으며 금융권 내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오프라인 조직 정비 및 IT 전문가 영입 경쟁 기조도 지속되고 있다.

■ 빅테크 편들기냐 은행의 발목잡기냐

지난 몇 년간 혁신을 강조하며 추진해 온 다양한 정책이 ‘빅테크 편들어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제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규제를 ‘동일사업 동일적용’ 원칙에 맞게 해야한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단의 충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더 큰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동일한 사업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이른바 ‘특혜 시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도도한 기술의 진보, 소비자의 눈높이 고도화 등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진보가 더딘 '공룡' 은행이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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