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는 부동산 활황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리스크로 해외건설 수주는 온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2의 중동 신화를 찾아 동남아시아와 북남미 지역에 해외 거점 발굴에 매진하고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브랜드 리뉴얼 등 과감한 승부수가 돋보였던 한해였다. 뷰어스는 올해 건설업계 리딩 컴퍼니로 대표할 수 있는 10대 건설사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건설업계의 내년도 최우선 목표까지 짐작이 가능한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옥 전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실적 부진과 안전 문제에 발목을 잡히며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한해 마무리를 대대적인 쇄신에 초점을 맞추며 정면 돌파하고 있다. HDC현산이 발빠른 안전경영 체계 수립과 디벨로퍼 사업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 돌파구를 마련하며 내년 비상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HDC현산은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건설현장 내 사망재해가 없었으나 올해는 대형 참사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월 HDC현산이 시공을 맡은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작업 중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과 HDC현산 대표이사 사장이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남고속철도 공사는 개통 전부터 허용 기준 이상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하자보수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실적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건설 호황 속에서 부진인 탓에 더욱 뼈가 아팠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0% 가량이 줄었다. 매출은 5894억원으로 1년새 5.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급감에 실적 악화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HDC현산의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2896억으로 이 또한 전년 동기 대비 30.6% 감소했다. 누적 매출 면에서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2조3664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줄었다. 11월 기준 분양실적이 7500세대에 그치는 등 예정된 물량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협력사의 수동적인 안전관리 문제점을 보완하고 재해 취약 공종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골조 공사에 안전 전담자(SSE)를 선임해 운영한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 지난해 사망사고 0건, 명성 되찾기 위해 안전경영 체계 재수립
HDC현산은 악재 속에서 신발끈을 동여맸다. 먼저 안전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사고 직후 안전관리대책으로 안전전담자(SSE)제도를 현장에 전면 적용하기로 했다.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자 사고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골조 공사 우선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골조공사 협력사는 모든 건설현장에서 안전실무경력이 있는 SSE를 채용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의 유해·위험요인 발굴과 안전교육, 시스템 구축 등 공사 전반을 본사 안전 조직과 함께 수행해야 한다. HDC현산은 이와 관련한 일체 비용을 자사가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HDC현산은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하면서 근로자 중심 안전문화 정착에도 나섰다. 위험관리체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협력사의 자율적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위한 지원과 관리 감독자, 근로자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체계를 강화한다. 또 시행 중인 HDC SMART 안전 기술을 지속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 현장 내 모든 근로자, 관리 감독자는 안전모에 부착된 QR코드를 활용하여 위험신고센터에 접속하여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유병규 신임 대표이사(오른쪽)와 하원기 신임 대표이사(사진=HDC)
■ 실적 부진에도 수주 잔고 확보에 희망, 디벨로퍼 도약으로 개선 노림수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수주 잔고 확보로 개선 희망이 보인다. 올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미성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마지막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마무리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올해 확보한 수주액은 1조5000억원이다.
3분기까지의 누적수주액은 5조5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5% 급증했다.
수주 잔고 확보로 기초 체력을 다진 HDC현산은 실적 개선을 위한 승부수로 디벨로퍼 도약을 띄웠다. 올해 어려운 여건 속에도 디벨로퍼 도약 전략에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라 의료복합타운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을 따내는 등 대형 복합프로젝트를 통해 부동산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름값에서 밀렸던 두 사업지에서 모두 승전보를 울리면서 기세를 높였다. 청라 의료복합타운은 2조4000억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대형건설사들의 각축장이 벌어졌다.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산병원 컨소시엄(HDC현산·우미건설) ▲메리츠화재 컨소시엄(현대건설·롯데건설·금호건설) ▲인하대병원 컨소시엄(GS건설·포스코건설·태영건설)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 (한화건설·호반건설·DL건설·중흥토건)▲한성재단 컨소시엄(삼성물산·DL이앤씨) 등이다.
서울 스마트 마이스 파크 컨소시엄이 제안한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 조감도(자료=HDC현대산업개발)
아산병원의 업계 네임벨류가 높으나 쟁쟁한 건설사와 각축전에서 HDC현산이 선전을 한 부분은 고무적이다. 여기에 2조1600억원 규모의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에도 한화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해 '드림팀'이라 불린 무역협회 컨소시엄(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과 경쟁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디벨로퍼 사업 기세를 이어갔다.
연말을 맞아 권순호 대표이사 사장의 퇴진 등 사단장급 인사 교체에도 디벨로퍼 도약 의지가 엿보인다.
HDC현산은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하면서 유병규 HDC대표이사 사장과 하원기 전무를 신임 HDC현산 각자대표이사사장으로 임명했다.
하 신임 대표는 HDC현산 건설본부장으로 주택·건축·토목 사업 전문가다. 유 신임 대표는 HDC그룹에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HDC현산이 올해 대규모 복합개발사업부문에 무게를 두면서 수주 확대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유 신임 대표가 맞춤형 사업전략을 수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신임 대표는 인사 발령 이후 “건설산업에서 근원적이고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극대화해 디벨로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