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는 부동산 활황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리스크로 해외건설 수주는 온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2의 중동 신화를 찾아 동남아시아와 북남미 지역에 해외 거점 발굴에 매진하고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브랜드 리뉴얼 등 과감한 승부수가 돋보였던 한해였다. 뷰어스는 올해 건설업계 리딩 컴퍼니로 대표할 수 있는 10대 건설사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건설업계의 내년도 최우선 목표까지 짐작이 가능한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환경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친환경 에너지사업 확대를 위해 ▲해상풍력 ▲연료전지 ▲수소·재생에너지 융복합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폭을 넓혔다.

■ ESG경영 쾌속, 사명 바꾸고 조직 신설하고

SK에코플랜트는 먼저 사명을 바꾸기 전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신설 및 친환경 관련사업 등을 목적사업에 추가해다.

추가된 친환경 목적사업만 17개다. SK에코플랜트가 추가한 친환경 사업은 ▲하수처리시설 설계·시공업 ▲폐기물 수거·분류·소각 및 매립사업 ▲탄소의 포집·저장 및 이용사업 ▲자원의 재활용 및 회수된 자원의 매매업 등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의 본격화를 알렸다.

이사회의 투명한 직무 수행을 위해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ESG관련 의사결정을 내리고 경영전략도 짠다. 이사회의 투명한 직무 수행을 위한 장치로 ‘지배구조헌장’을 정관에 명문화해 ESG 중 하나인 G(지배구조)도 혁신해 나갈 방침이다. 지배구조헌장에는 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과 경영 선진화를 위한 이사회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았다.

지난 5월 사명 변경과 함께 공개한 SK에코플랜트 CI (사진=SK에코플랜트)

5월에는 사명을 바꾸는 결정을 단행했다.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포부와 함께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ESG경영선도를 통해 아시아 대표환경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출사표를 썼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은 물론 관련 기업의 M&A 추진에 나섰다.

이와 함께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오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했다.

지난 9월에는 박경일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한 환경기업으로 성장과 IPO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안전경영성과도 돋보였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중대 무사고 500일 달성을 기념했다. 안전관리 해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을 제시한 결과다.

또 통합 안전관리 관제센터를 신설해 국내외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 데이터를 실시간 종합 모니터링하면서 안전사고 위험에 대비했다. CCTV와 웨어러블 캠을 통해서도 안전사고 위험성을 즉시 확인 및 조치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안전 경영 부문에서 중소형 건설사와 상생도 돋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자사가 개발한 휴대폰 앱 ‘안심(안전에 진심)’을 무료로 배포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소각시설 전경(사진=SK에코플랜트)

■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풍성하게…인수합병 및 협업 확대

이에 따라 올해에만 폐기물 소각기업 총 6곳을 인수했다. 지난 6월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폐기물 소각기업인 대원그린에너지와 새한환경, 의료폐기물 소각기업인 디디에스 등 3개 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산업폐기물에 이어 의료폐기물 소각장까지 확보하면서 환경사업 포트폴리오도 풍성해졌다.

이어 그 다음달에는 의료폐기물처릭기업인 도시환경과 이메디원, 사업장폐기물소각기업 그린환경기술 등 3개 기업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각 기업의 주식 전량을 인수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확대했다. 먼저 세계적인 연료전지 제작사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협업 관계를 더욱 공고히했다. 지난 10월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에 약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국내외 연료전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향후 수소경제를 리딩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SK에코플랜트가 블룸에너지에 투자한 자금은 차세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및 수전해설비(SOEC)의 기술 개발과 생산공장 신설 등에 쓰일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4.2MW 규모의 북평레포츠센터 연료전지 발전소 EPC(설계·조달·시공) 공사를 수주하는 등 SOFC 관련 발전 사업 국내 수주 성과를 내기도 했다.

SK어드밴스드 울산 PDH 공장 내 설치된 100kW 순수 수소 SOFC(사진=SK에코플랜트)

태양광발전사업에서는 에너지 IT 플랫폼 기업 솔라커넥트와 손을 잡았다.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글로벌 캠페인에 맞춘 움직임이다. SK에코플랜트는 솔라커넥트와 협업을 통해 태양광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지원에도 나선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발전 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마련에도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약 4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을 제작하는 삼강엠앤티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경영권 확보를 통해 해상풍력 발전의 핵심인 하부구조물 제작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요 대비에 나섰다.

또 올해는 포스코와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 업무를 맺으면서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의 기술독립과 경쟁력있는 공급망 개설에도 나선다.

금광동1단지 가로주택 정비사업 조감도(자료=SK에코플랜트)

■ 실적 괜찮았는데…주택사업 약점 개선 나서

SK에코플랜트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415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동기(2195억원)대비 10%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매출은 5조128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6% 감소했다.

다수의 M&A 작업을 진행하면서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39.9%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에 비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한단계 높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부채비율이 3분기 기준 120.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SK에코플랜트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한 계단 아래에 있는 한화건설의 부채비율도 281.6%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속적인 환경사업 확대 투자를 위해 반도체와 연료 전지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플랜트 사업 부문을 떼어내기도 했다. 물적분할로 SK에코엔지니어링을 설립하면서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실탄을 확보했다.

또 플랜트 부문 매각과 함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택사업 비중을 더 확대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만큼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올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지는 ▲의정부 장암 5구역 재개발 사업 ▲성남 금광동 1·2단지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전부다. 전체 액수로 따져도 4263억원에 그쳤다. 올해 10대건설사 중 도시정비사업에서 1조원 이상의 수주액을 올리지 못한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 뿐이다.

특히 올해 정비업계에 불어닥친 리모델링 열풍에 탑승하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처음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도전하면서 주택사업 확대의 발을 뗀 것은 고무적이다. 성남 금광동1·2단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3140억원 규모의 수주액을 확보한 것이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신규 주택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신규 주택브랜드를 내년에 론칭할 예정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로 출범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