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1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해 연구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의 인사 시즌이 다가왔다. 올해 인사의 키워드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또 인사 이동의 폭도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경기침체 영향 ‘변화’보다 ‘안정·실적’ 추구 전망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정기 인사여서 주목된다. 삼성은 사장단 임원 인사를 통상적으로 12월 초에 진행한다. 지난해 말에는 반도체와 세트 부문을 통합해 투톱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한 틀에서 1년만에 큰 변화를 꾀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물러난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를 채우는 정도에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한종희 DX(기기경험)부문장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었다.
이 회장이 취임 후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조직 변화는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임원 인사가 그룹사들 중 가장 늦다. 현대차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가신 그룹들이 물러나고 정의선 회장 직할체제로 세대 교체를 할 전망이다.
그룹 차원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대응을 위한 조직이나 인사 개편이 있을지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3일 ‘2022 CEO 회의’ 폐막식에서 그룹 사장단을 모아놓고 손자병법에 나오는 ‘다른 길을 찾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의미의?‘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SK그룹)
SK그룹도 큰 변화 없이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최태원 회장이 “변화를 통한 기회”를 강조한 만큼 이와 관련한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지난해 SK그룹은 SKC 외 모든 대표이사를 유임시켰다. 지난해 SK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7개 위원장도 교체하지 않았다.
차세대 젊은 인재를 발탁할 가능성은 있다. SK그룹은 BBC부문(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 신사업에서 젊은 인재를 뽑아 임원으로 세울 가능성도 나온다.
LG그룹은 지난달부터 구광모 회장이 각 계열사별로 사업보고회를 받고 있다. 사업보고회를 마치는 이달 말쯤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보고회를 바탕으로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후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주완 LG전자 CEO 등을 새로 세웠다.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는 유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9월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서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LG)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미래 대비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에는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은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모두 마쳤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한화가 한화건설을 합병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그룹 사업 구조를 재편해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육·해·공 방산 분야와 에너지 기업에 힘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사들의 경영진들이 지난해 많이 교체됐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위험 관리가 중요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 큰 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일반직원→임원’ 승진 여전히 높아…“올해 임원 승진 적어 경쟁 치열”
올해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임원 인사는 많지 않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상장사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올해 0.83%로 지난해 0.7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1%에 못 미치는 못했다.
100대 기업 최근 3년간 직원과 임원 현황 자료 (자료=유니코써치)
올해 상반기 기준 임원 1명 대비 직원수는 120.9명으로 지난해(임원 1명 대비 직원수 131.7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1명 대비 직원수가 적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임원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4대 그룹을 보면 ▲삼성전자(지난해 106.2명→올해 107명) ▲LG전자(128.8명→120명) ▲현대차(147.8명→149.4명) ▲SK하이닉스(189.1명→160.2명)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이들 기업 중 임원 비율이 가장 높다는 말이다. LG와 SK하이닉스는 임원 비율이 작년보다 상승했다.
100대 상장사 중 미등기임원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였다.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은 1102명이었다. 사내이사 5명을 더하면 사외이사를 제외한 전체 임원은 1107명이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사와 달리 올해 연말과 내년 초 대기업 임원 승진 인사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임원 승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특히 2025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로 인해 환경과 안전, 지속가능경영 관련 분야 인재들을 임원으로 적극 영입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