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에서 유동성 자금 위기가 대두되고 있으나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는 역대급 실적이 쏟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리스크 탈출구로 꼽고 있는 셈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2022 국토교통부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전부 도시정비사업에서 1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렸다.

현대건설은 올해 건설사 중 최초로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 9조 클럽에 입성했다.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는 9조2000억원으로 연말까지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여전하다. 여기에 대우건설(4조6289억원)과 DL이앤씨(4조2317억원), 롯데건설(4조2620억원)도 모두 도시정비사업 수주 4조원을 넘어서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포스코건설도 지난해 첫 정비사업 신규 누적수주 4조213억원을 기록하며 신기록을 썼다가 올해 4조3284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이를 경신했다. 전통의 정비사업 강자인 GS건설(4조6822억원)도 4조 클럽에 입성했다.

대형건설사도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시장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주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와 연관 짓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각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 중 도급사업보다 도시정비사업이 부동산 경기 악화 상황에서 더 안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정비사업은 통상적으로 조합원 물량이 기본적으로 확보된다. 부동산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는 일반 분양 물량이 많을 수록 사업성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조합원 물량이 더 많은 정비사업지가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낫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 시절에도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의 안정적인 먹거리였다"며 "지금도 아직은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각 사업마다 착공 시기가 다 다르고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재개발이냐 등 사업 종류도 차이가 나는 만큼 시기를 잘 조율하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리스크 관리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을 것으로 점쳐진 2조 사업비 대형 사업지인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지는 입찰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보다 사업지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도시정비사업을 갑자기 늘린 건설사들은 인력난이 더 걱정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