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빈곤은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세계의 극빈국가들은 내전으로 황폐화된 땅과 경제 피해, 기근으로 인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환경 변화마저도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해서 빈곤을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한국은 69년전 6.25가 마지막 전쟁이고 지난해 기준 국내 총생산 약 1조 7200억 달러, 국민총소득 1조 7524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한 국가지만 여전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곤층은 적지 않다. 인류를 위협해 온 빈곤이란 굶주림은 어떤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왜 끝나지 않는 것인지, 새로이 생겨나는 위협 요인과 수반되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국내는 아동 빈곤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에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허다하다. 삶의 기초가 되어야 할 의식주를 누리는 것도 이들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안정적인 ‘집’에서 ‘끼니’를 챙겨먹고, 그럴듯한 ‘옷’을 입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빈곤 아동들을 돕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통계조차 아직 허술한 상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들을 보고 입버릇처럼 ‘밥’을 강조한다. 신체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아동기에는 영양 섭취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단 밥의 문제를 떠나서 국내외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아동기의 물질적인 안녕은 이후 삶의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영양섭취, 교육 투자, 주거 환경, 부모의 양육 태도 등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심리사회적, 정서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아동빈곤정책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노인빈곤이나 청년빈곤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정부가 사회보장을 확대할 때 중점을 둬야 하는 인구 집단으로 가장 먼저 노인을 꼽았다. 이어 차례로 청년, 중·장년, 영유아·아동, 청소년 순이다.  이동빈곤정책의 범위와 영역 설정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아동빈곤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부모 혹은 보호자의 저소득이 주를 이룬다. 결국은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자’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아동빈곤정책을 내세웠다. 이 정책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수치를 통한 빈곤아동의 현황 파악이다. 지금까지 2008년과 2013년, 2018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아동종합 실태 조사가 진행됐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 국내 아동빈곤율의 허술함, 조사 대상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이래로 우리나라의 아동 빈곤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체 아동 중 중위소득 50% 미만의 빈곤 아동 비율은 2006년 10.1%에서 2016년 6.7%로 크게 하락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아동빈곤율은 7.1%로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랜드, 슬로베니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은 아동빈곤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빈곤아동도 있었다. 2012년 국내는 아동의 빈곤예방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법에 따르면 아동빈곤의 기준은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보호받고 있는 아동, 수급자 아동, 한부모가족 및 다문화아동 등의 가구 유형에 속한 이동을 대상으로 조사하게 되어 있다. 결국 가정 밖의 아동은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윤영 복지사업본부장은 “우리 나라의 아동빈곤율은 OECD 평균 빈곤율 평균치(13%)의 절반 수준(7%)이지만, 빈곤의 또 다른 기준인 아동결핍지수(Child Deprivation Index)는 최하위이다. 아동기 빈곤은 출발선에서 불평등의 문제로 청소년기를 비롯해 생애 주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아동이 공평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껴야 할 보금자리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주거빈곤의 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동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신체·정신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국내 주거빈곤 아동은 94만명에 달한다. 이 중 8만6000여명은 주택이 아닌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고시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고, 나머지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지만 집의 형태를 갖춘 주택에 살거나 지하·옥탑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고시텔, 쪽방촌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지내는 아동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높고 비만지수도 높았다. 학교생활적응력, 학업성취도는 낮았고 가족과의 갈등지수도 높았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일반가구와, 수급가구의 격차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들의 주관적 건강상태, 수면, 식습관, 신체활동 등 아동의 신체건강과 신체활동이 가구의 수급여부, 가구의 소득수준, 거주지역(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가족형태(양부모·한부모 및 조손가구)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정신건강의 경우도 수급가구 아동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은 아동일수록, 한부모 조손가구의 아동일수록 높은 스트레스 인지율, 자살생각율,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 게임 문제적 이용군 비율이 높다.  취약계층 아동의 결핍과 빈곤에 대한 다차원적인 정책적 개입을 위한 장단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교육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이는 단순히 교육의 목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  조 본부장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 1981년 이래로 빈곤아동에 대한 결연사업을 수행하며 누적으로 61만여 명에게 결연후원금을 지원했다”면서 “정부는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저출산 대책에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아동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빈곤 아동이 18세가 되기 이전에 자립할 수 있는 자립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직업체험의 기회, 재능개발 지원, 학습비 지원 등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나지 않는 위협, 빈곤 ③] “아이 한 명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국내 아동빈곤 해결 시급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0.17 10:40 의견 0

 기아와 빈곤은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세계의 극빈국가들은 내전으로 황폐화된 땅과 경제 피해, 기근으로 인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환경 변화마저도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해서 빈곤을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한국은 69년전 6.25가 마지막 전쟁이고 지난해 기준 국내 총생산 약 1조 7200억 달러, 국민총소득 1조 7524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한 국가지만 여전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곤층은 적지 않다. 인류를 위협해 온 빈곤이란 굶주림은 어떤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왜 끝나지 않는 것인지, 새로이 생겨나는 위협 요인과 수반되어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국내는 아동 빈곤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에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허다하다. 삶의 기초가 되어야 할 의식주를 누리는 것도 이들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안정적인 ‘집’에서 ‘끼니’를 챙겨먹고, 그럴듯한 ‘옷’을 입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빈곤 아동들을 돕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통계조차 아직 허술한 상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들을 보고 입버릇처럼 ‘밥’을 강조한다. 신체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아동기에는 영양 섭취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단 밥의 문제를 떠나서 국내외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아동기의 물질적인 안녕은 이후 삶의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영양섭취, 교육 투자, 주거 환경, 부모의 양육 태도 등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심리사회적, 정서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아동빈곤정책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노인빈곤이나 청년빈곤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정부가 사회보장을 확대할 때 중점을 둬야 하는 인구 집단으로 가장 먼저 노인을 꼽았다. 이어 차례로 청년, 중·장년, 영유아·아동, 청소년 순이다. 

이동빈곤정책의 범위와 영역 설정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아동빈곤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부모 혹은 보호자의 저소득이 주를 이룬다. 결국은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자’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아동빈곤정책을 내세웠다. 이 정책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수치를 통한 빈곤아동의 현황 파악이다. 지금까지 2008년과 2013년, 2018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아동종합 실태 조사가 진행됐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 국내 아동빈곤율의 허술함, 조사 대상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이래로 우리나라의 아동 빈곤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체 아동 중 중위소득 50% 미만의 빈곤 아동 비율은 2006년 10.1%에서 2016년 6.7%로 크게 하락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아동빈곤율은 7.1%로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랜드, 슬로베니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은 아동빈곤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빈곤아동도 있었다. 2012년 국내는 아동의 빈곤예방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법에 따르면 아동빈곤의 기준은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보호받고 있는 아동, 수급자 아동, 한부모가족 및 다문화아동 등의 가구 유형에 속한 이동을 대상으로 조사하게 되어 있다. 결국 가정 밖의 아동은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윤영 복지사업본부장은 “우리 나라의 아동빈곤율은 OECD 평균 빈곤율 평균치(13%)의 절반 수준(7%)이지만, 빈곤의 또 다른 기준인 아동결핍지수(Child Deprivation Index)는 최하위이다. 아동기 빈곤은 출발선에서 불평등의 문제로 청소년기를 비롯해 생애 주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아동이 공평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껴야 할 보금자리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주거빈곤의 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동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신체·정신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국내 주거빈곤 아동은 94만명에 달한다. 이 중 8만6000여명은 주택이 아닌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고시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고, 나머지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지만 집의 형태를 갖춘 주택에 살거나 지하·옥탑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고시텔, 쪽방촌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지내는 아동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높고 비만지수도 높았다. 학교생활적응력, 학업성취도는 낮았고 가족과의 갈등지수도 높았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

일반가구와, 수급가구의 격차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들의 주관적 건강상태, 수면, 식습관, 신체활동 등 아동의 신체건강과 신체활동이 가구의 수급여부, 가구의 소득수준, 거주지역(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가족형태(양부모·한부모 및 조손가구)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정신건강의 경우도 수급가구 아동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은 아동일수록, 한부모 조손가구의 아동일수록 높은 스트레스 인지율, 자살생각율,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 게임 문제적 이용군 비율이 높다. 

취약계층 아동의 결핍과 빈곤에 대한 다차원적인 정책적 개입을 위한 장단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교육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이는 단순히 교육의 목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 

조 본부장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 1981년 이래로 빈곤아동에 대한 결연사업을 수행하며 누적으로 61만여 명에게 결연후원금을 지원했다”면서 “정부는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저출산 대책에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아동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빈곤 아동이 18세가 되기 이전에 자립할 수 있는 자립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직업체험의 기회, 재능개발 지원, 학습비 지원 등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