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침체가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 청약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말과 달리 올해 1분기 동안 서울 신규 분양 단지는 평균 두 자릿 수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잇따라 완판에 성공했다. 반면 대구와 경남, 충북 등은 경쟁률이 1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신규 분양 이뤄진 3개 단지는 모두 순위 내 청약이 마감됐다.
서울에서는 GS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영등포구 양평동 1가에 위치한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 98가구 일반분양 모집 1순위 청약에 1만9478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198.8대 1이다.
또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도 214가구 분양에 2430명이 신청했다.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등촌 지와인'도 지난달 1·2순위 청약에서 81가구 모집에 493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말부터 분양한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했으나 지난달 무순위 청약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서울 지역에서 분양 훈풍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진행한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1순위 청약에서도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신청했다. 84㎡A타입은 최고 경쟁률 154.08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과 달리 지방 분양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서희건설이 경북 경산시에 시공 중인 '경산 서희 스타힐스'는 지난달 분양에 나섰으나 1·2순위 64가구 모집에 접수 건수가 5건에 그쳤다.
전북에서는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 공공분양주택 '익산 부송 데시앙'이 727가구 공급에 133건 접수에 그쳤다. 전북개발공사는 이에 지난 15일부터 동호지정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구는 지난해 12월 청약 경쟁률 0대1을 기록한 뒤 신규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이 대구 동구 신천동에 시공 중인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478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접수는 28명에 그쳤다.
이에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위축지역) 지정요건 충족시 조속지정'을 건의했다.
현 주택법상 주택의 분양·매매 등 거래가 위축돼 있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는 지역의 경우 주택거래량, 미분양주택 수 등 지정요건 충족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정대상지역(위축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주건협은 지정요건을 충족한 지역의 경우 조속히 조정대상지역(위축지역)을 지정하고 제도 운용의 실효성을 높여 미분양 물량을 조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지역경제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는 무주택자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 100%, 다주택자는 50% 감면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적용 또는 은행권·비은행권 50% 동일적용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분양 주택 매입 시 5년간 양도세 면제 ▲분양권 전매 시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양도세 면제 ▲무순위 청약 절차 배제 ▲재당첨 제한 배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임차인 자격 1주택자까지 완화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제한 폐지 등을 제안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위축지역을 지정하면 결국 지역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 지역 시장 자체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미분양 해소 측면에서 봤을 때 큰 효과는 없겠지만 현재 상황을 마냥 방치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