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식품업계에 만연한 모방과 표절에 '원조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인기있는 제품의 명칭이나 맛, 디자인을 베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미투(Me Too) 제품'으로 인한 분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오랜 노력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리는 '미투 마케팅'. 식품업계가 합심해 근절해야 할 때다. 이에 뷰어스는 식품업계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식품업계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모방해 출시한 ‘미투 제품’에만 집중하고 정작 R&D에는 수년째 매출액 대비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 히트한 제품의 명칭이나 맛, 디자인을 모방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위험 부담을 줄이고 R&D 투자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크라운해태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업 대부분은 최근 5년 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수년째 1% 미만을 기록했다. 국내 제조업 평균 연구개발비 비중이 3~4%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기업별 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롯데웰푸드 0.6%~0.7% ▲오리온 0.6%~0.8% ▲오뚜기 0.3%~0.5% ▲삼양식품 0.3%~0.4% ▲크라운해태 0.5%~0.6% 등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 모두 최근 5년 동안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1%를 넘지 못했다. ■ 식음료업계, R&D 보단 히트 상품만 쫓아…‘유사 제품’ 판친다 식품업계에서는 ‘마의 1%’로 불릴 정도로 R&D 투자 비중이 1%를 밑돌고 있다.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기존에 나온 제품들과 유사해 소비자들이 어떤 회사가 원조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미투 제품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뻥이요, 뻥소리’다. 롯데제과의 ‘뻥소리’는 서울식품공업의 유명 과자 ‘뻥이요’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맛과 봉지 디자인까지 비슷하다. 지난 1982년 출시된 뻥이요는 옥수수 맛과 빨간색 봉지가 특징이다. 뻥소리는 지난 2009년 롯데제과가 인수한 제과업체 기린에서 판매한 과자다. ‘오징어 땅콩’도 대표적인 미투 제품이다. 지난 1976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한 오징어 땅콩은 이후 해태제과, 청우식품 등이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했다. 미투 제품은 라면 시장에도 있다. 대표 제품은 ‘육개장 사발면’이다. 농심이 지난 1982년 출시한 ‘육개장 사발면’은 이후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육개장’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특히 삼양식품의 육개장은 농심의 육개장 사발면과 포장도 비슷하다. 음료도 있다. 우유 탄산음료의 대표 유사 제품은 롯데칠성의 ‘밀키스’와 코카콜라의 ‘암바사’다. 지난 1984년 출시한 암바사가 원조며, 롯데칠성은 지난 1989년 밀키스를 선보였다. 식품업계 대표 유사 제품 뻥이요(사진 왼쪽)와 뻥소리. (사진=각 사) ■ 식음료업계, 트렌드만 쫓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 식음료업계가 ‘따라쟁이’라는 오명에도 계속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과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R&D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단 수익성이 보장된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내놓는 게 이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식품업계는 R&D보다는 최근 트렌드와 관련된 제품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한다”면서 “이는 R&D의 결과물이 나와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R&D 투자보다는 유행하고 있는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기업에서는 연구하고 개발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보단 추세에 맞는 먹거리를 찾는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게 먼저다. 그 트렌드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식품-미투마케팅] ① 연구개발 ‘뒷전’ 따라하기 ‘대세’…R&D 투자 비중 1% 미만

식음료업계 대세는 ‘미투 제품’?…‘뻥소리’와 ‘뻥이요’·컵라면 ‘육개장’
“연구개발 결과 나와도 성과는 미지수…수익성 보장된 제품에 집중”

탁지훈 기자 승인 2023.04.23 07:00 의견 0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식품업계에 만연한 모방과 표절에 '원조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인기있는 제품의 명칭이나 맛, 디자인을 베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미투(Me Too) 제품'으로 인한 분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오랜 노력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리는 '미투 마케팅'. 식품업계가 합심해 근절해야 할 때다. 이에 뷰어스는 식품업계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식품업계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모방해 출시한 ‘미투 제품’에만 집중하고 정작 R&D에는 수년째 매출액 대비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 히트한 제품의 명칭이나 맛, 디자인을 모방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위험 부담을 줄이고 R&D 투자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크라운해태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업 대부분은 최근 5년 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수년째 1% 미만을 기록했다. 국내 제조업 평균 연구개발비 비중이 3~4%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기업별 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롯데웰푸드 0.6%~0.7% ▲오리온 0.6%~0.8% ▲오뚜기 0.3%~0.5% ▲삼양식품 0.3%~0.4% ▲크라운해태 0.5%~0.6% 등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 모두 최근 5년 동안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1%를 넘지 못했다.

■ 식음료업계, R&D 보단 히트 상품만 쫓아…‘유사 제품’ 판친다

식품업계에서는 ‘마의 1%’로 불릴 정도로 R&D 투자 비중이 1%를 밑돌고 있다.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기존에 나온 제품들과 유사해 소비자들이 어떤 회사가 원조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미투 제품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뻥이요, 뻥소리’다. 롯데제과의 ‘뻥소리’는 서울식품공업의 유명 과자 ‘뻥이요’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맛과 봉지 디자인까지 비슷하다. 지난 1982년 출시된 뻥이요는 옥수수 맛과 빨간색 봉지가 특징이다. 뻥소리는 지난 2009년 롯데제과가 인수한 제과업체 기린에서 판매한 과자다.

‘오징어 땅콩’도 대표적인 미투 제품이다. 지난 1976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한 오징어 땅콩은 이후 해태제과, 청우식품 등이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했다.

미투 제품은 라면 시장에도 있다. 대표 제품은 ‘육개장 사발면’이다. 농심이 지난 1982년 출시한 ‘육개장 사발면’은 이후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육개장’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특히 삼양식품의 육개장은 농심의 육개장 사발면과 포장도 비슷하다.

음료도 있다. 우유 탄산음료의 대표 유사 제품은 롯데칠성의 ‘밀키스’와 코카콜라의 ‘암바사’다. 지난 1984년 출시한 암바사가 원조며, 롯데칠성은 지난 1989년 밀키스를 선보였다.

식품업계 대표 유사 제품 뻥이요(사진 왼쪽)와 뻥소리. (사진=각 사)


■ 식음료업계, 트렌드만 쫓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

식음료업계가 ‘따라쟁이’라는 오명에도 계속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과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R&D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단 수익성이 보장된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내놓는 게 이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식품업계는 R&D보다는 최근 트렌드와 관련된 제품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한다”면서 “이는 R&D의 결과물이 나와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R&D 투자보다는 유행하고 있는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기업에서는 연구하고 개발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보단 추세에 맞는 먹거리를 찾는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게 먼저다. 그 트렌드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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