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분양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으나 중견건설사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탕'이다. 높아진 공사비와 고금리 부담에 대출도 쉽지 않아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탓이다.

23일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는 총 145건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62.9%가 늘었다. 같은 기간 종합건설사 신규등록 건수는 48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7% 가량 감소했다.

전문건설업체의 폐업 건수도 늘었다. 지난해 690건이었던 전문건설업체 폐업 수는 올해 880건으로 27.5% 증가했다.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주택 증가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건설업체가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 1365가구로 나타났다.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6만 2000가구를 웃도는 수치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8716가구로 지난 2021년 6월(9008가구)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 미분양 문제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유 중인 토지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능력 100위권 안팎의 건설사 일부가 법정관리절차를 밟는 경우도 나온다. 지난 2월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133위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Inc)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달 109위의 대창기업도 회생절차에 들어섰으며 113위인 신일도 같은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와 유동성 악화로 인해 중견건설사의 신용등급에도 타격이 가면서 자금난 확산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태영건설과 한신공영의 신용평가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다. 한신공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태영건설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조정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각각 A3+→A3, A2→A2-로 나빠졌다.

한기평은 한신공영의 수익성 하락과 토지대부담을 신용등급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한신공영은 자체사업인 포항 펜타시티에서 발생한 매출이 반영됐음에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8% 하락한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진행 중인 한신공영의 주택사업은 1만2000가구로 이중 66.6%가 한기평에서 선정한 미분양 리스크 위험지역인 경북·대구·대전·울산·인천·충남·충북 등지에 몰렸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한신공영은 2018년 이후 대규모 자체사업과 도급사업 준공 등의 영향으로 외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부담 확대, 수주 관련 수수료, 광고비 등에 따른 판관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며 "대구 노곡동 공동주택, 인천 영종과 같이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분양경기가 침체된 지역의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착공 전환이나 분양성과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태영건설의 올해 3월 연결기준 PF우발채무는 2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일부 사업장 유동화증권 2000억원을 직접 매입하면서 우발 채무 위험 현실화 가능성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과 자금조달 목적으로 2800억원 규모 금융조달 상품 협약을 체결하고 모기업인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장기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재무구조 대비 PF우발 채무 절대적인 규모가 과중한 수준인만큼 향후에도 차환위험 통제여부와 사업진행경과, 추가 자금투입 및 손실가능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면서도 "PF 우발채무는 신용보강 제공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의 우수한 분양률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차환위험 통제능력이 인정되고 만기구조가 적절히 분산돼 있다"고 평가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크게 경색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재무 강화에 전념하여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진중인 사업들의 안정성도 확보하고 있다"며 "부채비율 개선, PF우발채무 축소 등 실질적 재무부담을 완화하고 주택사업장의 양호한 분양 및 입주 실적으로 지속적으로 양호한 현금흐름 창출 기조를 유지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