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아파트에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뷰어스DB)
도시정비사업 무혈입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건설사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수주액도 급감하는 등 전반적으로 잠잠해진 수주 시장을 흔들 '가물치'가 떴다. 여의도 재건축 시장과 한남 뉴타운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진행된 서울시 양천구 신정수정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금호건설만 단독 입찰하며 최종 유찰됐다.
신정수정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사업대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이 앞서 지난달 16일 마감한 첫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는 미응찰이 되기도 했다. 같은 달 26일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서는 SK에코플랜트와 HDC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HL디앤아이한라, 금호건설 등이 참석했으나 입찰에서는 금호건설만이 투찰했다.
지난 11일에는 성북제2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에 포스코이앤씨가 단독으로 응찰했다. 대우건설과의 맞대결도 점쳐졌으나 입찰 마감 결과 경쟁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는 22일에도 부산 부민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과 부산 중동5구역 재개발사업 등 부산 지역 내 주요 정비사업지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리지만 모두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총회다. 같은 날 서울송파구 가락쌍용2차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시공사 총회를 여는데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황이다.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 경쟁이 실종된 배경으로는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기존 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인상 문제를 놓고 조합과 갈등이 빈번한 만큼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지만 수주하겠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수주 경쟁이 심화된다면 건설사끼리 손해가 있다는 계산도 더해졌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대형 사업지에서는 수주 경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시행하면서다.
여의도 1호 재건축으로 꼽히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맞대결이 예고됐다. 앞서 지난 5일 현장설명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날 갑작스럽게 공고를 취소한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 일정은 뒤로 미뤄졌으나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모두 각 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수주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물산도 해당 사업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3파전 가능성도 대두된다.
한남뉴타운 중 최고 입지로 꼽히는 한남5타운에서도 DL이앤씨와 GS건설이 시공권을 놓고 다툼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비만 1조원 규모로 꼽히는 노량진1구역은 GS건설과 삼성물산의 맞대결 가능성이 나온다.
이 같은 대형사업지는 경쟁 실종보다 오히려 과열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 경쟁이 실종된 지금 상황은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단독 입찰이 늘면서 조합과 시공사의 갑을 관계가 바뀌고 조합은 선택의 폭도 좁아지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