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중국 현대문학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중국 작가 옌롄커가 한국을 찾아 한중을 둘러싼 시사적 사안과 더불어 자신의 작품 세계, 한중 작가들의 현실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담론을 펼쳤다.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옌롄커의 내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옌롄커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의 ‘세계작가와의 대화’ 첫 번째 주인공으로 정작 중국에서는 내부적으로 금지한 작품들이 많아 외국인들이 더 열광하는 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만큼 중국사회가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와 내밀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중국의 기득권층을 가장 불편하게 만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날 옌롄커는 홍콩 시위부터 10여년 전 국내 시민들의 광우병 반대 집회, 한한령이 불어닥쳤던 사드 배치 문제 등 각종 시사적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먼저 받았다. 민감한 영역에 대한 질문은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중국 문제를 파고드는 작가에게 중국의 현실을 묻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이에 대해 옌롄커는 홍콩의 시위가 자유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봤다.  ■ "시민들의 시위는 자유화 노력 아닌가"  그는 우선 십여년 전의 광우병 우려로 불어닥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언급했다. 당시 문학관련 행사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내 작품을 번역해주는 번역가 김태성씨와 함께 해보았는데 굉장히 오래 걸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생활 속에서 해본 것이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같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 대한 작가의 시선으로 흘러갔다. 이에 대해 옌롄커 작가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문학의 영역에서 비평할 성격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자유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흔적이라 본다. 광우병 시위 역시도 마찬가지다”라고 정의했다. 특히 옌롄커는 “어제 뉴스에서 홍콩 사건을 접했다. 경찰의 발포에 관해서도 뉴스를 접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개인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 한가지, 내 선에서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인류가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하는 노력은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유와 형태의 폭력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만 옌롄커는 사드 배치에 대한 한중 논란을 두고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 질문을 한국에서 하는 게 이상하다”고 운을 띄운 뒤 “중국인들은 모두 잊어버렸다.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사드는 흘러간 문제다. 어마어마한 중국 인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작가로 온 만큼 문학에 대한 얘기를 하자는 당부도 거듭 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작가에겐 자유가 있고, 중국작가에겐 소스가 있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창의력과 창조성을 갈아넣은 작품을 써본 적은 없다는 옌롄커는 스스로를 ‘실패가 많은 사람’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 중 무려 8권이 중국에서 금서가 된 것에 대해서도 예술적으로 평가받을 일이라며 신경쓰지 않는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한국작가와 중국 작가가 처한 현실이 다르다며 비교하기도 했다. “중국은 모든 책을 검열한다. 검열제도는 사실 정확한 기준이 있다. 통과하지 못하면 금서가 된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중국 우수한 작품들이 문제없이 출판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심사나 검열이 글을 쓰는 입장에선 억압받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중국 작가들은 소설의 자원에서 더 행운이 있고 한국 작가들은 글쓰기의 자유도에서 가진 것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강조하는 것은 집단이다. ‘가정도 조직도 국가의 부분이다’ 이런 개념이기 때문에 아마 중국 소설 보면 이상하다 생각할 것이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필요한가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김애란, 한강 작품만 봐도 가정, 개인에 포커스가 맞춰진 글쓰기가 많다. 이런 게 확실히 한중간의 차이이긴 하지만 체제가 작가의 역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위대한 작품은 작가에 달린 것이지, 작가가 처한 체제에 달린 것은 아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에는 많은 스토리가 쏟아져나오는 풍부한 이야기가 있는 나라다.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작가에 달려 있다” 한중 작가들의 환경을 비교한 가운데 옌롄커는 한국 작가 중 좋아하는 청년 작가로 김애란을 꼽기도 했다. 그는 “김 작가의 ‘달려라 아비’를 우연히 읽게 됐는데 그 소설에서 강인한 힘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아주 섬세한 감성을 느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보고 8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 동년배 작가들보다 ‘훨씬 힘있게 잘 쓰는 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애란 작가에 대해 착실하고 성실하게 글을 써나간다고 생각했다는 옌롄커는 무엇보다 단편을 굉장히 잘 쓴다고 극찬했다. 그는 다만 중국에 번역된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지 않아 많이 접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그 중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 및 황석영 작가 작품들을 인상깊게 봤다고 덧붙였다.  옌롄커는 이날 저녁 교보인문학석강을 비롯해 13일, 연세대 및 고려대에서 강연회를 갖고 독자들과 만난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으며 1985년 허난대학 정치 교육과를 거쳐 1991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는데 제 1회, 2회 루쉰문학상과 제 3회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한 20여개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는 2008년 처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출간된 이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현장 종합] 中 문학거장 옌롄커가 말하는 현대사회, 그리고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문다영 기자 승인 2019.11.12 12:56 | 최종 수정 2019.11.29 15:52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중국 현대문학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중국 작가 옌롄커가 한국을 찾아 한중을 둘러싼 시사적 사안과 더불어 자신의 작품 세계, 한중 작가들의 현실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담론을 펼쳤다.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옌롄커의 내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옌롄커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의 ‘세계작가와의 대화’ 첫 번째 주인공으로 정작 중국에서는 내부적으로 금지한 작품들이 많아 외국인들이 더 열광하는 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만큼 중국사회가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와 내밀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중국의 기득권층을 가장 불편하게 만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날 옌롄커는 홍콩 시위부터 10여년 전 국내 시민들의 광우병 반대 집회, 한한령이 불어닥쳤던 사드 배치 문제 등 각종 시사적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먼저 받았다. 민감한 영역에 대한 질문은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중국 문제를 파고드는 작가에게 중국의 현실을 묻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이에 대해 옌롄커는 홍콩의 시위가 자유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봤다. 

■ "시민들의 시위는 자유화 노력 아닌가" 

그는 우선 십여년 전의 광우병 우려로 불어닥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언급했다. 당시 문학관련 행사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내 작품을 번역해주는 번역가 김태성씨와 함께 해보았는데 굉장히 오래 걸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생활 속에서 해본 것이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같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 대한 작가의 시선으로 흘러갔다. 이에 대해 옌롄커 작가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문학의 영역에서 비평할 성격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자유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흔적이라 본다. 광우병 시위 역시도 마찬가지다”라고 정의했다.

특히 옌롄커는 “어제 뉴스에서 홍콩 사건을 접했다. 경찰의 발포에 관해서도 뉴스를 접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개인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 한가지, 내 선에서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인류가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하는 노력은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유와 형태의 폭력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만 옌롄커는 사드 배치에 대한 한중 논란을 두고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 질문을 한국에서 하는 게 이상하다”고 운을 띄운 뒤 “중국인들은 모두 잊어버렸다.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사드는 흘러간 문제다. 어마어마한 중국 인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작가로 온 만큼 문학에 대한 얘기를 하자는 당부도 거듭 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작가에겐 자유가 있고, 중국작가에겐 소스가 있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창의력과 창조성을 갈아넣은 작품을 써본 적은 없다는 옌롄커는 스스로를 ‘실패가 많은 사람’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 중 무려 8권이 중국에서 금서가 된 것에 대해서도 예술적으로 평가받을 일이라며 신경쓰지 않는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한국작가와 중국 작가가 처한 현실이 다르다며 비교하기도 했다.

“중국은 모든 책을 검열한다. 검열제도는 사실 정확한 기준이 있다. 통과하지 못하면 금서가 된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중국 우수한 작품들이 문제없이 출판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심사나 검열이 글을 쓰는 입장에선 억압받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중국 작가들은 소설의 자원에서 더 행운이 있고 한국 작가들은 글쓰기의 자유도에서 가진 것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강조하는 것은 집단이다. ‘가정도 조직도 국가의 부분이다’ 이런 개념이기 때문에 아마 중국 소설 보면 이상하다 생각할 것이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필요한가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김애란, 한강 작품만 봐도 가정, 개인에 포커스가 맞춰진 글쓰기가 많다. 이런 게 확실히 한중간의 차이이긴 하지만 체제가 작가의 역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위대한 작품은 작가에 달린 것이지, 작가가 처한 체제에 달린 것은 아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에는 많은 스토리가 쏟아져나오는 풍부한 이야기가 있는 나라다.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작가에 달려 있다”

한중 작가들의 환경을 비교한 가운데 옌롄커는 한국 작가 중 좋아하는 청년 작가로 김애란을 꼽기도 했다. 그는 “김 작가의 ‘달려라 아비’를 우연히 읽게 됐는데 그 소설에서 강인한 힘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아주 섬세한 감성을 느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보고 8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 동년배 작가들보다 ‘훨씬 힘있게 잘 쓰는 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애란 작가에 대해 착실하고 성실하게 글을 써나간다고 생각했다는 옌롄커는 무엇보다 단편을 굉장히 잘 쓴다고 극찬했다. 그는 다만 중국에 번역된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지 않아 많이 접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그 중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 및 황석영 작가 작품들을 인상깊게 봤다고 덧붙였다. 

옌롄커는 이날 저녁 교보인문학석강을 비롯해 13일, 연세대 및 고려대에서 강연회를 갖고 독자들과 만난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으며 1985년 허난대학 정치 교육과를 거쳐 1991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는데 제 1회, 2회 루쉰문학상과 제 3회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한 20여개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는 2008년 처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출간된 이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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