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Dark Tour).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으로 블랙 투어(Black Tour) 또는 그리프 투어(Grief Tour)이라고도 한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 투어가 1년 사이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경제 도발이 일어나자, 일제 강점기 시대를 중심으로 한 다크 투어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가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변화로는 읽혀진다. 사실 다크 투어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에 이미 역사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 그리고 그러한 현장을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늘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구 조선총독부 철거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기치 아래 진행된 일이지만, 그대로 보존해 후손들에게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과, 경복궁을 가로막고 있는 흉물로 청산되어야 될 역사의 상징이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결국은 철거되어 첨탑과 일부 건물 잔해들을 현재 독립기념관 외부에 전시해놓았다.  구 조선총독부가 아직까지 있었고, 2019년 현재 철거 여부를 따졌다면 달라졌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다크 투어의 일환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크 투어의 대표적인 장소로 제주도가 거론된다. 4.3 사건은 물론 일제 강점기 말기에 제주도민을 강제 동원해 만들어놓은 수많은 땅굴과 진지들은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향하게 하고 있다.  미디어의 힘이긴 하지만,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을 중심으로 일본군 만행의 장소들과 제주 4.3평화공원을 시작으로 한 잔혹한 역사의 현장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고 기억하려고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간들을 여러 번 찾아가는 동안 그곳에서 만난 10대들의 대화와 행동은 이질적이었다. 몇의 행동은 “재미없는 이 장소에 왜 왔냐”였고, 몇의 행동은 기념 촬영이 중요했다. 해설사의 설명은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보통 학교 차원에서 수학여행 등으로 오기에, 강제적(?)으로 참석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여겨도, 진정성 있게 그곳을 찾은 이들이 보기엔 민망할 따름이었다. 더구나 과거 한번은 4.3평화공원을 찾은 외국인들이 도리어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더 부끄러워졌다.   다크 투어를 권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기반에는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0대 때 교육 받지 못한 역사가 20대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숙연해야 할 장소에서 어울리지 않는 태도가 나오는 것도 교육의 부재다.  다크 투어를 권장하고, 이를 관광사업화 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많다. 그러나 그 장소를 ‘올바르게’ 접하는 세대가 부재한 상황이 오면, 그 공간은 어떤 ‘존재’로 남게 될까. 놀이공원을 방문하듯이 가는 관광지로서의 역할만 하지 않을까.

[여행 한담] 다크 투어와 역사 교육

교육 없는 다크 투어는 관광지로만 인식될 뿐.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1.19 16:01 | 최종 수정 2019.11.26 09:00 의견 0
 


다크 투어(Dark Tour).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으로 블랙 투어(Black Tour) 또는 그리프 투어(Grief Tour)이라고도 한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 투어가 1년 사이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경제 도발이 일어나자, 일제 강점기 시대를 중심으로 한 다크 투어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가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변화로는 읽혀진다.

사실 다크 투어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에 이미 역사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 그리고 그러한 현장을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늘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구 조선총독부 철거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기치 아래 진행된 일이지만, 그대로 보존해 후손들에게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과, 경복궁을 가로막고 있는 흉물로 청산되어야 될 역사의 상징이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결국은 철거되어 첨탑과 일부 건물 잔해들을 현재 독립기념관 외부에 전시해놓았다. 

구 조선총독부가 아직까지 있었고, 2019년 현재 철거 여부를 따졌다면 달라졌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다크 투어의 일환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크 투어의 대표적인 장소로 제주도가 거론된다. 4.3 사건은 물론 일제 강점기 말기에 제주도민을 강제 동원해 만들어놓은 수많은 땅굴과 진지들은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향하게 하고 있다. 

미디어의 힘이긴 하지만,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을 중심으로 일본군 만행의 장소들과 제주 4.3평화공원을 시작으로 한 잔혹한 역사의 현장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고 기억하려고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간들을 여러 번 찾아가는 동안 그곳에서 만난 10대들의 대화와 행동은 이질적이었다. 몇의 행동은 “재미없는 이 장소에 왜 왔냐”였고, 몇의 행동은 기념 촬영이 중요했다. 해설사의 설명은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보통 학교 차원에서 수학여행 등으로 오기에, 강제적(?)으로 참석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여겨도, 진정성 있게 그곳을 찾은 이들이 보기엔 민망할 따름이었다. 더구나 과거 한번은 4.3평화공원을 찾은 외국인들이 도리어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더 부끄러워졌다.

 


다크 투어를 권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기반에는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0대 때 교육 받지 못한 역사가 20대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숙연해야 할 장소에서 어울리지 않는 태도가 나오는 것도 교육의 부재다. 

다크 투어를 권장하고, 이를 관광사업화 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많다. 그러나 그 장소를 ‘올바르게’ 접하는 세대가 부재한 상황이 오면, 그 공간은 어떤 ‘존재’로 남게 될까. 놀이공원을 방문하듯이 가는 관광지로서의 역할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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