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호 교촌에프앤비 국내사업부문 부문장이 18일 경기도 성남시 교촌그룹 판교 신사옥에서 신메뉴 ‘교촌옥수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교촌 ‘판교 시대’를 맞아 첫 신제품으로 ‘교촌옥수수’를 선보이고 재도약 채비에 나선다. 오리지날(간장), 레드, 허니 등 교촌 치킨 매출을 견인하는 ‘교촌 3대장’에 이어 ‘교촌옥수수’를 4번째 시그니처 메뉴로 육성해 1020세대를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의 ‘1등 치킨’에서 지난해 3위까지 밀려난 만큼, 신메뉴 라인업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만들겠단 각오다.
18일 교촌에프앤비는 경기도 성남시 교촌그룹 판교 신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촌옥수수’ 출시 배경과 개발 과정, 특징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발표를 맡은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국내사업부문 부문장은 “교촌 전체 치킨 매출에서 ‘시그니처 3대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면서 “교촌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동시에 오늘 신제품을 내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교촌은 지난 1991년 간장맛인 ‘오리지날’, 2004년 홍고추를 사용한 ‘레드’, 2010년 오리지날에 꿀을 더한 ‘허니’를 선보였다. ‘3대장’중 마지막인 허니가 출시된 지 15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에 필적할만한 신제품은 내놓지 못했다. 앞서 기성세대에게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지만, 1020 소비자 사이에서는 브랜드 입지가 예전만큼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 교촌의 고민거리였다.
윤 부문장은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은 기존 고객뿐 아니라 MZ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개발했다”면서 “교촌의 미래를 이끌어갈 4번째 시그니처 메뉴로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초심 담은 ‘교촌옥수수’, 남녀노소 호불호 없도록
신메뉴 ‘교촌옥수수 통안심’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신메뉴는 이름에서부터 교촌의 고민이 담겨 있다. 영어 제품명이 범람하는 와중에 트렌드를 그대로 좇기보단 교촌이 가진 한국의 고유함을 담고자 ‘교촌옥수수’라는 다소 평범한 이름을 지었다.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이름을 통해 ‘교촌이 만든 진짜 옥수수 치킨’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메뉴의 핵심 차별화 요소인 옥수수도 식재료가 가진 확장성에 주목해 선택했다. 기본적인 재료이면서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좋아하는 것이 옥수수의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고기 잡내를 잘 잡아주고, 맛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 치킨과의 조화도 잘 어울린다는 점도 옥수수를 사용한 치킨을 개발하는 배경이 됐다. 윤 부문장은 ‘교촌옥수수’의 차별화 요소로 ▲‘진짜 옥수수’ 치킨 ▲100% 통안심 ▲떡볶이 페어링 3가지를 꼽았다. 단순히 옥수수 맛을 내는 시즈닝을 입히는 대신, 옥수수 함량 75%의 플레이크를 액상소스와 함께 텀블링했다. 그는 “통옥수수 알갱이를 구워 분쇄해 만든 ‘진짜 옥수수’ 플레이크라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이자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최초로 부분육 메뉴를 선보인 것이 교촌인 만큼, 신메뉴에는 업계 최초로 통안심을 사용한 메뉴도 구성했다. 통안심은 닭 1마리에서 4%밖에 얻을 수 없어 그간 100% 통안심을 활용한 메뉴는 없었다. 또 교촌 치킨 메뉴와 사이드 메뉴인 떡볶이를 함께 먹으면 맛있다는 소비자 의견도 적극 반영했다. 기존에 선보이던 ‘국물맵떡’과 신메뉴 ‘옥수수치킨’, ‘블랙시크릿 팝콘’을 더해 세트로 구성했다. 1020 소비자를 겨냥한 만큼 ‘가성비’도 신경써서 개별 구매 대비 3500원 저렴한 가격으로 기획했다.
■다사다난한 개발 과정…돌파구 된 ‘옥수수 플레이크’
교촌이 경희대 조리&푸드디자인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신메뉴에 대한 소비자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존 메뉴 대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성준 기자)
교촌옥수수 개발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JTBC ‘닭싸움’에서 김도우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 저작권을 구매해 이를 바탕으로 야심차게 개발에 나섰지만, 1년여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메뉴 개발 동안 7회에 달하는 소비자 조사를 거치며 4300여마리의 닭과 2억여원의 비용을 사용했다. 기존 레시피에서는 옥수수 알갱이가 그대로 들어가는 형태였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옥수수 풍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개발 중이던 메뉴를 맛본 권원강 교촌 회장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게 어떻겠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낼 정도였다. 내부적으로도 신메뉴 출시를 위해서는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 연구개발 담당 직원이 레시피에 대한 접근을 바꾸면서 활로가 열렸다. 해법은 옥수수 알갱이 대신 플레이크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후 재차 소비자 조사를 거치며 후추와 소스의 양, 바삭함 정도 등 맛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MZ세대이면서 조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경희대학교 조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선호도를 조사하고, 대구 맥주 축제에서는 메뉴를 선판매하면서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윤 부문장은 “5점 만점으로 조사하는 제품 선호도에서 교촌 내부 기준은 3.5점 정도이고, 최근 3~4년간 출시했던 제품 조사 당시엔 3.6점 정도가 나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신메뉴는 4.19점으로 후한 평가를 받았으며 4점 이상을 준 비중도 92%에 달해 MZ세대가 선호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확신을 갖고 출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쟁적 신제품 출시 없다…소비자에게 ‘진심’ 최우선
(왼쪽부터) 교촌에프앤비 박호정 상품기획팀 팀장, 방문성 R&D센터 센터장, 윤진호 국내사업부문 부문장이 발표 후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경쟁 업체에서 이르면 6개월에 한번씩 신메뉴가 나오는 것과 비교해 교촌은 신메뉴 출시 주기가 긴 편이다. 교촌은 이에 대해 신메뉴 출시에 대한 내부 평가 기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교촌 역시 매년 최소 2회 정도 신메뉴 개발에 착수하는데, 개발한 제품이 내부 기준을 넘지 못해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완성도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최우선 기준으로 삼지만, 경쟁사 제품 출시 트렌드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교촌의 입장이다.
박호정 교촌에프앤비 상품기획팀 팀장은 “재료를 모듈화하는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제품을 많이 운영하기가 쉬운데 교촌은 메뉴마다 재료 하나하나를 최적화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면서 “무작정 메뉴 수를 많이 늘리고 신제품을 자주 내기보다는, 점주들이 메뉴 하나 하나를 집중해서 조리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게끔 신제품 운영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국내사업부문 부문장은 “교촌이 올해 새 비전으로 ‘진심 경영’을 선포했는데, 진심의 ‘진’에는 ‘참 진’과 ‘다할 진’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면서 “교촌은 국내산 최고 품질 재료를 사용해 정직하게 만드는 진심과, 조리 방법에서 모든 정성을 다하는 진심으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