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집 이야기' 스틸 ‘집 이야기’는 아버지와 딸의 화해를 다룬 가족영화다. 보편적인 소재에 또 뭐가 특별한게 있을까 싶지만, 익숙해서 지나쳤던 가족의 속내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함이 만들어진다. 28일 개봉하는 ‘집 이야기’는 혼자 서울 살이를 하던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이유영 분)가 정착할 집을 찾아 이사를 거듭하던 중 아버지가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들의 흔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Strength(강점) 영화에서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고, 쌓인 시간들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활용된다. 이혼한 뒤 새로운 인연을 만나 제주도에 정착한 은서 어머니의 집은 아름다운 배경과 깔끔한 외관은 물론, 집 안 곳곳에 놓인 가족사진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게 귤 바구니가 여기저기 놓여 있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집을 구하지 못한 은서가 잠시 대여 공간에 머무를 때도, 필요한 것은 다 갖춰진 그 공간에서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해진 자리에 오차 없이 정리된 물건들을 보며 은서의 어머니는 오래 머무르라고 만든 곳은 아니라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버지 진철의 집에는 지나간 사람과 시간이 더욱 켜켜이 쌓여 있다. 잘 정돈된 집에서는 진철의 깔끔한 성격이 짐작되지만, 낡은 살림살이와 삐걱대는 문 등 부지런한 진철도 어쩌지 못하는 시간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아버지의 집에 머무르기로 한 은서는 오랜만에 찾아 온 이곳에서 진짜 집의 의미를 깨닫고,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속마음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낡고 투박한 집이 불편하지만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온기가 쌓이듯,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심도 느리게 다가오는 것이다. 사진=영화 '집 이야기' 스틸 어머니와 헤어지고, 언니와는 다퉈 인연을 끊은 만큼 표현이 서툰 아버지를 무작정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집 이야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창문 하나 없는 방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방식을 고수하는 열쇠공 진철의 모습 등 그의 일방적인 고집도 마냥 감싸지는 않는다. 은서와 진철이 함께 밥을 먹고, 짧지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등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느껴지는 서로를 향한 배려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끝까지 담백한 시선을 유지하는 뚝심도 돋보인다. 진철과 은서, 또 가족이 화해하는 과정을 직접 담지 않으면서 현실감을 유지한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결 편안해진 그들의 모습이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 Weakness(약점) 소재가 주는 한계가 있다. 아버지와 딸의 화해를 다룬 만큼,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리는 느낌이 있다. 일상적인 톤으로 흐르기 때문에 큰 갈등도 없다. 극적인 전개를 기대하거나 큰 감동이 있는 가족 영화를 기대한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 Opportunity(기회) ‘우리 집’ ‘벌새’를 비롯해 현재 상영 중인 ‘윤희에게’까지, 저예산 영화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최근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가 ‘집 이야기’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Threat(위협) 화제성 높은 영화들이 극장가를 선점하고 있다.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인 ‘겨울왕국2’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를 찾아줘’가 상영 중이다. ‘집 이야기’가 낮은 관심도를 극복하고, 작품의 힘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신작 SWOT 리뷰] ‘집 이야기’,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부녀 이야기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1.27 15:01 | 최종 수정 2019.11.28 11:04 의견 0
사진=영화 '집 이야기' 스틸


‘집 이야기’는 아버지와 딸의 화해를 다룬 가족영화다. 보편적인 소재에 또 뭐가 특별한게 있을까 싶지만, 익숙해서 지나쳤던 가족의 속내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함이 만들어진다.

28일 개봉하는 ‘집 이야기’는 혼자 서울 살이를 하던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이유영 분)가 정착할 집을 찾아 이사를 거듭하던 중 아버지가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들의 흔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Strength(강점)

영화에서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고, 쌓인 시간들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활용된다. 이혼한 뒤 새로운 인연을 만나 제주도에 정착한 은서 어머니의 집은 아름다운 배경과 깔끔한 외관은 물론, 집 안 곳곳에 놓인 가족사진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게 귤 바구니가 여기저기 놓여 있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집을 구하지 못한 은서가 잠시 대여 공간에 머무를 때도, 필요한 것은 다 갖춰진 그 공간에서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해진 자리에 오차 없이 정리된 물건들을 보며 은서의 어머니는 오래 머무르라고 만든 곳은 아니라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버지 진철의 집에는 지나간 사람과 시간이 더욱 켜켜이 쌓여 있다. 잘 정돈된 집에서는 진철의 깔끔한 성격이 짐작되지만, 낡은 살림살이와 삐걱대는 문 등 부지런한 진철도 어쩌지 못하는 시간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아버지의 집에 머무르기로 한 은서는 오랜만에 찾아 온 이곳에서 진짜 집의 의미를 깨닫고,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속마음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낡고 투박한 집이 불편하지만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온기가 쌓이듯,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심도 느리게 다가오는 것이다.

사진=영화 '집 이야기' 스틸


어머니와 헤어지고, 언니와는 다퉈 인연을 끊은 만큼 표현이 서툰 아버지를 무작정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집 이야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창문 하나 없는 방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방식을 고수하는 열쇠공 진철의 모습 등 그의 일방적인 고집도 마냥 감싸지는 않는다.

은서와 진철이 함께 밥을 먹고, 짧지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등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느껴지는 서로를 향한 배려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끝까지 담백한 시선을 유지하는 뚝심도 돋보인다. 진철과 은서, 또 가족이 화해하는 과정을 직접 담지 않으면서 현실감을 유지한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결 편안해진 그들의 모습이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 Weakness(약점)

소재가 주는 한계가 있다. 아버지와 딸의 화해를 다룬 만큼,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리는 느낌이 있다.

일상적인 톤으로 흐르기 때문에 큰 갈등도 없다. 극적인 전개를 기대하거나 큰 감동이 있는 가족 영화를 기대한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 Opportunity(기회)

‘우리 집’ ‘벌새’를 비롯해 현재 상영 중인 ‘윤희에게’까지, 저예산 영화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최근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가 ‘집 이야기’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Threat(위협)

화제성 높은 영화들이 극장가를 선점하고 있다.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인 ‘겨울왕국2’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를 찾아줘’가 상영 중이다. ‘집 이야기’가 낮은 관심도를 극복하고, 작품의 힘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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