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남길은 유연하다. 먼저 매체. 영화와 TV를 자유로이 오간다. 스크린, 안방극장 모두 제 집처럼 편하다. 그리고 연기. 드라마 ‘열혈사제’나 영화 ‘해적’에서 하늘을 나는 피터팬처럼 자유로이 유영한다. 영화 ‘무뢰한’이나 ‘살인자의 기억법’과 같이 정중동의 연기로 색깔을 바꾸는 것도 자연스럽다. 김남길이 다시 한번 피터팬이 됐다.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에서다.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김남길과 자리를 함께했다. ‘클로젯’에서 김남길이 만들어 낸 허경훈은 퇴마사다. 어미가 무당이었고, 아들은 제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추적하며 운명처럼 퇴마사가 되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어미 무당의 강렬한 굿판, 시작하고 30분은 지나야 등장하지만 일순간 스크린을 연극무대로 만들며 유연하게 놀아 제치는 모습이 눈길을 붙든다. 김남길 식 표현 속에서, 악귀를 달래는 영매의 피는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퇴마사로 인간미를 더했다. “영화에는 오컬트(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현상)적 요소 있고, 상황은 심각하게 가는데 ‘나는 좀 그걸 풀어 주자’ 생각했어요. 사람은 같은 상황에 대해 똑같은 톤으로 반응하지는 않으니까요.” 허경훈에게선 마냥 인간미만 흐르지 않는다. 진심을 담아 퇴마의식을 할 때면 안광이 번뜩인다. 그동안 김남길 얼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각도와 표정도 스크린에 담겼다. 퇴마사가 되기 위한 특별한 준비, 눈빛이었을까. 김남길은 ‘안광’이라는 말에 웃었다. “안광, 조명감독이 잘해 주셔서 그래요. 이번에 촬영감독, 조명감독께서 감정적인 걸 담고 싶다고 얘기하셨어요. 촬영감독께서 ‘내가 정서적인 걸 담아 보고 싶으니까’ 하면서 저의 얼굴을 앞뒤, 좌우, 위에서 아래서 보시더니 ‘카메라 가져 와’ 하며 신경 써서 찍어 주셨어요. 영화를 보니, 그 결과를 확인하니 ‘이런 신경을 써 주셨구나’ 더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자신의 얼굴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 준 촬영감독에 대한 감사가 보태졌다. 김남길은 개구쟁이다. 듣는 맛이 있는 그의 말은 결론은 다큐지만 과정은 예능일 때가 많다. “아니 그럼, 그동안 감독들은?(웃음). 피부 자신감 없는데 더 젊을 때, 좋을 때 이렇게 담겼었으면 좋을 거 아냐.” “물론 시간이 흘러서, 지금이 더 좋아서 이번에 이렇게 담기는구나 싶기도 하고. 여튼 애정 어리게 담으면 다르구나. (전화하는 손짓을 하며. 과거 작업했던 촬영감독들에게 전화를 건 거다) ‘야, 너네! 형! 이거 한번 봐봐. 나를 이렇게 찍어야지’.” “농담이고요. 여태까지 했던 감독님들, 감정적인 것들을 따라가 주려는 감독님이 대부분이었어요. 미장센 등 생각하며 세트 다 보여주려 하기보다 감정을 따라가 주시는 그런 감독 많지 않은데 감사하죠. ‘무뢰한’ 감독님도 스트레스받으며 찍어 주셔서 좋았어요(웃음).” 영화 스틸 이미지 첫 등장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관상’의 이정재, 곧 개봉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전도연의 첫 등장과 비견되는 인상적 ‘출현’이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표현과 동선, 어떻게 준비했을까. “시작하고 30분쯤 등장하죠. 영화 처음 볼 때 저도 언제 나오지? 언제 나오지? 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첫 등장은 물 흐르듯 ‘원 신 원 컷’으로 찍었어요. 인위적으로 하이 텐션(고강도 긴장) 가지고 하는 것보다, 사실 경훈이가 (케이블 기사인 척) ‘연기’하고 있는 거라 어색한 듯하면서 연극하는 것처럼 연기했죠. (공간이동 위해) 방에서 나올 때 한 번 끊었지만, 컷트 나누면 좀 너무 멋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한 호흡으로 찍었어요.” “긴장감 있기는 한데 좀 웃기기도 해야 했어요. 그걸 단번에 가야 하니까 찍기 전에 카메라랑 리허설 맞춰 보기는 했지만, 촬영은 한 번에 끝냈습니다. 미국영화 ‘미스 슬로운’과 장르는 다르고 그 긴장감까지는 아닌데, 거기서 로비스트인 주인공이 회의에서 프리젠테이션 하는 모습과 비슷한 점이 있죠. 한 번에 쭉 간다는 게 쉽진 않지만, 완성됐을 때 그 이음새가 다 맞춰졌을 때의 쾌감이 있으니까 그런 장면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영화 ‘클로젯’은 적절한 온도를 지킨다. 일정한 흐름, 선이 유연하게 유지되는데 ‘김광빈 감독의 연출선’이 눈으로 보이는 느낌이다. “처음엔 너무 사회고발적 느낌이 있지 않나 했어요. 연상원(하정우 분)의 딸 이나(허율 분)가 ‘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제거했어요. 영화 설정이지만, 그것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가혹하다는 판단이었죠. 많은 부분이 그랬어요. ‘그 선’에서 더 넘어가면 혐오감 들 수 있겠다는 기준이 있었고, 그래서 미니멈으로(최소화 해서) 극단적 선택을 했죠. 영화에 아이가 있다 보니 더한 잔인성은 가져가기 힘들었어요.” “퇴마 부분도 아이에 대해 직접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우리가 영화 초반에 한 얘기가, 초자연적 현상을 표현하는 데 중점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원인이고 해결도 문제를 만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통해 치료하는 데 초점 맞춰 가자는 거였고. 그러기로 했던 초반의 얘기를 영화 언론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다시 했어요. 사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잖아요.” 김남길의 설명은, ‘왜 영화가 더 무섭지 않아?’ ‘왜 영화가 더 자극적이지 않아?’라는 혹시 모를 의문에 대한 답이다. 귀신, 귀신에 의한 악행, 저주풀이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람에 의한 상처, 사람에 의한 화해와 해결, 그것이 ‘클로젯’이 지향했고 표현한 결과다. 배우 김남길 김남길에게 꼭 하고픈 질문이 있었다. 배우로서 스타의식이 없어 보이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영화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느낌이다. 콧대 세우지 않아서 좋은 점, 손해 보는 점은 뭔가요? “(한바탕 웃음. 가다듬고). 손해 보는 게 많아요. 왜 그런(콧대 세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느냐면. 나도 120점에서 시작하고 싶은데 그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100점은 아니더라도 70~80점짜리를 같이 힘 모아 만들어서 120점을 만들자 하는 생각으로 참여해 온 거예요. 그래서 120점을 만들면. (아쉬운 듯 희미한 웃음) 120점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200점으로 마무리되더라고요.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어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회의가 드는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게 힘들 때만 같이 하는 거예요.” “드라마 ‘선덕여왕’ 시청률 잘 나올 때 군대 갔어요. 다녀오니 환경이 바뀌었더라고요. 10년 뒤 다시 ‘열혈사제’ 했는데 또 시청률 잘 나왔어요. 정말 다행이죠. 단순히 책임감? 안 들 수 없죠, 선장으로서 가는 건데.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었어요, 옛날엔. 내가 하는 건 잘되겠지 하는 생각. 지금은 그중의 한 작품일 뿐인데…, 이젠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걸 알아요. 한두 작품으로 배우가 완성되지 않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건 천만! 시청률 대박! 욕심은 있죠. 그래야 배우에게 다음이 있고, 그래야 함께했던 스태프 분들이 잘되니까. 스태프 한 분이 어디 가서 ‘무뢰한’ 했다고 하면 인정해 주더라, 말하는 거 듣고 ‘이게 단순히 (성공 열매를) 배우 혼자 가져가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힘든 준비는 나누고 좋은 결과를 나누진 않는 환경. 아쉬움 속에,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 바친다’ ‘내가 하면 잘된다!’는 개똥철학을 이제는 내려놓았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결과를 나누는 제작현장이 있고, 작품의 성공이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에게 득이 되는 경험을 하며 배우 김남길은 여전히 자신을 찾아 주는 곳으로 달려가고 ‘선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매진하고 있다. 그게 김남길이다. 다만 매번 최선을 다하되,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다음이 있고 배우는 한두 작품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은 유의미하다. ‘클로젯’에서 공연한 하정우에게서도 들었던 다짐인데, 그것이 대중예술인으로 살며 건강한 정신을 놓치지 않는 길이다. 회의와 다짐, 그 정반합의 시간 속에서 김남길은 단단해지고 있다. “좋은 일 있으면 너무 기뻐하지 말아야지, 자제해요. 안 좋은 일 생기면 긍정적으로 대처하려 하고요. 잘되면 이만한 사랑 받아도 되나, 불안감이 있고. 상에 대한 부담은 갖고 가되 영광은 잊어버리려 해요. ‘지겨워, 그만해! 연기대상 탄 게 언제적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손사래를 치죠. 감사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고 잊어버리려는 노력이에요.” “영화 ‘클로젯’, 짧고 쉽고 편안해요. 개인적 욕심은 경훈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경훈이가 너무 사연 있고, 이렇게 성장해서 이렇게 됐다를 다 보여 주는 것은 영화로서 너무 일반적이죠.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과 보도들을 볼 때 영화 속 이나 사건과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현실로 살아가는 게 현실적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경훈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1분 1초도 고통에서 못 벗어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삶 속에서도 웃고 살잖아요. 그러니 굳이 경훈의 전사가 다 필요하진 않죠.” 영화 '클로젯' 촬영 현장. 왼쪽부터 김광빈 감독, 배우 하정우 그리고 김남길 “주변에 좋은 사람 많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게 힘을 줬어요. 조금 더 많이 내려놓아도 되겠구나, 생각하게 해 주었고요. 정우 형 비롯해서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더욱 중요한 건 자기의지에 의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삶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어려운 일 있는 분들 계시면 혼자 힘들어 마시고 우리 영화 보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홍종선 기자

[마주보기] ‘클로젯’ 김남길 “배우는 한두 작품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콧대’ 세우지 않는 스타배우 “작품의 성공은 스태프도 잘되는 길…나부터 열심”

홍종선 승인 2020.02.16 23:29 | 최종 수정 2020.03.13 14:13 의견 0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남길은 유연하다. 먼저 매체. 영화와 TV를 자유로이 오간다. 스크린, 안방극장 모두 제 집처럼 편하다. 그리고 연기. 드라마 ‘열혈사제’나 영화 ‘해적’에서 하늘을 나는 피터팬처럼 자유로이 유영한다. 영화 ‘무뢰한’이나 ‘살인자의 기억법’과 같이 정중동의 연기로 색깔을 바꾸는 것도 자연스럽다. 김남길이 다시 한번 피터팬이 됐다.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에서다.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김남길과 자리를 함께했다.

‘클로젯’에서 김남길이 만들어 낸 허경훈은 퇴마사다. 어미가 무당이었고, 아들은 제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추적하며 운명처럼 퇴마사가 되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어미 무당의 강렬한 굿판, 시작하고 30분은 지나야 등장하지만 일순간 스크린을 연극무대로 만들며 유연하게 놀아 제치는 모습이 눈길을 붙든다. 김남길 식 표현 속에서, 악귀를 달래는 영매의 피는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퇴마사로 인간미를 더했다.

“영화에는 오컬트(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현상)적 요소 있고, 상황은 심각하게 가는데 ‘나는 좀 그걸 풀어 주자’ 생각했어요. 사람은 같은 상황에 대해 똑같은 톤으로 반응하지는 않으니까요.”

허경훈에게선 마냥 인간미만 흐르지 않는다. 진심을 담아 퇴마의식을 할 때면 안광이 번뜩인다. 그동안 김남길 얼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각도와 표정도 스크린에 담겼다. 퇴마사가 되기 위한 특별한 준비, 눈빛이었을까. 김남길은 ‘안광’이라는 말에 웃었다.

“안광, 조명감독이 잘해 주셔서 그래요. 이번에 촬영감독, 조명감독께서 감정적인 걸 담고 싶다고 얘기하셨어요. 촬영감독께서 ‘내가 정서적인 걸 담아 보고 싶으니까’ 하면서 저의 얼굴을 앞뒤, 좌우, 위에서 아래서 보시더니 ‘카메라 가져 와’ 하며 신경 써서 찍어 주셨어요. 영화를 보니, 그 결과를 확인하니 ‘이런 신경을 써 주셨구나’ 더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자신의 얼굴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 준 촬영감독에 대한 감사가 보태졌다. 김남길은 개구쟁이다. 듣는 맛이 있는 그의 말은 결론은 다큐지만 과정은 예능일 때가 많다.

“아니 그럼, 그동안 감독들은?(웃음). 피부 자신감 없는데 더 젊을 때, 좋을 때 이렇게 담겼었으면 좋을 거 아냐.”

“물론 시간이 흘러서, 지금이 더 좋아서 이번에 이렇게 담기는구나 싶기도 하고. 여튼 애정 어리게 담으면 다르구나. (전화하는 손짓을 하며. 과거 작업했던 촬영감독들에게 전화를 건 거다) ‘야, 너네! 형! 이거 한번 봐봐. 나를 이렇게 찍어야지’.”

“농담이고요. 여태까지 했던 감독님들, 감정적인 것들을 따라가 주려는 감독님이 대부분이었어요. 미장센 등 생각하며 세트 다 보여주려 하기보다 감정을 따라가 주시는 그런 감독 많지 않은데 감사하죠. ‘무뢰한’ 감독님도 스트레스받으며 찍어 주셔서 좋았어요(웃음).”

영화 스틸 이미지

첫 등장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관상’의 이정재, 곧 개봉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전도연의 첫 등장과 비견되는 인상적 ‘출현’이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표현과 동선, 어떻게 준비했을까.

“시작하고 30분쯤 등장하죠. 영화 처음 볼 때 저도 언제 나오지? 언제 나오지? 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첫 등장은 물 흐르듯 ‘원 신 원 컷’으로 찍었어요. 인위적으로 하이 텐션(고강도 긴장) 가지고 하는 것보다, 사실 경훈이가 (케이블 기사인 척) ‘연기’하고 있는 거라 어색한 듯하면서 연극하는 것처럼 연기했죠. (공간이동 위해) 방에서 나올 때 한 번 끊었지만, 컷트 나누면 좀 너무 멋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한 호흡으로 찍었어요.”

“긴장감 있기는 한데 좀 웃기기도 해야 했어요. 그걸 단번에 가야 하니까 찍기 전에 카메라랑 리허설 맞춰 보기는 했지만, 촬영은 한 번에 끝냈습니다. 미국영화 ‘미스 슬로운’과 장르는 다르고 그 긴장감까지는 아닌데, 거기서 로비스트인 주인공이 회의에서 프리젠테이션 하는 모습과 비슷한 점이 있죠. 한 번에 쭉 간다는 게 쉽진 않지만, 완성됐을 때 그 이음새가 다 맞춰졌을 때의 쾌감이 있으니까 그런 장면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영화 ‘클로젯’은 적절한 온도를 지킨다. 일정한 흐름, 선이 유연하게 유지되는데 ‘김광빈 감독의 연출선’이 눈으로 보이는 느낌이다.

“처음엔 너무 사회고발적 느낌이 있지 않나 했어요. 연상원(하정우 분)의 딸 이나(허율 분)가 ‘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제거했어요. 영화 설정이지만, 그것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가혹하다는 판단이었죠. 많은 부분이 그랬어요. ‘그 선’에서 더 넘어가면 혐오감 들 수 있겠다는 기준이 있었고, 그래서 미니멈으로(최소화 해서) 극단적 선택을 했죠. 영화에 아이가 있다 보니 더한 잔인성은 가져가기 힘들었어요.”

“퇴마 부분도 아이에 대해 직접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우리가 영화 초반에 한 얘기가, 초자연적 현상을 표현하는 데 중점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원인이고 해결도 문제를 만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통해 치료하는 데 초점 맞춰 가자는 거였고. 그러기로 했던 초반의 얘기를 영화 언론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다시 했어요. 사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잖아요.”

김남길의 설명은, ‘왜 영화가 더 무섭지 않아?’ ‘왜 영화가 더 자극적이지 않아?’라는 혹시 모를 의문에 대한 답이다. 귀신, 귀신에 의한 악행, 저주풀이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람에 의한 상처, 사람에 의한 화해와 해결, 그것이 ‘클로젯’이 지향했고 표현한 결과다.

배우 김남길

김남길에게 꼭 하고픈 질문이 있었다. 배우로서 스타의식이 없어 보이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영화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느낌이다. 콧대 세우지 않아서 좋은 점, 손해 보는 점은 뭔가요?

“(한바탕 웃음. 가다듬고). 손해 보는 게 많아요. 왜 그런(콧대 세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느냐면. 나도 120점에서 시작하고 싶은데 그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100점은 아니더라도 70~80점짜리를 같이 힘 모아 만들어서 120점을 만들자 하는 생각으로 참여해 온 거예요. 그래서 120점을 만들면. (아쉬운 듯 희미한 웃음) 120점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200점으로 마무리되더라고요.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어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회의가 드는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게 힘들 때만 같이 하는 거예요.”

“드라마 ‘선덕여왕’ 시청률 잘 나올 때 군대 갔어요. 다녀오니 환경이 바뀌었더라고요. 10년 뒤 다시 ‘열혈사제’ 했는데 또 시청률 잘 나왔어요. 정말 다행이죠. 단순히 책임감? 안 들 수 없죠, 선장으로서 가는 건데.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었어요, 옛날엔. 내가 하는 건 잘되겠지 하는 생각. 지금은 그중의 한 작품일 뿐인데…, 이젠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걸 알아요. 한두 작품으로 배우가 완성되지 않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건 천만! 시청률 대박! 욕심은 있죠. 그래야 배우에게 다음이 있고, 그래야 함께했던 스태프 분들이 잘되니까. 스태프 한 분이 어디 가서 ‘무뢰한’ 했다고 하면 인정해 주더라, 말하는 거 듣고 ‘이게 단순히 (성공 열매를) 배우 혼자 가져가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힘든 준비는 나누고 좋은 결과를 나누진 않는 환경. 아쉬움 속에,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 바친다’ ‘내가 하면 잘된다!’는 개똥철학을 이제는 내려놓았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결과를 나누는 제작현장이 있고, 작품의 성공이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에게 득이 되는 경험을 하며 배우 김남길은 여전히 자신을 찾아 주는 곳으로 달려가고 ‘선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매진하고 있다. 그게 김남길이다. 다만 매번 최선을 다하되,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다음이 있고 배우는 한두 작품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은 유의미하다. ‘클로젯’에서 공연한 하정우에게서도 들었던 다짐인데, 그것이 대중예술인으로 살며 건강한 정신을 놓치지 않는 길이다. 회의와 다짐, 그 정반합의 시간 속에서 김남길은 단단해지고 있다.

“좋은 일 있으면 너무 기뻐하지 말아야지, 자제해요. 안 좋은 일 생기면 긍정적으로 대처하려 하고요. 잘되면 이만한 사랑 받아도 되나, 불안감이 있고. 상에 대한 부담은 갖고 가되 영광은 잊어버리려 해요. ‘지겨워, 그만해! 연기대상 탄 게 언제적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손사래를 치죠. 감사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고 잊어버리려는 노력이에요.”

“영화 ‘클로젯’, 짧고 쉽고 편안해요. 개인적 욕심은 경훈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경훈이가 너무 사연 있고, 이렇게 성장해서 이렇게 됐다를 다 보여 주는 것은 영화로서 너무 일반적이죠.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과 보도들을 볼 때 영화 속 이나 사건과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현실로 살아가는 게 현실적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경훈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1분 1초도 고통에서 못 벗어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삶 속에서도 웃고 살잖아요. 그러니 굳이 경훈의 전사가 다 필요하진 않죠.”

영화 '클로젯' 촬영 현장. 왼쪽부터 김광빈 감독, 배우 하정우 그리고 김남길

“주변에 좋은 사람 많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게 힘을 줬어요. 조금 더 많이 내려놓아도 되겠구나, 생각하게 해 주었고요. 정우 형 비롯해서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더욱 중요한 건 자기의지에 의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삶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어려운 일 있는 분들 계시면 혼자 힘들어 마시고 우리 영화 보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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