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 사망사고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안전관리 불량 사업장’으로 지정돼 정부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최근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정기보수 현장을 방문해 '안전경영'을 강조했다. 앞서 올해만 4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의식한 행보인 셈이다. 특히 안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이례적으로 재빠른 조선사업부문 ‘수장교체’와 ‘현장 방문’ 등 책임 외면과 생색내기에 불과한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안전관리 매우 불량”…노동부, 하청 노동자 보호 의무 위반 적발 올해 들어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선임하고 안전 대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수 부사장은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최근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정기보수 현장을 방문해 '안전경영'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대산공장 현장 방문에서 "잇따른 현대중공업의 중대 재해로 지역 사회는 물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기존의 안전대책이 실효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회장의 ‘기존의 안전대책’을 둘러싸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현대중공업의 사건 사고는 올해뿐 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74년 창사 이래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46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0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와 노조 자료를 분석해 회사 산재사망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중공업이 세워진 1974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550개월 동안 매달 0.8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져 총 466명에 달했다. 특히 2014년에는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5년 7명, 2016년 1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망 재해·산재 은폐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기업’ 명단에서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를 발생시킨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해 역시 벌써 4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2월 22일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으며 지난달 21일 현대중공업 소속 50대 근로자 1명이 대형 문에 끼여 숨졌고, 같은 달 16일에도 이 회사 소속 40대 근로자가 유압 작동문에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세 번째 사망사고 직후 회사 측은 안전 대토론회를 열고 표준작업지도서를 보완하는 등 전사적 안전 재점검에 나설 것이라는 발표를 뒤로하고 지난 21일 하청업체 근로자 한 명이 작업 중 질식사 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사고가 반복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1∼20일 특별근로감독을 벌였으며, 종료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근로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특별관리’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28일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가 매우 불량하다고 보고 특별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고강도 밀착 관리와 더불어 현대중공업이 직접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 외부에 공개하도록 했다. 특히 노동부는 지난 특별감독에서 현대중공업의 하청 노동자 보호 의무 위반도 적발했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 있는 자를 엄중 처벌해 안전 경영을 위한 경각심을 제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선임하고 안전 대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노조 “회사가 중대사고 은폐·조작”…청와대 국민청원 “사업주 강력한 처벌” 권 회장의 사과를 뒤로하고 회사 측의 중대 사고에 대한 은폐 의혹이 제기돼 또다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지난달 20일 "회사가 특수선사업부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수선사업부에서 한 조합원이 유압 작동문에 머리와 경추가 끼이는 사고를 당해 위중한 상태"라며 "그런데 회사는 사고의 은폐·조작에 몰두하며 안전불감증과 생산 제일주의에 빠진 민낯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관리자들은 일일 작업 지시서를 조작하고, 표준작업 지도서에 없는 내용을 사고 후에 추가로 삽입해 관리 책임을 면하려 했다"면서 "지연된 작업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해당 조합원을 배치해 무리한 작업을 한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월 조선사업부에서 하청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또다시 중대성 사고가 발생했는데 회사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법으로 보장된 개인의 작업 중지권을 활용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해 나갈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달 20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에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이라며 “회사는 안전을 강화하는 비용보다 사고 처리 비용이 적게 들기에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노동자가 사고로 생명을 잃을 경우 회사가 뒤집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기업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현대중공업의 잇단 사고와 관련해 “올해 들어 벌써 4명의 노동자가 죽임을 당했다”면서 “작업자가 현장에 출근했던 모습 그대로 안전하게 퇴근하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바람인가.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작업자를 고용한 사업주를 구속 수사해 강력한 처벌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앞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라는 식의 순간을 모면하는 해결방안으로는 위험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다음순서만을 기다리는 작업자들의 죽음의 그림자가 계속 드리워 질 것”이라고 강력한 처벌을 재차 요구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세계 일류 기업답게 노동자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 하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가 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갑 현대重 회장, 책임론 외면… 뒷북 안전경영 강조 도마 위

현대중공업 올해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에 뒷북 수습
노조 "중대사고 은폐"…노동부 "안전관리 매우 불량"

김명신 기자 승인 2020.05.28 15:46 의견 1

잇단 산재 사망사고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안전관리 불량 사업장’으로 지정돼 정부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최근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정기보수 현장을 방문해 '안전경영'을 강조했다. 앞서 올해만 4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의식한 행보인 셈이다. 특히 안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이례적으로 재빠른 조선사업부문 ‘수장교체’와 ‘현장 방문’ 등 책임 외면과 생색내기에 불과한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안전관리 매우 불량”…노동부, 하청 노동자 보호 의무 위반 적발

올해 들어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선임하고 안전 대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수 부사장은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최근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정기보수 현장을 방문해 '안전경영'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대산공장 현장 방문에서 "잇따른 현대중공업의 중대 재해로 지역 사회는 물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기존의 안전대책이 실효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회장의 ‘기존의 안전대책’을 둘러싸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현대중공업의 사건 사고는 올해뿐 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74년 창사 이래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46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0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와 노조 자료를 분석해 회사 산재사망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중공업이 세워진 1974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550개월 동안 매달 0.8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져 총 466명에 달했다.

특히 2014년에는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5년 7명, 2016년 1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망 재해·산재 은폐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기업’ 명단에서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를 발생시킨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해 역시 벌써 4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2월 22일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으며 지난달 21일 현대중공업 소속 50대 근로자 1명이 대형 문에 끼여 숨졌고, 같은 달 16일에도 이 회사 소속 40대 근로자가 유압 작동문에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세 번째 사망사고 직후 회사 측은 안전 대토론회를 열고 표준작업지도서를 보완하는 등 전사적 안전 재점검에 나설 것이라는 발표를 뒤로하고 지난 21일 하청업체 근로자 한 명이 작업 중 질식사 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사고가 반복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1∼20일 특별근로감독을 벌였으며, 종료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근로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특별관리’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28일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가 매우 불량하다고 보고 특별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고강도 밀착 관리와 더불어 현대중공업이 직접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 외부에 공개하도록 했다.

특히 노동부는 지난 특별감독에서 현대중공업의 하청 노동자 보호 의무 위반도 적발했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 있는 자를 엄중 처벌해 안전 경영을 위한 경각심을 제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선임하고 안전 대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노조 “회사가 중대사고 은폐·조작”…청와대 국민청원 “사업주 강력한 처벌”

권 회장의 사과를 뒤로하고 회사 측의 중대 사고에 대한 은폐 의혹이 제기돼 또다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지난달 20일 "회사가 특수선사업부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수선사업부에서 한 조합원이 유압 작동문에 머리와 경추가 끼이는 사고를 당해 위중한 상태"라며 "그런데 회사는 사고의 은폐·조작에 몰두하며 안전불감증과 생산 제일주의에 빠진 민낯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관리자들은 일일 작업 지시서를 조작하고, 표준작업 지도서에 없는 내용을 사고 후에 추가로 삽입해 관리 책임을 면하려 했다"면서 "지연된 작업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해당 조합원을 배치해 무리한 작업을 한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월 조선사업부에서 하청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또다시 중대성 사고가 발생했는데 회사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법으로 보장된 개인의 작업 중지권을 활용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해 나갈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달 20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에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이라며 “회사는 안전을 강화하는 비용보다 사고 처리 비용이 적게 들기에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노동자가 사고로 생명을 잃을 경우 회사가 뒤집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기업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현대중공업의 잇단 사고와 관련해 “올해 들어 벌써 4명의 노동자가 죽임을 당했다”면서 “작업자가 현장에 출근했던 모습 그대로 안전하게 퇴근하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바람인가.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작업자를 고용한 사업주를 구속 수사해 강력한 처벌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앞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라는 식의 순간을 모면하는 해결방안으로는 위험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다음순서만을 기다리는 작업자들의 죽음의 그림자가 계속 드리워 질 것”이라고 강력한 처벌을 재차 요구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세계 일류 기업답게 노동자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 하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가 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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