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협하는 결핵균 예방을 위해 국가에서는 신생아 대상 결핵 백신 비시지(BCG) 필수 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핵은 성인에게도 위험한 질병이지만 신생아 등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탓에 신생아시기에 필수로 예방 백신을 접종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였으며 그로 인한 사망률 또한 1위였다. 필수로 접종인 만큼 과거 일회용 주사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는 주삿바늘을 불에 소독해 접종했다. 그 때문에 비시지 주사는 일명 ‘불주사’로 불린다. 무시무시한 별칭을 가졌으나 건강과 직결된 만큼 필수적으로 접종해야하는 백신이다.  최근 해당 백신을 독점 수입해 보건소 등에 공급하는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접종에 어려움을 겪는 사태가 발생해 공분을 샀다. 한국백신에서 판매하는 경피용 건조 비씨지 백신(자료=한국백신 홈페이지) 한국백신은 관수용 비시지 백신 독점 수입권을 가진 의약품 도매업체다. 국내에서는 해당 백신을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려면 국가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통상 약 3년의 시간과 6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단, 관수용으로 허가를 받을 때는 훨씬 절차가 수월해진다.  국가가 운영하는 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사용될 백신을 수입할 수 있는 허가다. 한국백신은 해당 허가를 받아 비시지 백신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에 필수적인 백신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로써 자긍심을 가지고 깨끗하게 진행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욕심이 과해지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비시지 백신은 피내용(주사형)과 경피용(도장형)으로 나뉘는데, 주사형이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제품으로 주사기로 주입해 접종한다. 도장형은 피부에 약물을 묻힌 다음 9개의 바늘이 달린 주사도구를 이용해 강하게 누르는 형식이다. 주사형에 비해 도장형이 피부에 흉터가 적게 남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으나 비소 검출 등 부작용 이슈가 나오며 안전성 우려가 높아졌다. 가격도 30배가량이나 비싸 국가에서 무료접종으로 제공하기엔 국고에 상당한 부담이 가중됐다. 피내용 및 경피용 비시지 백신 접종 방법 비교(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안전성이 보장된 주사형 백신을 수입하면 되지만 한국백신 최덕호 대표의 욕심으로 인해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업체는 질병관리본부에는 일본 측 물량 부족으로 주사형 백신 수급이 어렵다고 보고했지만 뒤로는 일본 측에 해당 백신 주문을 취소하는 등 의도적으로 도장형 백신만을 수입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부터 약 3년간 국내에는 주사형 비시지 백신이 부족해 접종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방식으로 도장형 비시지 백신을 임시 NIP 대상으로 지정되게 했다. NIP 대상으로 지정되면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을 제공하게 된다. 그 후 백신입찰 과정에서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세워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다. 그렇게 국가예산 92억원을 편취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 도매업체는 이들에게 해당 백신을 구매해 일반 병의원에 판매하게 된다. 이 같은 점을 이용해 한국백신 측은 도매업체들에게서 뒷돈을 받은 혐의도 있다. 뒷돈까지 쓰며 백신을 공급 받는 도매업체들은 또 중간 판매상 역할을 해주겠다는 제약사가 있어야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LG생명과학 직원에게도 금품을 제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서로 검은돈을 주고받은 업체들에 대해선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의 처벌이 이뤄졌다. 벌은 다 받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모든 게 해결된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한국백신이 여전히 독점 수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몇 년 간 신생아 결핵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야기하고, 국가 예산 92억 원이나 부당으로 편취했던 죄를 모두 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인애의 뒷담화] 신생아 생명 위협한 한국백신과 최덕호 대표, 비시지 독점 수입권 유지…왜?

단순 돈 욕심 넘어선 신생아 백신 관련 비리

이인애 기자 승인 2020.06.11 16:22 의견 0

생명을 위협하는 결핵균 예방을 위해 국가에서는 신생아 대상 결핵 백신 비시지(BCG) 필수 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핵은 성인에게도 위험한 질병이지만 신생아 등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탓에 신생아시기에 필수로 예방 백신을 접종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였으며 그로 인한 사망률 또한 1위였다. 필수로 접종인 만큼 과거 일회용 주사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는 주삿바늘을 불에 소독해 접종했다. 그 때문에 비시지 주사는 일명 ‘불주사’로 불린다. 무시무시한 별칭을 가졌으나 건강과 직결된 만큼 필수적으로 접종해야하는 백신이다. 

최근 해당 백신을 독점 수입해 보건소 등에 공급하는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접종에 어려움을 겪는 사태가 발생해 공분을 샀다.

한국백신에서 판매하는 경피용 건조 비씨지 백신(자료=한국백신 홈페이지)


한국백신은 관수용 비시지 백신 독점 수입권을 가진 의약품 도매업체다. 국내에서는 해당 백신을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려면 국가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통상 약 3년의 시간과 6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단, 관수용으로 허가를 받을 때는 훨씬 절차가 수월해진다. 

국가가 운영하는 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사용될 백신을 수입할 수 있는 허가다. 한국백신은 해당 허가를 받아 비시지 백신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에 필수적인 백신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로써 자긍심을 가지고 깨끗하게 진행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욕심이 과해지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비시지 백신은 피내용(주사형)과 경피용(도장형)으로 나뉘는데, 주사형이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제품으로 주사기로 주입해 접종한다. 도장형은 피부에 약물을 묻힌 다음 9개의 바늘이 달린 주사도구를 이용해 강하게 누르는 형식이다. 주사형에 비해 도장형이 피부에 흉터가 적게 남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으나 비소 검출 등 부작용 이슈가 나오며 안전성 우려가 높아졌다.

가격도 30배가량이나 비싸 국가에서 무료접종으로 제공하기엔 국고에 상당한 부담이 가중됐다.

피내용 및 경피용 비시지 백신 접종 방법 비교(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안전성이 보장된 주사형 백신을 수입하면 되지만 한국백신 최덕호 대표의 욕심으로 인해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업체는 질병관리본부에는 일본 측 물량 부족으로 주사형 백신 수급이 어렵다고 보고했지만 뒤로는 일본 측에 해당 백신 주문을 취소하는 등 의도적으로 도장형 백신만을 수입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부터 약 3년간 국내에는 주사형 비시지 백신이 부족해 접종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방식으로 도장형 비시지 백신을 임시 NIP 대상으로 지정되게 했다. NIP 대상으로 지정되면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을 제공하게 된다. 그 후 백신입찰 과정에서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세워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다. 그렇게 국가예산 92억원을 편취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 도매업체는 이들에게 해당 백신을 구매해 일반 병의원에 판매하게 된다. 이 같은 점을 이용해 한국백신 측은 도매업체들에게서 뒷돈을 받은 혐의도 있다. 뒷돈까지 쓰며 백신을 공급 받는 도매업체들은 또 중간 판매상 역할을 해주겠다는 제약사가 있어야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LG생명과학 직원에게도 금품을 제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서로 검은돈을 주고받은 업체들에 대해선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의 처벌이 이뤄졌다. 벌은 다 받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모든 게 해결된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한국백신이 여전히 독점 수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몇 년 간 신생아 결핵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야기하고, 국가 예산 92억 원이나 부당으로 편취했던 죄를 모두 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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