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보시는 분들이 맞는 거죠” 당당함의 대명사인 김혜수답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을 중심으로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 김혜수가 조직의 2인자로 출연하며 여성 느와르의 신세계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미옥’은 막상 뚜껑을 여니 달랐다. 기대와 다른 혹평에도 김혜수은 담담했고 그 평가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현정이 가진 다 버리고 가고 싶은 욕망에 끌렸어요. 예상하지 못한 아이라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지 그게 모성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전 현정의 욕망은 일관되고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모성을 이 여자가 결정적인 선택을 하는 장치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건 우리가 잘못한 거죠”   혹평에 시달리고 있을지라도 ‘미옥’ 속 김혜수는 빛났고 그의 도전은 놀라웠다. 김혜수는 표면적으론 뷰티살롱을 운영하지만 조직의 2인자인 현정을 표현하기 위해 금발로 파격변신을 했다. 최후의 신에선 강렬한 빨간색 악어 가죽코트를 입고 등장하는데 이 마저도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설정으로 선택한 것이다. 머리부터 의상까지 캐릭터를 위해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현정이라는 인물은 자기가 생각하는 걸 드러내지 않아요. 그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제안한 헤어 디자인이었어요. 컬러에 대해선 좀 더 고민했죠. 이미 두드러진 스타일이잖아요. 최종 고민 끝에 감독이 결정했는데 현정이 움직이는 공간에서 흡수할 수 있는 색까지 염두에 둔 것 같아요.” 액션 역시 김혜수에게 도전이었다. 데뷔한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액션 연기는 처음이다. 극 중 나현정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위해 수많은 조직의 남성들과 피를 튀기며 싸우는데 김혜수의 우아한 몸짓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김혜수는 그 모든 공을 무술팀에게 돌렸다. “액션에 취약해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무술감독은 기본부터 다지기 보단 촬영 전에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득이하게 일정이 안돼서 현장에서 한 건데 잘 나온 건 제 능력이 아니라 우리 무술팀이 훌륭해서죠. 전 초보라서 어떻게 할 능력이 안돼요. 액션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게 고작 처음 했어요. 액션을 경험하신 분들이 보시기엔 코웃음 쳤을 것 같아요”   ■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 끊임없이 했죠” 김혜수가 현정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건 모든 걸 버리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30여년을 톱스타로 살아온 김혜수는 그런 현정에게 공감대를 느꼈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이와 맞닿아 있었다. “제가 마음이 끌린 건 직업적인 것의 연장선이었어요. 일을 끊임없이 하면서 도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나요. 진지하게 다가올 때도 있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내가 가진 포지션에 비해 역량이 부족해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고. 내가 정말 배우로 이 직업을 하고 있는 게 맞나하는 그런 고민이죠. 당장 때려치우겠다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끊임없이 한 생각이에요. 그렇게 부족하다고 생각해도 좋은 작품이 오면 용기를 내고. 그 반복이죠” 그런 고민 속에서 김혜수는 연예인이지만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히고 사랑받고 있다. “오래 본 사람에 대한 동질감 아닐까요”라며 겸손함을 내비친 김혜수는 특히 남성 중심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영화계에선 독보적 캐릭터와 존재감을 갖춘 배우이기 때문에 여자 후배들에게 중요한 존재다. “단지 여배우가 할 역할이 없다? 현실적으로 그렇죠. 근데 사실 굉장히 가능성이 있고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업 영화에서 대두되는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작품은 많이 없지만 작은 영화에선 시도를 하고 있고 완성도가 좋았던 작품도 있어요. 단지 ‘여자를 써주세요’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고 캐릭터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필요하냐는 문제에요. 비중, 분량, 크기가 아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캐릭터가 중요해요. 그런 게 쌓이다 보면 좀 더 다른 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자 캐릭터 많죠. 근데 반복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것도 짚을 필요가 있어요” 긴 세월동안 많은 작품을 해 온 김혜수는 여럿 캐릭터를 통해 배우고 경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 경험 속에서도 극 중 미옥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듯 스스로에 대한 순도를 지켜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미옥처럼 목숨 걸 상황은 없지만 지키고 싶은 건 많죠. 그 중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제 순도를 지키고 싶어요. 경험치랑 순도는 다른 문제에요. 순도는 지키려는 의도가 있어야 지킬 수 있어요. 노력도 해야 하고. 인간적으로, 배우로서도 물론 지키고 싶어요”

‘미옥’ 김혜수 “배우라는 직업, 끊임없이 고민”

한유정 기자 승인 2017.11.14 13:56 | 최종 수정 2135.09.28 00:00 의견 0
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보시는 분들이 맞는 거죠”

당당함의 대명사인 김혜수답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을 중심으로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 김혜수가 조직의 2인자로 출연하며 여성 느와르의 신세계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미옥’은 막상 뚜껑을 여니 달랐다. 기대와 다른 혹평에도 김혜수은 담담했고 그 평가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현정이 가진 다 버리고 가고 싶은 욕망에 끌렸어요. 예상하지 못한 아이라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지 그게 모성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전 현정의 욕망은 일관되고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모성을 이 여자가 결정적인 선택을 하는 장치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건 우리가 잘못한 거죠”

 

혹평에 시달리고 있을지라도 ‘미옥’ 속 김혜수는 빛났고 그의 도전은 놀라웠다. 김혜수는 표면적으론 뷰티살롱을 운영하지만 조직의 2인자인 현정을 표현하기 위해 금발로 파격변신을 했다. 최후의 신에선 강렬한 빨간색 악어 가죽코트를 입고 등장하는데 이 마저도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설정으로 선택한 것이다. 머리부터 의상까지 캐릭터를 위해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현정이라는 인물은 자기가 생각하는 걸 드러내지 않아요. 그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제안한 헤어 디자인이었어요. 컬러에 대해선 좀 더 고민했죠. 이미 두드러진 스타일이잖아요. 최종 고민 끝에 감독이 결정했는데 현정이 움직이는 공간에서 흡수할 수 있는 색까지 염두에 둔 것 같아요.”

액션 역시 김혜수에게 도전이었다. 데뷔한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액션 연기는 처음이다. 극 중 나현정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위해 수많은 조직의 남성들과 피를 튀기며 싸우는데 김혜수의 우아한 몸짓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김혜수는 그 모든 공을 무술팀에게 돌렸다.

“액션에 취약해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무술감독은 기본부터 다지기 보단 촬영 전에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득이하게 일정이 안돼서 현장에서 한 건데 잘 나온 건 제 능력이 아니라 우리 무술팀이 훌륭해서죠. 전 초보라서 어떻게 할 능력이 안돼요. 액션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게 고작 처음 했어요. 액션을 경험하신 분들이 보시기엔 코웃음 쳤을 것 같아요”

 

■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 끊임없이 했죠”

김혜수가 현정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건 모든 걸 버리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30여년을 톱스타로 살아온 김혜수는 그런 현정에게 공감대를 느꼈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이와 맞닿아 있었다.

“제가 마음이 끌린 건 직업적인 것의 연장선이었어요. 일을 끊임없이 하면서 도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나요. 진지하게 다가올 때도 있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내가 가진 포지션에 비해 역량이 부족해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고. 내가 정말 배우로 이 직업을 하고 있는 게 맞나하는 그런 고민이죠. 당장 때려치우겠다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끊임없이 한 생각이에요. 그렇게 부족하다고 생각해도 좋은 작품이 오면 용기를 내고. 그 반복이죠”

그런 고민 속에서 김혜수는 연예인이지만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히고 사랑받고 있다. “오래 본 사람에 대한 동질감 아닐까요”라며 겸손함을 내비친 김혜수는 특히 남성 중심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영화계에선 독보적 캐릭터와 존재감을 갖춘 배우이기 때문에 여자 후배들에게 중요한 존재다.

“단지 여배우가 할 역할이 없다? 현실적으로 그렇죠. 근데 사실 굉장히 가능성이 있고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업 영화에서 대두되는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작품은 많이 없지만 작은 영화에선 시도를 하고 있고 완성도가 좋았던 작품도 있어요. 단지 ‘여자를 써주세요’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고 캐릭터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필요하냐는 문제에요. 비중, 분량, 크기가 아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캐릭터가 중요해요. 그런 게 쌓이다 보면 좀 더 다른 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자 캐릭터 많죠. 근데 반복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것도 짚을 필요가 있어요”

긴 세월동안 많은 작품을 해 온 김혜수는 여럿 캐릭터를 통해 배우고 경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 경험 속에서도 극 중 미옥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듯 스스로에 대한 순도를 지켜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미옥처럼 목숨 걸 상황은 없지만 지키고 싶은 건 많죠. 그 중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제 순도를 지키고 싶어요. 경험치랑 순도는 다른 문제에요. 순도는 지키려는 의도가 있어야 지킬 수 있어요. 노력도 해야 하고. 인간적으로, 배우로서도 물론 지키고 싶어요”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