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서점(사진=사적인서점 sns)
‘햄릿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며 갈등한 햄릿처럼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선택 장애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큐레이터에서 파생된 단어인 큐레이션은 목적에 따라 콘텐츠를 분류하고 추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편집자주-
[뷰어스=한유정 기자] #1. 27세 직장인 여성 A씨는 최근 개인 맞춤형 책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적인 서점’을 이용했다. ‘사적인 서점’은 책 마스터가 손님과 상담을 진행한 뒤 손님의 성격과 취향을 분석해 책을 직접 추천해준다. 평소 ‘멜론’의 ‘포유’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A씨는 ‘사적인 서점’을 이용한 이유를 묻자 “나만의 맞춤형 책이 궁금해서 상담을 받았는데 독서습관과 현재 상태 등을 잘 조합해서 책을 추천해줬다. 책을 받기 전엔 설레는 감정이 들었고 누군가 내 말을 다 들어주면서 힐링이 됐다. 심리상담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2. 26세 여성 B씨는 요즘 ‘왓챠’를 통해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왓챠’는 이용자가 관람한 영화와 별점 등을 통해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준다. ‘왓챠’가 골라주는 작품을 70~80% 정도 신뢰한다며 B씨는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쉽게 고를 수 있는데 특히 사전 정보가 많이 없는 경우에는 더 효과적이다. 괜히 돈 낭비, 시간낭비 안 해도 되고 실패할 확률도 줄일 수 있다. 다만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라도 예상 별점이 낮으면 괜히 선입견이 생기곤 한다. 너무 맹신하다간 좋은 영화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전했다.
진흙 속에 숨어있는 진주를 찾아낼 수 있는 큐레이션. ‘큐레이션의 시대’의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는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막대한 양의 정보가 유동하는 가운데, 정보 그 자체의 가치만큼이나 정보를 필터링하는 큐레이션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흘러넘치는 정보 가운데에서 나한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 이용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음원사이트 중에서 ‘멜론’이 일찍이 큐레이션 서비스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오랜 시간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룬 회사였기 가능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이 이용을 하면서 데이터가 있었고 회사 자체적으로도 이런 빅데이터가 중요한 가치라는 잠재력을 봤다. 또 우리나라의 무선 네트워크가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에 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개편했다. 음악을 해온 회사였기 때문에 가진 전문성과 노하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레이지(사진=카카오 제공)
콘텐츠만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레이지’를 제공하는 카카오 관계자는 “‘레이지’의 기획 의도는 개개인만다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가 있는데 검색하는 것보다 그런 수고 없이 한 번에 볼 수 있어 시간과 불편을 없애주자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큐레이션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심리에 대해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최근 정보 과부하라고 할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에 시달린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만족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적이라는 게 대두가 되고 있다. 최적의 조합을 찾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정보 과부하 상태와 햄릿증후군 소비자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멜론 포유(사진=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 큐레이션의 시대, 소비패턴도 변할까
#3. 30대 직장인 C씨는 최근 음원사이트에서 큐레이션 기능을 접했다. 평소 직접 선곡한 노래를 들었던 C씨는 큐레이션으로 선곡된 추천곡을 보고 의아함이 들었다. 과연 내 취향이 맞는 건가. ‘라라랜드’ OST를 들었더니 이후에 드라마, 영화 OST가 잔뜩 등장했다. 큐레이션으로 새로운 취향을 찾는 건 무리인가.
큐레이션 서비스들은 개인의 이용 패턴을 분석한다. 그러다 보니 편향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개인의 취향이긴 하지만 다양성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를 통한 선입견이 생기기도 한다. ‘필터버블’ 현상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필터 버블’은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는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큐레이션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은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더 많은 정보가 쌓일수록 큐레이션이 정확하게 진단된다. 로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데이터의 양을 수치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멜론은 2004년부터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서버에 축적한 상황이다. 아무래도 이용자가 많다 보니 다양한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며 “멜론의 큐레이션은 개인화 큐레이션과 한가지방향으로 흘러가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멜론 DJ’ 서비스처럼 다른 사용자가 추천해주는 방안이 있다. 이용이 많을수록 정교하다. 여러 변수를 이용하는 정보가 쌓여야 분석도 정교화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준영 교수는 “큐레이션의 정확도를 위해선 내부 알고리즘을 개선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발전되면 편향되지 않게 최적화를 찾아줄 것이다. 아직은 발전단계라 보완이 필요하다”며 “요즘은 1인가구가 많아지고 효율적으로 소비를 하려고 한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쇼핑 시간을 절약해주고 편리함을 줄 수 있다. 1인가구가 많아지면 편리함과 효율성을 증대시켜줄 수 있는 이런 서비스가 자리를 잡는다. 단점을 보완하고 효율성을 강화한다면 다른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