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문화재단 연극 ‘묵적지수’의 모의 전쟁 장면에서 묵적이 땅굴을 파 항아리를 묻는 모습이 그려진다. 병사들은 항아리에 울리는 공명을 통해 적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움직여 결국 승리한다. ‘묵적지수’는 관객들에게 이 같은 공명을 울린다. 바로 베리어 프리, 젠더 프리 캐스팅, 그리고 배우의 연령 위계질서를 무너트려 극의 색을 더욱 짙게 나타낸 것이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던 시대, 묵적이 초나라로 향해 모의 전쟁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목적지수’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극을 색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한 셈이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 ‘묵적지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전막 공연이 예정이었으나, 공연 도중 배우 경지은의 부상으로 인해 하이라이트 시연으로 진행됐으며. 서민준 작가와 이래은 연출이 자리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묵적지수’ 배우들의 움직임은 유독 크다. 무대에 오른 배우의 과장된 몸짓이 아니라, 수화를 연상케 하는 손동작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이래은 연출은 “워낙 많은 시각 정보가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일 수 있는 다른 몸을 더 확장해서 쓰는 방법을 생각해서 손동작을 더 넣었다”고 밝혔다. 극 초반부터 배우들은 무대를 하염없이 뛴다. 몇 바퀴를 돌고 또 돈다. 후반에는 배우들이 각자의 동작에 임하며 무대를 누빈다. 이에 대해 이 연출은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싸울 필요 없는 사람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서로 활을 겨누는 것이 전쟁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사, 병력 캐스팅이 작은 역에 소비되지 않았으면 했다. 작은 역할에 소비되지 않고 주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병사가 될 수 있게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과연 무엇일까, 창작자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우리는 전쟁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왜 전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얘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출은 “권력자들에 의해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묵과가 돼서 알리고.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극 속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묵적지수’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원형 무대에서 펼쳐진다. 극이 진행되면서 ‘실’이 등장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이 연출은 “원형 무대는 배우의 앞모습 뿐 아니라 뒷모습도 볼 수 있다. 내가 이쪽 볼 때 상대 배우의 보이지 않는 표정을 관객석 관객들의 표정을 보고 알수있게 하고 싶었다. 잘 그려진 그림을 서로 보는 행위 자체가 지금 필요한 감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휠체어를 타고 온 관객들이 편하게 극을 즐길 수 있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에 대해서는 “직접 싸우는 사람들의 몸, 운동성을 공간의 자국에 남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고, 배우들이 직접 실을 걸고 관객석을 지나가 전쟁의 자국 속에 들어가게 구성하는 방식을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연출은 “전쟁은 유의적인 성격이나 전술의 재미로 소비돼 오지 않았나. 전쟁을 직접 치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전술에 의해 땅의 경계가 바뀌거나 하는 전투신이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작품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특히 이래은 연출은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등장인물이 모두 남자였다”라며 “전쟁을 한다면 그걸 공격적으로 막아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미투와 성폭력, 여배우들이 생각났다”라고 젠더프리 캐스팅을 한 이유를 말했다. ‘묵적지수’에는 ‘왕=남자배우’가 아니라, 여배우가 초왕을 임하며, ‘궁녀=여배우’가 아니라 남자배우가 궁녀를 맡기도 한다. 병사 역할도 여배우와 남자배우가 함께 분한다. 이 연출은 “극 속에서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역할에 제한이 있는 여성이 아니라 여성을 다양한 역할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게 창작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대학로 연극계에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서민준 작가는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기록에 따르면 이름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젠더프리 캐스팅 제안이 너무 반가웠다”라며 “훌륭한 배우들 만나서 흥미롭고 재밌었다”라고 만족을 드러냈다. 젠더프리 캐스팅 뿐 아니라, ‘묵적지수’는 연령 위계질서도 무너트렸다. 비교적 어린 배우의 역할이 크고, 연령대가 있는 배우는 이를 돕는다, 이 연출은 “묵과는 나이 성별 계급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은 모두 평등한 집단이다. 2019년에 그런 그룹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니 연극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책임감 있는 역할을 20대 배우가 하고 연령대 있는 배우는 이를 서포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하는 방식을 바꿔 연령 위계를 다르게 구성한 것인데 물론 효율성을 높이지는 못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묵적지수’는 7월 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현장에서] 베리어프리+젠더프리 캐스팅...공명 울리는 ‘묵적지수’

김진선 기자 승인 2019.06.25 22:05 | 최종 수정 2138.12.19 00:00 의견 0
사진=서울문화재단
사진=서울문화재단

연극 ‘묵적지수’의 모의 전쟁 장면에서 묵적이 땅굴을 파 항아리를 묻는 모습이 그려진다. 병사들은 항아리에 울리는 공명을 통해 적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움직여 결국 승리한다. ‘묵적지수’는 관객들에게 이 같은 공명을 울린다. 바로 베리어 프리, 젠더 프리 캐스팅, 그리고 배우의 연령 위계질서를 무너트려 극의 색을 더욱 짙게 나타낸 것이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던 시대, 묵적이 초나라로 향해 모의 전쟁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목적지수’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극을 색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한 셈이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 ‘묵적지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전막 공연이 예정이었으나, 공연 도중 배우 경지은의 부상으로 인해 하이라이트 시연으로 진행됐으며. 서민준 작가와 이래은 연출이 자리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묵적지수’ 배우들의 움직임은 유독 크다. 무대에 오른 배우의 과장된 몸짓이 아니라, 수화를 연상케 하는 손동작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이래은 연출은 “워낙 많은 시각 정보가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일 수 있는 다른 몸을 더 확장해서 쓰는 방법을 생각해서 손동작을 더 넣었다”고 밝혔다.

극 초반부터 배우들은 무대를 하염없이 뛴다. 몇 바퀴를 돌고 또 돈다. 후반에는 배우들이 각자의 동작에 임하며 무대를 누빈다. 이에 대해 이 연출은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싸울 필요 없는 사람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서로 활을 겨누는 것이 전쟁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사, 병력 캐스팅이 작은 역에 소비되지 않았으면 했다. 작은 역할에 소비되지 않고 주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병사가 될 수 있게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과연 무엇일까, 창작자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우리는 전쟁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왜 전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얘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출은 “권력자들에 의해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묵과가 돼서 알리고.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극 속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묵적지수’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원형 무대에서 펼쳐진다. 극이 진행되면서 ‘실’이 등장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이 연출은 “원형 무대는 배우의 앞모습 뿐 아니라 뒷모습도 볼 수 있다. 내가 이쪽 볼 때 상대 배우의 보이지 않는 표정을 관객석 관객들의 표정을 보고 알수있게 하고 싶었다. 잘 그려진 그림을 서로 보는 행위 자체가 지금 필요한 감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휠체어를 타고 온 관객들이 편하게 극을 즐길 수 있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에 대해서는 “직접 싸우는 사람들의 몸, 운동성을 공간의 자국에 남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고, 배우들이 직접 실을 걸고 관객석을 지나가 전쟁의 자국 속에 들어가게 구성하는 방식을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연출은 “전쟁은 유의적인 성격이나 전술의 재미로 소비돼 오지 않았나. 전쟁을 직접 치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전술에 의해 땅의 경계가 바뀌거나 하는 전투신이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작품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특히 이래은 연출은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등장인물이 모두 남자였다”라며 “전쟁을 한다면 그걸 공격적으로 막아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미투와 성폭력, 여배우들이 생각났다”라고 젠더프리 캐스팅을 한 이유를 말했다.

‘묵적지수’에는 ‘왕=남자배우’가 아니라, 여배우가 초왕을 임하며, ‘궁녀=여배우’가 아니라 남자배우가 궁녀를 맡기도 한다. 병사 역할도 여배우와 남자배우가 함께 분한다.

이 연출은 “극 속에서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역할에 제한이 있는 여성이 아니라 여성을 다양한 역할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게 창작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대학로 연극계에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서민준 작가는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기록에 따르면 이름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젠더프리 캐스팅 제안이 너무 반가웠다”라며 “훌륭한 배우들 만나서 흥미롭고 재밌었다”라고 만족을 드러냈다.

젠더프리 캐스팅 뿐 아니라, ‘묵적지수’는 연령 위계질서도 무너트렸다. 비교적 어린 배우의 역할이 크고, 연령대가 있는 배우는 이를 돕는다,

이 연출은 “묵과는 나이 성별 계급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은 모두 평등한 집단이다. 2019년에 그런 그룹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니 연극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책임감 있는 역할을 20대 배우가 하고 연령대 있는 배우는 이를 서포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하는 방식을 바꿔 연령 위계를 다르게 구성한 것인데 물론 효율성을 높이지는 못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묵적지수’는 7월 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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