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 박해준 배우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워낙 연기 잘하지만, 몇 장면 없고 전사(과거 이야기) 없어도 종우라는 인물의 특성이 확연히 표현됐어요. “진짜로 잘 만들고 싶었어요. 아침드라마 실장님 아니고 다른 느낌의 돈 있는 남자, 진짜 공을 들였어요. 해준 씨에게도, 나는 진짜 자신 있는 캐릭터니까 재미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사실 박해준은 허당이면서 유쾌하고 유머 있고 그러면서 진중하고,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너무 센 역할들을 해서 영화에 덜 나오거든요. ‘이번에 유감없이 잘 살려 볼게’ 얘기했죠.” “이 얘기에서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냥 실장님으로 봐요. 아주 어린, 돈 가지고 장난치는 남자. 그 시점에선 전형적 이야기로 보이는 아쉬움도 있는데…. 박해준의 장면, 지금도 너무 좋아요. 미수에게 ‘내려 줄까’도 희한한데, 내려주고서 차가 카메라 뒤에 걸리니까 계속 차에 타 있어요. ‘박 배우. 괜찮죠?’ 물으니 ‘아하, 힘드네요’. 아무런 디렉팅을 안 했는데 ‘내가 미수를 고개 돌려봐야 하나, 백미러로 봐야 하나’ 그런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미수가 차로 돌아왔을 때 그 얼굴, 진짜로 좋아요! 정말 좋은 배우가 이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해 줬을 때 나올 수 있는 표정이라 너무 좋았어요.” - 정해인에 대해선 ‘사력’으로, 김고은에게는 ‘잘산 20대’, 박해준은 ‘다시 찾아보고 싶은 얼굴 표정’으로 칭찬하는 감독. 칭찬의 구체성이 이쯤 되면 기쁨은 두 배다. ‘해피엔드’ ‘사랑니’ ‘은교’ 그리고 ‘유열의 음악앨범’. 파격부터 서정까지 다양한 색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정지우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으로 사는 이유, 무엇을 누구를 어떤 세상을 영화를 통해 보여 주고 싶은가요? “일단 굉장히 이기적으로 버티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인데요.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고 재미 이상의 이유가 없는데. 가면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앞의 영화가 나쁘다거나 전혀 그런 게 아니라 ‘조금 더 좋은 상태의 사람이 되고 좀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묶여서 가면 좋겠다’. 그런 과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그게 좋은 일이면 얼마나 좋아요. 뭔가 해를 끼치면 돌아서 오잖아요. 살면서 해 끼치는 일이 무수히 있을 것인데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플러스가 돼야 잘살지…라는 그런 기분인 거죠. 좋은 일, 잘된 일만 할 수 없잖아요, 다만 해보다는 많이 하려 합니다.” - 비슷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정지우 감독이니까 묻고 싶어요.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대명사 같은 수식어를 생각해 주세요. “이런 거 좋을 것 같은데요. 속마음을 그릴 수 있는 감독.” - 차기작, 금세 보여 주실 거죠? “아직. 이제 고민을 막 시작했는데요. 다만 이거는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제작사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가 큰 힘이 됐어요. 이 제작자와 처음 해 본 거니까 한 번 더 하면 잘할 수 있겠다 싶어요.”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 김재중 대표, 영화사 이름을 감당하는 분인 것 같던데요. 감독님은 재미있어서 영화하시고, 제작사 대표는 영화 즐거워서(무비 락) 하시고, 좋은데요. “서로 얘기하고 있으니까요. 서로 고민해서 얼른 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담아둔 배우는 있는 건가요?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의 방증 같아 두렵긴 한데, 진짠데. 박해일 배우, 최민식 선배랑 다시 하고픈 유혹이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기분이 드는, 허허롭지만 쓸데없는 수다 떨며 영화의 핵심에 다다르고 싶어서. 나란히 섰을 때의 기분이 너무 좋기 때문이에요….” - 저의 마지막 질문은 언제나 이것입니다. 묻지 않았으나 말하고 싶은 게 있나요? “(이럴 수가!)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 얘기를 한 번도 안 했네요. 김고은 양의 옷을 누가 만들었느냐 하면요. 제 친구인데 ‘쟈뎅 드 슈에뜨’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만든 김재현이라는 디자이너인데, 되게 큰 디자이너예요. 그런 대단한 친구가 있는 걸 이상하게 보지만(웃음), 어렸을 때 무리지어 만나던 사람 중 하나인데. 프린트까지 새로 해서 천부터 만든 거예요.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 보고. 이, 이, 이런 제가 지금 정신이 없으니까 감사함을 얘기 못 했네요.” 김재현 디자이너는 에스모드 파리를 졸업하고 의류회사 한섬을 거쳐 지난 2001년 ‘제인 에 알리스’, 2005년 ‘자뎅 드 슈에뜨’를 런칭했다. 2012년 ‘자뎅 드 슈에뜨’가 코오롱에 인수된 후 당사에서 ‘럭키 슈에뜨’까지 선보였다. 2017년 기업을 떠나 패션계로 복귀, 올해 ‘주르 드 자주’ ‘에몽’을 런칭했다. 일하는 여성들이 매일 입을 수 있는 옷, 더 필요한 옷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남성복에 대한 계획도 구상 중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걸 믿고 싶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보여 주고자 했던 새로운 멜로, 기질과 사랑의 역학관계가 관객의 가슴에 가닿기를. 정지우 감독에게서 시작된 기질 고민이 우리의 사랑을 깊게 하여 보다 많은 현실의 해피엔딩을 만들길. 정지우 감독 곁에 나란히 선 배우 최민식과 박해일을 보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해피엔드’일 것이다.

[마주보기③] 정지우 감독 “김재현 디자이너, 김고은 옷에 천 염색부터 정성”

“재미로 버틴다…속마음 그릴 수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종우 캐릭터에 진짜 공들여…박해준, 볼수록 매력 넘치는 느낌”
“최민식 선배-박해일 배우와 수다 떨며 영화 핵심에 다다르고파”

홍종선 선임기자 승인 2019.09.09 11:07 | 최종 수정 2139.05.20 00:00 의견 0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 박해준 배우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워낙 연기 잘하지만, 몇 장면 없고 전사(과거 이야기) 없어도 종우라는 인물의 특성이 확연히 표현됐어요.

“진짜로 잘 만들고 싶었어요. 아침드라마 실장님 아니고 다른 느낌의 돈 있는 남자, 진짜 공을 들였어요. 해준 씨에게도, 나는 진짜 자신 있는 캐릭터니까 재미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사실 박해준은 허당이면서 유쾌하고 유머 있고 그러면서 진중하고,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너무 센 역할들을 해서 영화에 덜 나오거든요. ‘이번에 유감없이 잘 살려 볼게’ 얘기했죠.”

“이 얘기에서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냥 실장님으로 봐요. 아주 어린, 돈 가지고 장난치는 남자. 그 시점에선 전형적 이야기로 보이는 아쉬움도 있는데…. 박해준의 장면, 지금도 너무 좋아요. 미수에게 ‘내려 줄까’도 희한한데, 내려주고서 차가 카메라 뒤에 걸리니까 계속 차에 타 있어요. ‘박 배우. 괜찮죠?’ 물으니 ‘아하, 힘드네요’. 아무런 디렉팅을 안 했는데 ‘내가 미수를 고개 돌려봐야 하나, 백미러로 봐야 하나’ 그런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미수가 차로 돌아왔을 때 그 얼굴, 진짜로 좋아요! 정말 좋은 배우가 이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해 줬을 때 나올 수 있는 표정이라 너무 좋았어요.”

- 정해인에 대해선 ‘사력’으로, 김고은에게는 ‘잘산 20대’, 박해준은 ‘다시 찾아보고 싶은 얼굴 표정’으로 칭찬하는 감독. 칭찬의 구체성이 이쯤 되면 기쁨은 두 배다. ‘해피엔드’ ‘사랑니’ ‘은교’ 그리고 ‘유열의 음악앨범’. 파격부터 서정까지 다양한 색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정지우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으로 사는 이유, 무엇을 누구를 어떤 세상을 영화를 통해 보여 주고 싶은가요?

“일단 굉장히 이기적으로 버티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인데요.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고 재미 이상의 이유가 없는데. 가면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앞의 영화가 나쁘다거나 전혀 그런 게 아니라 ‘조금 더 좋은 상태의 사람이 되고 좀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묶여서 가면 좋겠다’. 그런 과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그게 좋은 일이면 얼마나 좋아요. 뭔가 해를 끼치면 돌아서 오잖아요. 살면서 해 끼치는 일이 무수히 있을 것인데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플러스가 돼야 잘살지…라는 그런 기분인 거죠. 좋은 일, 잘된 일만 할 수 없잖아요, 다만 해보다는 많이 하려 합니다.”

- 비슷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정지우 감독이니까 묻고 싶어요.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대명사 같은 수식어를 생각해 주세요.

“이런 거 좋을 것 같은데요. 속마음을 그릴 수 있는 감독.”

- 차기작, 금세 보여 주실 거죠?

“아직. 이제 고민을 막 시작했는데요. 다만 이거는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제작사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가 큰 힘이 됐어요. 이 제작자와 처음 해 본 거니까 한 번 더 하면 잘할 수 있겠다 싶어요.”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 김재중 대표, 영화사 이름을 감당하는 분인 것 같던데요. 감독님은 재미있어서 영화하시고, 제작사 대표는 영화 즐거워서(무비 락) 하시고, 좋은데요.

“서로 얘기하고 있으니까요. 서로 고민해서 얼른 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담아둔 배우는 있는 건가요?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의 방증 같아 두렵긴 한데, 진짠데. 박해일 배우, 최민식 선배랑 다시 하고픈 유혹이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기분이 드는, 허허롭지만 쓸데없는 수다 떨며 영화의 핵심에 다다르고 싶어서. 나란히 섰을 때의 기분이 너무 좋기 때문이에요….”

- 저의 마지막 질문은 언제나 이것입니다. 묻지 않았으나 말하고 싶은 게 있나요?

“(이럴 수가!)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 얘기를 한 번도 안 했네요. 김고은 양의 옷을 누가 만들었느냐 하면요. 제 친구인데 ‘쟈뎅 드 슈에뜨’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만든 김재현이라는 디자이너인데, 되게 큰 디자이너예요. 그런 대단한 친구가 있는 걸 이상하게 보지만(웃음), 어렸을 때 무리지어 만나던 사람 중 하나인데. 프린트까지 새로 해서 천부터 만든 거예요.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 보고. 이, 이, 이런 제가 지금 정신이 없으니까 감사함을 얘기 못 했네요.”

김재현 디자이너는 에스모드 파리를 졸업하고 의류회사 한섬을 거쳐 지난 2001년 ‘제인 에 알리스’, 2005년 ‘자뎅 드 슈에뜨’를 런칭했다. 2012년 ‘자뎅 드 슈에뜨’가 코오롱에 인수된 후 당사에서 ‘럭키 슈에뜨’까지 선보였다. 2017년 기업을 떠나 패션계로 복귀, 올해 ‘주르 드 자주’ ‘에몽’을 런칭했다. 일하는 여성들이 매일 입을 수 있는 옷, 더 필요한 옷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남성복에 대한 계획도 구상 중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걸 믿고 싶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보여 주고자 했던 새로운 멜로, 기질과 사랑의 역학관계가 관객의 가슴에 가닿기를. 정지우 감독에게서 시작된 기질 고민이 우리의 사랑을 깊게 하여 보다 많은 현실의 해피엔딩을 만들길. 정지우 감독 곁에 나란히 선 배우 최민식과 박해일을 보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해피엔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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