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정 작가 ‘The Unrecognized’ 전시포스터 (사진=갤러리도스) 갤러리도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자 일 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에는 매번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게 되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로 참신하게 풀어낸다. 1월, 2월 상반기는 ‘기다림의 가운데’ 라는 주제를 가지고 총 6명의 작가(정소윤, 정재열, 이수진, 손수정, 박주애, 윤영문)를 선정 지난 6일부터 내달 23일 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연이어 릴레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네 번째 전시 손수정 작가의 ‘The Unrecognized’이 오늘(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진행된다. 20.12.10 5시59분a.m.-20.12.13 12시41분p.m., 112.1x112.1cm, acrylic on panel, 2020(detail) (사진=갤러리도스) 손수정은 특별한 사연이나 계산적으로 의도된 작위적인 비극으로 과장되지 않은 죽음의 과정을 예술가의 도구와 재료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과 그 풍경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재현하는 방법이 아닌 특별하지 않은 사물이 지닌 물질적 특성을 빌어 모래시계의 원리처럼 단순하고 담담하게 구성한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간이 지닌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죽음은 타인에게 주어졌을 때 주목하고 자신에게 다가올 때 외면한다. 질병이나 재해와 같은 사건과 다르게 시간이 선사하는 죽음은 세상을 스쳐가는 모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손에 쥐고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작은 물건을 꽉 움켜쥔 손아귀의 힘이 자기도 모르게 빠지면서 서서히 펼쳐지듯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고요하고 꾸준히 다가온다. 한 방울씩 떨어지며 흔적을 남기는 물감은 그릇에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 한 방울을 흘리고 텅 빈 껍데기를 남기게 된다. 20.12.10 5시59분a.m.-20.12.13 12시41분p.m., 112.1x112.1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갤러리도스) 그릇에서 흘러나온 물감 역시 바닥에 그동안의 시간과 그릇을 채웠던 수명이라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메마르고 멈추어져 있다. 마치 노즐에 굳어서 엉겨 붙은 샴푸처럼 사물이 제 역할을 알맞게 수행했다는 증거이지만 관점에 따라 닦아내야 할 하찮은 오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굴을 채운 석회질과 수증기라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요소가 만들어낸 석순과 종유석에는 경외심을 느낀다. 사람은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거리를 움직이고 수십에서 백단위의 무게로 존재했으며 그 무게를 무색케 할 만큼 방대한 지식을 품고 살아가지만 삶의 끝에 도래했을 때 지니게 되는 자신의 물질은 작은 항아리에 충분히 담길 만큼 가볍고 작은 가루일 뿐이다. 작가는 흙에서 난 생명의 끝이 남기는 한 줌의 흔적뿐 아니라 아직 살아있는 자들이 기억으로 채워주는 빈자리도 바라본다. 대답해주지 않는 떠나간 존재를 향한 질문과 다짐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그 비이성으로 인해 사람은 자신의 끝을 알고 있음에도 허무를 멀리하고 작은 도약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힘을 쥐어짜낸다. Skin, pins on apple, 25.1 x 25.1 x 25.1cm each (사진=갤러리도스) 손수정은 시간과 죽음이 빚어내는 흔적과 부재를 보여줌에 있어 드라마가 아닌 실험실 유리장 속의 샘플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사건에 이입하지 않으려 하는 무감정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꾸밈없는 반응이 포함하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과 슬픔을 알고 있기에 한걸음 물러서서 사소한 부분조차 빠짐없이 다루기 위해 실험자에게 요구되는 차분함이다. 작가의 절제로 인해 관객은 격한 감정의 고동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에 대해 직관적으로 읽고 관람자의 시점과 거리를 잃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도스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자신을 선보일 순간을 차분히 기다리며 준비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잠시 고개를 돌려볼 수 있도록 조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갤러리도스 2021 상반기 공모] ④손수정, 시간과 죽음이 빚어내는 흔적과 부재에 대해

2021 상반기 기획공모 주제 '기다림의 가운데'
참여작가, 정소윤 정재열 이수진 손수정 박주애 윤영문

이동현 기자 승인 2021.01.27 15:55 | 최종 수정 2021.01.27 15:56 의견 0
손수정 작가 ‘The Unrecognized’ 전시포스터 (사진=갤러리도스)


갤러리도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자 일 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에는 매번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게 되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로 참신하게 풀어낸다.

1월, 2월 상반기는 ‘기다림의 가운데’ 라는 주제를 가지고 총 6명의 작가(정소윤, 정재열, 이수진, 손수정, 박주애, 윤영문)를 선정 지난 6일부터 내달 23일 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연이어 릴레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네 번째 전시 손수정 작가의 ‘The Unrecognized’이 오늘(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진행된다.

20.12.10 5시59분a.m.-20.12.13 12시41분p.m., 112.1x112.1cm, acrylic on panel, 2020(detail) (사진=갤러리도스)


손수정은 특별한 사연이나 계산적으로 의도된 작위적인 비극으로 과장되지 않은 죽음의 과정을 예술가의 도구와 재료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과 그 풍경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재현하는 방법이 아닌 특별하지 않은 사물이 지닌 물질적 특성을 빌어 모래시계의 원리처럼 단순하고 담담하게 구성한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간이 지닌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죽음은 타인에게 주어졌을 때 주목하고 자신에게 다가올 때 외면한다. 질병이나 재해와 같은 사건과 다르게 시간이 선사하는 죽음은 세상을 스쳐가는 모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손에 쥐고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작은 물건을 꽉 움켜쥔 손아귀의 힘이 자기도 모르게 빠지면서 서서히 펼쳐지듯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고요하고 꾸준히 다가온다. 한 방울씩 떨어지며 흔적을 남기는 물감은 그릇에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 한 방울을 흘리고 텅 빈 껍데기를 남기게 된다.

20.12.10 5시59분a.m.-20.12.13 12시41분p.m., 112.1x112.1cm, acrylic on panel, 2020 (사진=갤러리도스)


그릇에서 흘러나온 물감 역시 바닥에 그동안의 시간과 그릇을 채웠던 수명이라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메마르고 멈추어져 있다. 마치 노즐에 굳어서 엉겨 붙은 샴푸처럼 사물이 제 역할을 알맞게 수행했다는 증거이지만 관점에 따라 닦아내야 할 하찮은 오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굴을 채운 석회질과 수증기라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요소가 만들어낸 석순과 종유석에는 경외심을 느낀다.

사람은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거리를 움직이고 수십에서 백단위의 무게로 존재했으며 그 무게를 무색케 할 만큼 방대한 지식을 품고 살아가지만 삶의 끝에 도래했을 때 지니게 되는 자신의 물질은 작은 항아리에 충분히 담길 만큼 가볍고 작은 가루일 뿐이다.

작가는 흙에서 난 생명의 끝이 남기는 한 줌의 흔적뿐 아니라 아직 살아있는 자들이 기억으로 채워주는 빈자리도 바라본다.

대답해주지 않는 떠나간 존재를 향한 질문과 다짐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그 비이성으로 인해 사람은 자신의 끝을 알고 있음에도 허무를 멀리하고 작은 도약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힘을 쥐어짜낸다.

Skin, pins on apple, 25.1 x 25.1 x 25.1cm each (사진=갤러리도스)

손수정은 시간과 죽음이 빚어내는 흔적과 부재를 보여줌에 있어 드라마가 아닌 실험실 유리장 속의 샘플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사건에 이입하지 않으려 하는 무감정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꾸밈없는 반응이 포함하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과 슬픔을 알고 있기에 한걸음 물러서서 사소한 부분조차 빠짐없이 다루기 위해 실험자에게 요구되는 차분함이다.

작가의 절제로 인해 관객은 격한 감정의 고동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에 대해 직관적으로 읽고 관람자의 시점과 거리를 잃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도스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자신을 선보일 순간을 차분히 기다리며 준비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잠시 고개를 돌려볼 수 있도록 조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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