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이다. 인천에서 고등학생 무리가 친구 한 명을 괴롭히는 모습이 찍힌 영상은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 명의 남학생이 뒤에서 친구의 목을 조른다. 이를 지켜보던 여학생 한 명은 다가가 성기를 만진다. 목을 졸린 학생은 발버둥을 치다가 이내 기절한다. 사건 현장을 찍은 영상에 등장하는 고등학생은 6명이다. 피해 학생 한 명과 목을 조른 남학생, 성기를 만진 여학생과 이를 지켜보던 세 명의 남녀학생까지… 대중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세 가지다. 모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담배를 피는 모습이나, 성기를 만지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 중 누구도 말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장난이었다”는 말로 얼버무린 이 아이들의 뻔뻔함이다. 목을 졸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를 바라보기만 하던 세 명의 아이들은 왜 아무도 나서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하지 않은 것일까? 못한 것일까? 이들은 가해자일까? 아닐까? 수많은 물음들이 있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는 지난 27일 군대 내 탈영 문제를 다룬 시리즈 ‘디피(D.P.)’를 공개했다. 디피(D.P.)란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말한다. 영화 ‘차이나타운’과 ‘뺑반’을 통해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맞은 시리즈다. 시즌1에 총 6회가 공개된 작품에서 시청자들은 “너는 왜 가만히 있니?”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시리즈는 묻는다. “너는 왜 가만히 있어?” 그리고 시리즈는 답한다. “뭐라도 해야지” (사진=넷플릭스) ■ 지금도 군대가 이럴까?…너무 생생해서 비현실적인 시리즈는 안준호(정해인)의 입대부터 시작된다. 훈련병을 거쳐 자대배치를 받은 안준호는 군무 이탈 담당관 박범구(김성균)의 눈에 띄어 군무 이탈 체포조로 차출된다. 하루아침에 탈영병을 잡아야 하는 디피(D.P.)가 된 안준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투입된 첫 임무에서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 이후 한호열(구교환) 상병과 새로운 팀을 꾸리고, 그에게 추적의 처음과 끝을 배우며 팀워크를 다져간다. 시리즈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디피(D.P.) 개의 날’에서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뽑아 6개의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현실은 냉혹하다. 또한 가혹하다. 탈영병들은 어떤 심정으로 군부대와 사회의 선을 넘어갔을까. 얼만큼의 확률로 철창을 넘어 산을 타고 6시간을 내달렸을까. 할머니 손에 컸지만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입대한 인물,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병을 끈질기게 찾아가는 조 일병 등 모두는 청춘이다. 청춘은 청춘답게 활짝 폈으며 꿈은 아름다웠다. 그러한 청춘들이 탈영을 통해 범법자가 된다. 이들은 왜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부조리를 바라보며 “그러면 안된다”고 얘기하지 않은 전우들은 범법자가 아닐까? 이야기는 탈영병들의 사연을 통해 공감을 끌어낸다. 동시에 군대의 부조리와 극단으로 내몰린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파고들며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실제 헌병 디피(D.P.) 출신인 원작 작가 김보통은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한준희 감독은 원작의 수많은 에피소드와 캐릭터 중 시청자의 공감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만을 엄선, 철저한 고증과 상상력을 더해 다양한 장르의 매력이 담긴 시리즈를 완성했다. 작품 안의 인물들은 시청자의 가족이나 친구, 연인의 모습일 수도 있다. 군필자들에게는 전우 혹은 자신의 경험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가 화면에 펼쳐진다. 이것이 정말 현실이라면 그 괴로움 또한 시청자의 몫이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디피(D.P.)’ 출연진의 면면을 보자. 주인공 정해인을 필두로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조현철 등이 작품 곳곳에 배치됐다. 로맨스물의 상징과도 같았던 정해인의 연기 변신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디피(D.P.)’를 통해 정해인은 분명 성장했다. 변신과는 다른 의미다. 구교환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갈고 닦은 연기력을 ‘디피(D.P.)’에 쏟아 부은 듯한 인상을 준다. 평소 과묵한 캐릭터에 어울렸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코믹함을 부각하지만 이 마저도 씁쓸한 위로처럼 느껴지는 것은 작품이 갖고 있는 사회고발적 성격 탓이리라. 김성균과 손석구는 두 말할 나위 없을뿐더러 이야기의 주제를 관통하는 조 일병 역의 조현철은 작품에 영혼을 팔아 버린 듯 보인다. 그처럼 슬프고, 이처럼 고통스러운 인물을 연기한 배우 조현절이 걱정될 정도다. 배우들 간의 케미는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디피(D.P.)’ 제작발표회 현장은 네 남자의 수다와 농담으로 시종 화기애애했다. 현장 분위기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들은 어둡다. 작품에서 받은 트라우마가 적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싫다면, 극단에 몰린 이들의 선택에 고통 받고 싶지 않다면 ‘디피(D.P.)’를 플레이하지 않기 바란다. 너무 아픈 탓이다. 다만 부조리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 ‘디피(D.P.)’를 정면으로 응시하길. 이것은 작품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지난 달 27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리뷰] “넌 왜 가만히 있니?” 디피(D.P.)가 방관자들에게 던지는 물음

박진희 기자 승인 2021.09.02 16:05 | 최종 수정 2021.09.02 16:41 의견 1

지난 7월이다. 인천에서 고등학생 무리가 친구 한 명을 괴롭히는 모습이 찍힌 영상은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 명의 남학생이 뒤에서 친구의 목을 조른다. 이를 지켜보던 여학생 한 명은 다가가 성기를 만진다. 목을 졸린 학생은 발버둥을 치다가 이내 기절한다. 사건 현장을 찍은 영상에 등장하는 고등학생은 6명이다. 피해 학생 한 명과 목을 조른 남학생, 성기를 만진 여학생과 이를 지켜보던 세 명의 남녀학생까지…

대중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세 가지다. 모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담배를 피는 모습이나, 성기를 만지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 중 누구도 말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장난이었다”는 말로 얼버무린 이 아이들의 뻔뻔함이다.

목을 졸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를 바라보기만 하던 세 명의 아이들은 왜 아무도 나서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하지 않은 것일까? 못한 것일까? 이들은 가해자일까? 아닐까?

수많은 물음들이 있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는 지난 27일 군대 내 탈영 문제를 다룬 시리즈 ‘디피(D.P.)’를 공개했다. 디피(D.P.)란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말한다. 영화 ‘차이나타운’과 ‘뺑반’을 통해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맞은 시리즈다. 시즌1에 총 6회가 공개된 작품에서 시청자들은 “너는 왜 가만히 있니?”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시리즈는 묻는다. “너는 왜 가만히 있어?” 그리고 시리즈는 답한다. “뭐라도 해야지”

(사진=넷플릭스)


■ 지금도 군대가 이럴까?…너무 생생해서 비현실적인

시리즈는 안준호(정해인)의 입대부터 시작된다.

훈련병을 거쳐 자대배치를 받은 안준호는 군무 이탈 담당관 박범구(김성균)의 눈에 띄어 군무 이탈 체포조로 차출된다. 하루아침에 탈영병을 잡아야 하는 디피(D.P.)가 된 안준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투입된 첫 임무에서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 이후 한호열(구교환) 상병과 새로운 팀을 꾸리고, 그에게 추적의 처음과 끝을 배우며 팀워크를 다져간다.

시리즈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디피(D.P.) 개의 날’에서 여섯 개의 에피소드를 뽑아 6개의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현실은 냉혹하다. 또한 가혹하다.

탈영병들은 어떤 심정으로 군부대와 사회의 선을 넘어갔을까. 얼만큼의 확률로 철창을 넘어 산을 타고 6시간을 내달렸을까.

할머니 손에 컸지만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입대한 인물,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병을 끈질기게 찾아가는 조 일병 등 모두는 청춘이다. 청춘은 청춘답게 활짝 폈으며 꿈은 아름다웠다. 그러한 청춘들이 탈영을 통해 범법자가 된다. 이들은 왜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부조리를 바라보며 “그러면 안된다”고 얘기하지 않은 전우들은 범법자가 아닐까?

이야기는 탈영병들의 사연을 통해 공감을 끌어낸다. 동시에 군대의 부조리와 극단으로 내몰린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파고들며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실제 헌병 디피(D.P.) 출신인 원작 작가 김보통은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한준희 감독은 원작의 수많은 에피소드와 캐릭터 중 시청자의 공감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만을 엄선, 철저한 고증과 상상력을 더해 다양한 장르의 매력이 담긴 시리즈를 완성했다.

작품 안의 인물들은 시청자의 가족이나 친구, 연인의 모습일 수도 있다. 군필자들에게는 전우 혹은 자신의 경험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가 화면에 펼쳐진다. 이것이 정말 현실이라면 그 괴로움 또한 시청자의 몫이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디피(D.P.)’ 출연진의 면면을 보자. 주인공 정해인을 필두로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조현철 등이 작품 곳곳에 배치됐다. 로맨스물의 상징과도 같았던 정해인의 연기 변신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디피(D.P.)’를 통해 정해인은 분명 성장했다. 변신과는 다른 의미다.

구교환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갈고 닦은 연기력을 ‘디피(D.P.)’에 쏟아 부은 듯한 인상을 준다. 평소 과묵한 캐릭터에 어울렸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코믹함을 부각하지만 이 마저도 씁쓸한 위로처럼 느껴지는 것은 작품이 갖고 있는 사회고발적 성격 탓이리라.

김성균과 손석구는 두 말할 나위 없을뿐더러 이야기의 주제를 관통하는 조 일병 역의 조현철은 작품에 영혼을 팔아 버린 듯 보인다. 그처럼 슬프고, 이처럼 고통스러운 인물을 연기한 배우 조현절이 걱정될 정도다.

배우들 간의 케미는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디피(D.P.)’ 제작발표회 현장은 네 남자의 수다와 농담으로 시종 화기애애했다. 현장 분위기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들은 어둡다. 작품에서 받은 트라우마가 적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싫다면, 극단에 몰린 이들의 선택에 고통 받고 싶지 않다면 ‘디피(D.P.)’를 플레이하지 않기 바란다. 너무 아픈 탓이다.

다만 부조리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 ‘디피(D.P.)’를 정면으로 응시하길. 이것은 작품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지난 달 27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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