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액수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제기한 의혹을 봤을 때 대장동개발사업 특혜를 받았다는 화천대유가 벌어들인 액수는 577억원이다. 여기에 자회사 천화동인이 3463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화천대유는 5000만원을 출자했고 천화동인은 총 자본금 3억원으로 이 같은 막대한 수익을 취했다. 최초 법인 설립시 출자금을 기준으로 수익을 산정하는 계산법 자체에도 문제는 많지만 어찌됐건 여론은 이들이 얼마를 벌어들였냐에 더욱 분노하는 모습이다. 부동산개발사업 비리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66년 영동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이라 불린 강남개발에 숱한 비리가 있었고 1기, 2기 신도시 개발이 그러했다. 강남 개발에는 청와대와 서울시의 투기 말고도 정부 부처 장관이 정치자금을 상납 받고 민간기업에 개발을 허가해 주는 비리도 있었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도 비리에 가담했다. 1977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 등 부동산개발사업은 개발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숱한 비리의 온상이었다. 이 같은 비리가 적발되면서 단발적인 처벌은 이뤄졌으나 부동산 카르텔의 움직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20세기에서 봤던 범죄가 21세기에도 그대로 잔존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권력에 대한 무상함도 부동산 권력 앞에서는 무색한 모습이다. 최근 부동산공화국의 업보를 보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투기의혹으로 회초리를 맞았다. 국가 공공기관에서 일한 이들이 개발될 땅을 미리 사들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모두가 분노하고 해체수준의 개혁 요구가 터져나왔으나 사태 이후 6개월이 넘도록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 대장동개발사업이 정국을 뒤덮으면서 LH혁신은 뒷전이 됐으나 이미 조직개편 방안을 두고도 잡음이 많아 올해 개혁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던 상황이다. 정부가 LH개편안으로 밀던 주거복지와 주택·토지 수직분리 개편 방식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LH사태에서 나타난 부동산공화국의 업보를 청산하기도 바쁜데 이번에는 대장동이다. 부동산 비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와 손대기조차 버거워졌다. 부동산공화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대장동개발사업은 대선이라는 굵직한 행사를 앞두고 벌어진 정치공방 끝에 수면 위로 올라온 의혹이다. 그동안 진행한 수많은 개발사업에 있어서 이 같은 비리없이 깨끗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토지의 공공성을 돌아봐야 한다. 민간 사업자에겐 과연 얼마만큼의 이익이 필요할까. 인허가 한번만으로 출자금액 대비 수백배의 이익을 거둬들이는 일은 분명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개발업체가 개발이익으로 취하는 수익의 상한선을 제한하자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도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익을 제한할 경우 당연히 민간 기업이 나서지 않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에서 민간 기업의 참여가 저조해진다면 이는 다른 형태의 주거 불안정을 빚을 수 있다. 이 같은 명분으로 쌓아올린 부동산공화국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이 됐다. 그러나 끝도 없이 터지는 부동산 비리에 이 같은 반대 목소리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와 같이 범죄 행위만 적발해 처벌한다면 제2의 영동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 비리가, 제2의 대장동개발사업특혜 의혹이 터져나올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화천대유, 부동산공화국 업보 청산할 때

정지수 기자 승인 2021.10.18 16:10 의견 0


처음에는 액수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제기한 의혹을 봤을 때 대장동개발사업 특혜를 받았다는 화천대유가 벌어들인 액수는 577억원이다. 여기에 자회사 천화동인이 3463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화천대유는 5000만원을 출자했고 천화동인은 총 자본금 3억원으로 이 같은 막대한 수익을 취했다.

최초 법인 설립시 출자금을 기준으로 수익을 산정하는 계산법 자체에도 문제는 많지만 어찌됐건 여론은 이들이 얼마를 벌어들였냐에 더욱 분노하는 모습이다.

부동산개발사업 비리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66년 영동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이라 불린 강남개발에 숱한 비리가 있었고 1기, 2기 신도시 개발이 그러했다. 강남 개발에는 청와대와 서울시의 투기 말고도 정부 부처 장관이 정치자금을 상납 받고 민간기업에 개발을 허가해 주는 비리도 있었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도 비리에 가담했다. 1977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 등 부동산개발사업은 개발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숱한 비리의 온상이었다.

이 같은 비리가 적발되면서 단발적인 처벌은 이뤄졌으나 부동산 카르텔의 움직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20세기에서 봤던 범죄가 21세기에도 그대로 잔존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권력에 대한 무상함도 부동산 권력 앞에서는 무색한 모습이다.

최근 부동산공화국의 업보를 보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투기의혹으로 회초리를 맞았다. 국가 공공기관에서 일한 이들이 개발될 땅을 미리 사들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모두가 분노하고 해체수준의 개혁 요구가 터져나왔으나 사태 이후 6개월이 넘도록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

대장동개발사업이 정국을 뒤덮으면서 LH혁신은 뒷전이 됐으나 이미 조직개편 방안을 두고도 잡음이 많아 올해 개혁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던 상황이다. 정부가 LH개편안으로 밀던 주거복지와 주택·토지 수직분리 개편 방식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LH사태에서 나타난 부동산공화국의 업보를 청산하기도 바쁜데 이번에는 대장동이다. 부동산 비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와 손대기조차 버거워졌다. 부동산공화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대장동개발사업은 대선이라는 굵직한 행사를 앞두고 벌어진 정치공방 끝에 수면 위로 올라온 의혹이다. 그동안 진행한 수많은 개발사업에 있어서 이 같은 비리없이 깨끗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토지의 공공성을 돌아봐야 한다. 민간 사업자에겐 과연 얼마만큼의 이익이 필요할까. 인허가 한번만으로 출자금액 대비 수백배의 이익을 거둬들이는 일은 분명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개발업체가 개발이익으로 취하는 수익의 상한선을 제한하자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도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익을 제한할 경우 당연히 민간 기업이 나서지 않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에서 민간 기업의 참여가 저조해진다면 이는 다른 형태의 주거 불안정을 빚을 수 있다. 이 같은 명분으로 쌓아올린 부동산공화국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이 됐다.

그러나 끝도 없이 터지는 부동산 비리에 이 같은 반대 목소리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와 같이 범죄 행위만 적발해 처벌한다면 제2의 영동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 비리가, 제2의 대장동개발사업특혜 의혹이 터져나올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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