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어반비스타 신규 BI 외벽 적용 모습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다시 한번 '핀셋 수주'를 꺼내드는 모양새다.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 대신 수주 가능성이 높고 리스크가 덜한 방배6구역 재건축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이 오는 29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면서 투찰 입찰 보증금으로 1000억원을 제시했다. 보증금 전액은 현금으로 납부해야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 보증금 조건이 GS건설과 삼성물산의 수주전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가 거액의 현금을 쓰고도 수주에 실패한다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일종의 사업 리스크가 작용하는 셈이다.
해당 사업지는 당초 GS건설과 삼성물산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유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입찰에 불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삼성물산은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 사업성이 좋고 리스크가 덜한 곳 위주로 선별해 입찰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수주 기조를 바탕으로 도시정비사업 8연승을 달렸다.
입찰보증금은 시공사 선정이 끝난 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원활히 추진이 안될 경우 돈이 묶이면서 발생할 손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도 현금 1000억원 납부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라며 "입찰보증금이야 수주에 실패해도 돌려받지만 시공사 선정 기간동안 돈이 묶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이 있을 수 있다. 조합에서야 원금만 돌려주면 끝이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자 등 손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맨션도 사업성을 놓고 보면 삼성물산이 충분히 탐낼 곳이다. 해당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기존 660가구를 헐고 새로 지하 3층~지상 35층, 1441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6225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단지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삼성물산은 실제로 '톡톡 래미안 한강맨션'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홍보에 나서기도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입찰 조건과 금융비용 지원 등에 문제로 입찰 참여를 고심하는 등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대신 또 다른 알짜 사업지인 방배6구역 재건축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방배6구역 재건축 사업은 방배동 일대 6만3197.9㎡에 109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방배6구역 조합은 3.3㎡당 553만원 수준인 3696억원을 예정 공사비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지는 시공사 재선정에 나선 사업지로 공사기간도 짧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물산과 두산건설이 사업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이 붙더라도 '래미안' 브랜드 파워로 삼성물산이 무난히 수주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보내고 있다.
방배6구역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한강맨션이나 방배 6구역이나 기존 클린수주 기조를 그대로 적용해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라며 "아직 한강맨션과 방배6구역 모두 입찰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