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내 진열돼 있는 라면. (사진=연합뉴스) 라면업계가 백기를 들었다.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7월 1일부로 인하한다는 계획을 지난 27일 발표했다. 이어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뚜기도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28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하는 서민 식품인 라면 가격 인하를 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압박이 저변에 깔려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라면값 인하’ 발언을 하며 기업을 몰아세웠다. 이에 라면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잇따라 가격 인하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너무 힘들다”며 “정부가 특정 제품에 방점을 찍고 가격을 낮추라고 하는데,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앞으로 실적이 줄어들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국민의 살림살이에 필요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다만 정부가 기업에게 가격 인하를 종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기업을 찍어 누르듯이 물가를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에게는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장 쉬운 인건비를 손 댈 수 있다.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의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 떨어진 품질로 소비자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대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경제학)는 '물가의 정치화'라고 지적했다. 인플레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처방을 해야하나 기업의 탐욕 탓, 노동조합 탓으로 돌려버리고 정치 쟁점으로 만드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이러면 처방과 대책이 산으로 가버릴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던 시기도 지났다. 기업들은 국내 경쟁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한다. 수백 수천가지 변수를 감안하고, 생존전략을 짜야하는 현실이다.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지켜야 기업과 경제주체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경계해야한다.

[탁지훈의 돋보기] 백기 든 라면업계…‘물가의 정치화’ 선 넘었다

탁지훈 기자 승인 2023.06.28 14:47 의견 0
마트 내 진열돼 있는 라면. (사진=연합뉴스)


라면업계가 백기를 들었다.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7월 1일부로 인하한다는 계획을 지난 27일 발표했다. 이어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뚜기도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28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하는 서민 식품인 라면 가격 인하를 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압박이 저변에 깔려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라면값 인하’ 발언을 하며 기업을 몰아세웠다. 이에 라면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잇따라 가격 인하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너무 힘들다”며 “정부가 특정 제품에 방점을 찍고 가격을 낮추라고 하는데,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앞으로 실적이 줄어들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국민의 살림살이에 필요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다만 정부가 기업에게 가격 인하를 종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기업을 찍어 누르듯이 물가를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에게는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장 쉬운 인건비를 손 댈 수 있다.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의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 떨어진 품질로 소비자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대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경제학)는 '물가의 정치화'라고 지적했다. 인플레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처방을 해야하나 기업의 탐욕 탓, 노동조합 탓으로 돌려버리고 정치 쟁점으로 만드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이러면 처방과 대책이 산으로 가버릴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던 시기도 지났다. 기업들은 국내 경쟁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한다. 수백 수천가지 변수를 감안하고, 생존전략을 짜야하는 현실이다.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지켜야 기업과 경제주체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경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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