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강화도 원인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노력과 이를 압박하는 사회적 압력도 중요한 요소다. 파나소닉은 지난주 주력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사업부의 지분 절반 이상을 매각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의 현재를 잘 보여준 모습이다. 파나소닉은 지난 17일 100% 보유한 오토모티브시스템 지분의 최소 50%에서 최대 80%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매각하고 공동 파트너가 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 이후 오토모티브는 파나소닉 지분법 회사가 되고, 매각 규모는 수천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토모티브시스템은 자동차 전장과 인포테인먼트 및 전동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업부로 2022년 매출액이 1조3000억엔에 육박해 파나소닉 전체 매출의 15%를 상회했다. 영업이익도 162억엔이었고, 올해 상반기(2023년 3월부터 9월) 영업이익은 96억원을 기록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미국계 투자펀드로 전기차 벤처회사와 자동차 부품회사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파나소닉 오토모티브 홈페이지) 파나소닉은 일본 전기업계 매출 3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크게 5개 사업부(라이프스타일, 자동차, 커넥트, 산업, 에너지)로 나뉜다. 이번에 지분을 매각하는 사업이 자동차 사업이고,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사업부는 에너지 사업부다. 2022년 전사 매출 8.38조엔, 영업이익 0.29조엔, 당기순이익 0.27조엔을 기록했고, 올해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즉 당장 재무적 상황만 고려하면, 회사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사업을 꼭 매각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 전장과 구동 사업은 국내에서도 유망 산업으로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는 분야다. 파나소닉은 2013년 PDP TV 사업을 포기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해 중점적으로 육성한 사업이다. 물론 사모펀드에 매각했기 때문에 경영을 유지하고 차후 지분을 재차 매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도 절반 이상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는 없었다. 회사 측은 자동차 사업이 소프트웨어와 전동화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번 매각으로 성장 사업을 개발하고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본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당장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닌 상황에서 소수 지분도 아닌 지배 지분을 매각한 이유로는 얼핏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파나소닉 자동차 사업이 영업이익률이 1~2%대로 낮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데다, 파나소닉 자동차 배터리 등 다른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매각이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회사가 당장 어렵지 않더라도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하려는 더 큰 목적을 위한 결단이라는 얘기다. 현재 파나소닉 사장이 자동차 사업 출신임에도 지속적인 회사 구조조정 일환으로 자동차 사업부를 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파나소닉의 이런 행보는 시장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7일 발표 당일에만 주가가 5.50% 그 다음 거래일인 20일에도 4.98% 상승하면서 2거래일만에 10% 이상 상승했다. 이런 시장 반응을 잘 정리한 것이 20일 장마감후 나온 로이터 기사다. (자료=로이터) 로이터는 “이번 발표로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구조조정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며 “파나소닉이 최근 몇 년간 여러 사업체를 매각하고 디지털 기반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한 히타치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참고로 히타치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배당금 고려시 파나소닉(87%)보다 3배나 더 높았다. 한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더 높은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나소닉의 지난 3년 평균 ROE(8%)는 히타치(14.6%)보다 크게 낮았다. “히타치가 2019년 화학 사업부를 매각한 것은 일본 비즈니스 재창조의 분수령인 사건”이며 “다른 일본 대기업들도 비슷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울리케 쉐데 일본 경영학 교수의 발언도 전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은 당장 힘들지 않아도 고수익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흑자 사업도 정리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파나소닉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편집자주] 뷰어스는 칼럼리스트의 분석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서병수의 글로벌 View] 파나소닉, 흑자 사업 구조조정 단행한 이유

서병수 애널리스트 승인 2023.11.21 14:00 의견 0

일본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강화도 원인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노력과 이를 압박하는 사회적 압력도 중요한 요소다. 파나소닉은 지난주 주력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사업부의 지분 절반 이상을 매각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의 현재를 잘 보여준 모습이다.

파나소닉은 지난 17일 100% 보유한 오토모티브시스템 지분의 최소 50%에서 최대 80%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매각하고 공동 파트너가 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 이후 오토모티브는 파나소닉 지분법 회사가 되고, 매각 규모는 수천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토모티브시스템은 자동차 전장과 인포테인먼트 및 전동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업부로 2022년 매출액이 1조3000억엔에 육박해 파나소닉 전체 매출의 15%를 상회했다. 영업이익도 162억엔이었고, 올해 상반기(2023년 3월부터 9월) 영업이익은 96억원을 기록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미국계 투자펀드로 전기차 벤처회사와 자동차 부품회사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파나소닉 오토모티브 홈페이지)

파나소닉은 일본 전기업계 매출 3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크게 5개 사업부(라이프스타일, 자동차, 커넥트, 산업, 에너지)로 나뉜다. 이번에 지분을 매각하는 사업이 자동차 사업이고,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사업부는 에너지 사업부다. 2022년 전사 매출 8.38조엔, 영업이익 0.29조엔, 당기순이익 0.27조엔을 기록했고, 올해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즉 당장 재무적 상황만 고려하면, 회사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사업을 꼭 매각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 전장과 구동 사업은 국내에서도 유망 산업으로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는 분야다. 파나소닉은 2013년 PDP TV 사업을 포기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해 중점적으로 육성한 사업이다. 물론 사모펀드에 매각했기 때문에 경영을 유지하고 차후 지분을 재차 매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도 절반 이상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는 없었다.

회사 측은 자동차 사업이 소프트웨어와 전동화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번 매각으로 성장 사업을 개발하고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본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당장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닌 상황에서 소수 지분도 아닌 지배 지분을 매각한 이유로는 얼핏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파나소닉 자동차 사업이 영업이익률이 1~2%대로 낮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데다, 파나소닉 자동차 배터리 등 다른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매각이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회사가 당장 어렵지 않더라도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하려는 더 큰 목적을 위한 결단이라는 얘기다. 현재 파나소닉 사장이 자동차 사업 출신임에도 지속적인 회사 구조조정 일환으로 자동차 사업부를 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파나소닉의 이런 행보는 시장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7일 발표 당일에만 주가가 5.50% 그 다음 거래일인 20일에도 4.98% 상승하면서 2거래일만에 10% 이상 상승했다. 이런 시장 반응을 잘 정리한 것이 20일 장마감후 나온 로이터 기사다.

(자료=로이터)

로이터는 “이번 발표로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구조조정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며 “파나소닉이 최근 몇 년간 여러 사업체를 매각하고 디지털 기반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한 히타치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참고로 히타치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배당금 고려시 파나소닉(87%)보다 3배나 더 높았다.

한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더 높은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나소닉의 지난 3년 평균 ROE(8%)는 히타치(14.6%)보다 크게 낮았다. “히타치가 2019년 화학 사업부를 매각한 것은 일본 비즈니스 재창조의 분수령인 사건”이며 “다른 일본 대기업들도 비슷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울리케 쉐데 일본 경영학 교수의 발언도 전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은 당장 힘들지 않아도 고수익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흑자 사업도 정리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파나소닉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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