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치투자 2세대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1세대들이 저평가된 기업들을 발굴해 기다리는 투자철학을 선보였다면 이들은 한발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문을 두드린다. 저평가 국면을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가치주, 과연 영원한 숙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될 수 있을까. 밸류업 하우스들을 찾아 해답을 찾아봤다.-편집자주 ■ 2세대 가치투자의 '본진' VIP자산운용 2003년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 1300%. 운용자산 4조7000억원(15일 기준) 규모의 VIP자산운용은 설립 20년만에 가치투자의 '본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를 획득한 이후 순자산 규모는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사실 20년간 발간한 리포트 건수만 1만여건에 달할 정도로 치밀한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적 파트너십에 기반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데 따른 성과다. 특히 딥밸류의 기업들을 찾아 우호적 행동주의를 통해 기업의 체질 개선과 기업 가치 향상을 이끌어냄으로써 우수한 운용 성과로 이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사진=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 ‘매운맛’ 가미한 행동주의, 밸류트랩 벗어나라 27일 본사에서 만난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회사가 추구하는 주주 행동주의에 대해 “밸류업계의 일타강사”로 비유했다. “흔히들 그러죠. '우리 애들은 머리가 좋다.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하면 잘할 애들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관심을 갖고 정성으로 아이를 어떻게 케어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때문에 저희는 기업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순한맛’ 80%에 ‘매운맛’ 20%을 가미한 우호적 행동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VIP운용은 기업이 밸류트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방안이 바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임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수없이 보낸 투자레터와 기업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실제 많은 변화를 이끌내기도 했다. VIP운용이 장기 투자중인 기업 중 아세아시멘트, 풍산홀딩스, HL만도 등은 모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발표하며 주가 재평가 국면에 돌입한 대표 기업들이기도 하다. 다만 국내 상장 시장이 ‘비정상’에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중복 상장 폐지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중복 상장 폐지 등 VIP운용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메리츠금융이 지난해 실시한 정책들과도 맞물려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2021년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정책 전환과 2022년 3사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단일 지주사 체제를 선언한 이후 폭발적 주가 상승을 보이며 10여년만에 3200%에 달하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 중복상장, 비정상의 정상화..."야, 너도 할 수 있어" 김 대표는 올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제2의 메리츠금융이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중복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의 하나인, 비정상적 단면입니다.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더라도 모두 다 단일 법인의 지주 회사입니다. 우리나라가 과도기적 흐름으로 인해 지주회사가 존재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들이 제기됐는데 이런 비성장의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디스카운트 문제도 해결 가능합니다. 메리츠가 이미 선례를 남겼으니 ‘야, 너도 할 수 있어’가 가능해진 겁니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가 주가 차익 극대화를 위한 이기적 행동이라는 비난도 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도 VIP운용은 ‘조용한’ 소통에 주력한다. “기업 본질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기업에 대해 비판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주당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 효과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기업과 '아름다운 이별'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주가는 결국 주당 가치를 따라가기 때문에 주당 순이익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나 혹은 해당 기업을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 주체들이 생겼을 때겠죠. 좋은 기업이 좋은 정책을 통해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늘면 더이상 우리 존재가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되는 시기가 옵니다. 하지만 기업이 두자리 숫자의 ROE를 기록하며 기업 가치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굳이 팔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실제 VIP운용의 회전율은 70% 안팎으로 일반 펀드들의 평균 회전율의 ¼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 ■ 상속증여세법상 과세 기준 통일해야 올해 주식시장에서 저PBR주의 재평가 흐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를 위해선 다양한 정책 개편도 필요한 상황이다.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 수반돼야 할 정책들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배당소득세의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 소각 관련한 세금 혜택을 언급하면서 특히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와 관련한 기준을 ‘시가’가 아닌 ‘상속증여세법상의 가치’로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상속 및 증여시 과세 기준이 시가 기준으로 돼 있기 때문에 대주주로서는 배당을 확대하고 IR을 적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주가를 누르고 PBR을 낮추면서 시장을 악용하는 거죠. 이를 순자산과 순이익을 기초로 매겨지는 상속증여세법상의 가치로 통일한다면 주가를 올려 높게 평가받는 것이 대주주로선 상속세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저PBR주에 관심을 갖는 개인들에게 한가지 팁을 전했다. “별도 기준 현금 흐름이 많은 기업들을 먼저 볼 필요가 있어요. 초기에는 단순히 저PBR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주한테 돌려줄 수 있는 여력이 있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을 겁니다.”

[밸류업 하우스] 김민국 VIP운용 “제2의 메리츠금융 나온다”

VIP운용 "기다리는 가치투자? 밸류업계 일타강사"
자사주 매입소각+중복상장 폐지로 정상화 필요
"저 PBR주 투자, 현금 흐름부터 살피고 접근해"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3.27 11:34 의견 0

국내 가치투자 2세대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1세대들이 저평가된 기업들을 발굴해 기다리는 투자철학을 선보였다면 이들은 한발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문을 두드린다. 저평가 국면을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가치주, 과연 영원한 숙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될 수 있을까. 밸류업 하우스들을 찾아 해답을 찾아봤다.-편집자주

■ 2세대 가치투자의 '본진' VIP자산운용

2003년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 1300%. 운용자산 4조7000억원(15일 기준) 규모의 VIP자산운용은 설립 20년만에 가치투자의 '본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를 획득한 이후 순자산 규모는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사실 20년간 발간한 리포트 건수만 1만여건에 달할 정도로 치밀한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적 파트너십에 기반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데 따른 성과다. 특히 딥밸류의 기업들을 찾아 우호적 행동주의를 통해 기업의 체질 개선과 기업 가치 향상을 이끌어냄으로써 우수한 운용 성과로 이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사진=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 ‘매운맛’ 가미한 행동주의, 밸류트랩 벗어나라

27일 본사에서 만난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회사가 추구하는 주주 행동주의에 대해 “밸류업계의 일타강사”로 비유했다.

“흔히들 그러죠. '우리 애들은 머리가 좋다.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하면 잘할 애들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관심을 갖고 정성으로 아이를 어떻게 케어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때문에 저희는 기업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순한맛’ 80%에 ‘매운맛’ 20%을 가미한 우호적 행동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VIP운용은 기업이 밸류트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방안이 바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임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수없이 보낸 투자레터와 기업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실제 많은 변화를 이끌내기도 했다. VIP운용이 장기 투자중인 기업 중 아세아시멘트, 풍산홀딩스, HL만도 등은 모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발표하며 주가 재평가 국면에 돌입한 대표 기업들이기도 하다.

다만 국내 상장 시장이 ‘비정상’에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중복 상장 폐지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중복 상장 폐지 등 VIP운용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메리츠금융이 지난해 실시한 정책들과도 맞물려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2021년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정책 전환과 2022년 3사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단일 지주사 체제를 선언한 이후 폭발적 주가 상승을 보이며 10여년만에 3200%에 달하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 중복상장, 비정상의 정상화..."야, 너도 할 수 있어"

김 대표는 올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제2의 메리츠금융이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중복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의 하나인, 비정상적 단면입니다.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더라도 모두 다 단일 법인의 지주 회사입니다. 우리나라가 과도기적 흐름으로 인해 지주회사가 존재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들이 제기됐는데 이런 비성장의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디스카운트 문제도 해결 가능합니다. 메리츠가 이미 선례를 남겼으니 ‘야, 너도 할 수 있어’가 가능해진 겁니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가 주가 차익 극대화를 위한 이기적 행동이라는 비난도 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도 VIP운용은 ‘조용한’ 소통에 주력한다. “기업 본질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기업에 대해 비판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주당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 효과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기업과 '아름다운 이별'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주가는 결국 주당 가치를 따라가기 때문에 주당 순이익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나 혹은 해당 기업을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 주체들이 생겼을 때겠죠. 좋은 기업이 좋은 정책을 통해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늘면 더이상 우리 존재가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되는 시기가 옵니다. 하지만 기업이 두자리 숫자의 ROE를 기록하며 기업 가치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굳이 팔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실제 VIP운용의 회전율은 70% 안팎으로 일반 펀드들의 평균 회전율의 ¼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

■ 상속증여세법상 과세 기준 통일해야

올해 주식시장에서 저PBR주의 재평가 흐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를 위해선 다양한 정책 개편도 필요한 상황이다.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 수반돼야 할 정책들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배당소득세의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 소각 관련한 세금 혜택을 언급하면서 특히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와 관련한 기준을 ‘시가’가 아닌 ‘상속증여세법상의 가치’로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상속 및 증여시 과세 기준이 시가 기준으로 돼 있기 때문에 대주주로서는 배당을 확대하고 IR을 적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주가를 누르고 PBR을 낮추면서 시장을 악용하는 거죠. 이를 순자산과 순이익을 기초로 매겨지는 상속증여세법상의 가치로 통일한다면 주가를 올려 높게 평가받는 것이 대주주로선 상속세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저PBR주에 관심을 갖는 개인들에게 한가지 팁을 전했다.

“별도 기준 현금 흐름이 많은 기업들을 먼저 볼 필요가 있어요. 초기에는 단순히 저PBR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주한테 돌려줄 수 있는 여력이 있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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