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의 약발이 벌써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책 발표 이후 5주 연속 상승폭이 줄던 서울 아파트값이 6주 만에 반등했다. 특히 강남과 마용성 등 프리미엄 입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지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시장을 이끄는 모양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 6·27 대책 이후 첫 반등…서울 집값 다시 들썩
6·27 대책 이후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6주 만에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대책 이전 6월 넷째 주 0.43%에서 5주 연속 줄어들며 지난주 0.12%까지 하락했으나 6주만에 반등으로 돌아섰다.
특히 강남권과 마용성 등 '한강벨트' 지역이 상승을 견인했다. 강남 지역인 송파구(0.38%), 강남구(0.15%)와 한강벨트로 분류되는 성동구(0.33%), 용산구(0.22%), 마포구(0.14%) 모두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전반적인 수요는 위축됐으나 재건축 이슈 단지, 역세권·학군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 증가하고 상승거래 체결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강남, 한강벨트 등 프리미엄 입지 지역의 고가 아파트 선호, 즉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는 의미다.
'똘똘한 한 채'선호는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3년간 3402채의 서울 아파트를 구매했다. 주로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의 고가 아파트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 '똘똘한 한 채' 선호 키운 세제 구조
'똘똘한 한 채'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한 지역에 몰리며 탄생한 아파트 선호 기조다. 교통·생활 인프라가 뛰어난 프리미엄 입지에 자리해 실거주에 적합했고, 부족한 공급과 적은 세금부담 덕분에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를 부추겼다는 부동산 관련 세제들은 역설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탄생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다주택자를 규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들이 도리어 전무후무한 가격상승을 불러왔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를 위해 양도소득세, 보유세 부담을 줄인 점이 고가 아파트 1채 선호로 돌아왔다. 양도세에는 집을 오래 보유할수록 공제가 적용되는 장기특별공제가 도입됐는데, 1주택자의 경우 10년 이상 보유시 80%가 공제됐다. 이는 양도세의 누진과세 구조를 무력화해 양도차익이 큰 고가 주택 선호를 불러일으켰다. 다주택자의 경우 15년 보유, 최대 30% 라는 점에서 1주택자에게 과도한 혜택이 쏟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보유세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 현실화로 일부 지역에서 시세와 공시가격이 역전돼 과도한 세부담을 불러일으킨다는 반발을 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유세 계산시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향한 결과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1주택자 기준 0.13%까지 내려갔다. 집값 상승을 견제할 세부담이 줄어 세금 의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집값 상승은 고가 1주택이 이끄는 동안 다주택자에겐 규제가 쏟아졌다. 2,3주택자들에게 양도세가 중과되기 시작해 연달아 강화됐다. 취득세와 종부세 또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가산됐다. 이는 가격대가 낮은 지방 주택 여러 채 보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 1채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지방은 미분양 물량 문제가 불거지는 동시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지방의 자금까지 몰려 가격 상승이 탄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안정을 위한 부동산 세제 개편은 지나친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켜 집값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실수요자 부담을 키웠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 "규제로는 수요를 옮길 수 없다"
전문가는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충분한 공급 없이 규제에만 몰두한 것이 ‘똘똘한 한 채’ 선호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중과가 다주택자에 집중돼 1주택자의 세부담이 줄고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화됐다"며 "6·27대책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수도권 수요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을 규제로 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 해소 방안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 폐지, 보유세 강화 등 세제개편 방법이 있으나 이번 정부는 아직 관련 움직임이 없어보인다"며 "공급확대가 해법이나 공공방식은 적자 부담은 물론 공급 규모도 미지수이고 민간공급은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더욱 줄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방향에 대해서는 "단순 공급이 아니라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입지와 주거수준이 갖춰진 집이 공급돼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