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최근 연예계에 비보가 이어졌다. 우리에게 알려진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이유는 세상의 비뚤어진 시선 때문이었다. 보여주는 것에 익숙한 스타들이 선뜻 보여주지 않았던 내면의 외로움은 이미 그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대중에게 와 닿았다. 너무 늦게 알아줘서 미안하다면서.  외로움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빈번한 감정 중 하나다. 겉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매일 친구들과 파티 비슷한 만남을 이어가면서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그들도, 결국 자신이 겪고 있는 외로움의 형체를 누군가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조차도 나의 외로움이 들킬까봐 애써 포장하기에 바빴던 적이 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고…. 이 감정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혹은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러 방법을 찾는다. 요즘 세대들에게 그 방법 중 하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화려하게 보이는, 혹은 쓸쓸함 마저 ‘감성’으로 포장하는 게시물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면서 타인의 온기를 갈구한다. 그럴수록 내면과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공허한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람들이 물으면 이제 “외롭다”는 말을 주저 없이 내뱉는다. 나의 외로움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의 외로움도 사랑할 수 있도록. 겉으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30대 여성이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우울하고, 소극적인 면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사를 전하는 뮤지션 김사월의 첫 산문집 ‘사랑하는 미움들’은 이런 우리들에게 손을 내민다. 스스로의 미움을 최대한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어내면서 ‘괜찮다’고 말해준다.   2018년 겨울, 김사월은 홍대입구역 뒷골목에 자리한 룰루랄라에서 노래를 했다. 룰루랄라는 11년 정도 영업했던 카페 겸 펍 겸 음식점 겸 공연장 겸 뮤지션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 당시 여러 뮤지션들이 한 달여에 걸쳐 공연을 했다. 나도 몇 차례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이 공연들은 룰루랄라의 마지막이었다. 노래가 끝났고, 그 공간은 지금 사라지고 없다.  자주 가던 카페와 밥집, 술집 등의 공간이 사라지는 건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다. 김사월은 ‘사랑하는 미움들’에 이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담담하게 눌러 썼다. 룰루랄라는 김사월에게도 특별했던 공간이다. 그의 미팅 장소이자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 관객들이 터지도록 찾은 공연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의 아픔이 묻어났지만, 그는 미움의 감정을 토해낼 때와 마찬가지로 이별에 있어서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책의 말미에는 김사월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이 담겨 있다. “나는 또 다시 우리가 살아있다는 데에 안도하고 안심하고 고맙고 눈물이 나요. 제 이야기를 읽어줘서 고마워요.(중략)저를 읽고 기억하거나, 잊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있어주어 고마워요”라는 마지막 그의 말은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을 마주할 용기를 갖게 해준다.

[책에 길을 묻다] 마주하기 힘든 ‘미움’마저 사랑할 수 있을까

“세상에 있어주어 고마워요”

박정선 기자 승인 2020.01.10 10:54 | 최종 수정 2020.01.14 11:0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최근 연예계에 비보가 이어졌다. 우리에게 알려진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이유는 세상의 비뚤어진 시선 때문이었다. 보여주는 것에 익숙한 스타들이 선뜻 보여주지 않았던 내면의 외로움은 이미 그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대중에게 와 닿았다. 너무 늦게 알아줘서 미안하다면서. 

외로움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빈번한 감정 중 하나다. 겉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매일 친구들과 파티 비슷한 만남을 이어가면서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그들도, 결국 자신이 겪고 있는 외로움의 형체를 누군가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조차도 나의 외로움이 들킬까봐 애써 포장하기에 바빴던 적이 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고…. 이 감정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혹은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러 방법을 찾는다. 요즘 세대들에게 그 방법 중 하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화려하게 보이는, 혹은 쓸쓸함 마저 ‘감성’으로 포장하는 게시물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면서 타인의 온기를 갈구한다. 그럴수록 내면과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공허한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람들이 물으면 이제 “외롭다”는 말을 주저 없이 내뱉는다. 나의 외로움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의 외로움도 사랑할 수 있도록. 겉으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30대 여성이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우울하고, 소극적인 면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사를 전하는 뮤지션 김사월의 첫 산문집 ‘사랑하는 미움들’은 이런 우리들에게 손을 내민다. 스스로의 미움을 최대한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어내면서 ‘괜찮다’고 말해준다.  

2018년 겨울, 김사월은 홍대입구역 뒷골목에 자리한 룰루랄라에서 노래를 했다. 룰루랄라는 11년 정도 영업했던 카페 겸 펍 겸 음식점 겸 공연장 겸 뮤지션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 당시 여러 뮤지션들이 한 달여에 걸쳐 공연을 했다. 나도 몇 차례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이 공연들은 룰루랄라의 마지막이었다. 노래가 끝났고, 그 공간은 지금 사라지고 없다. 

자주 가던 카페와 밥집, 술집 등의 공간이 사라지는 건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다. 김사월은 ‘사랑하는 미움들’에 이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담담하게 눌러 썼다. 룰루랄라는 김사월에게도 특별했던 공간이다. 그의 미팅 장소이자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 관객들이 터지도록 찾은 공연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의 아픔이 묻어났지만, 그는 미움의 감정을 토해낼 때와 마찬가지로 이별에 있어서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책의 말미에는 김사월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이 담겨 있다. “나는 또 다시 우리가 살아있다는 데에 안도하고 안심하고 고맙고 눈물이 나요. 제 이야기를 읽어줘서 고마워요.(중략)저를 읽고 기억하거나, 잊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있어주어 고마워요”라는 마지막 그의 말은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을 마주할 용기를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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