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어리게만 봤던 동생이 제 친구들 사이에서 의외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집에서는 늘 막내였기에 가끔 어른스러운 모습을 접할 때면 놀라면서도 기특하다. 나이를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아직도 동생의 의젓한 모습은 내게 ‘의외’다. 사람은 누구나 의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같은 사람을 두고 평가가 엇갈릴 때가 있으며, 나부터도 옆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행동부터 말투, 자세가 달라지곤 한다. 사람에게 여러 성격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의 새로운 모습은 때때로 결정적인 매력 포인트가 되곤 한다. 배우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일상을 공개할 때면 평소 이미지와 다른 모습들이 화제가 될 때가 많다. 내가 미처 몰랐던,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봤을 때 반가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 이 마음이 지나치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욕심이 잘못된 선택을 초래할 때가 있다. 친한 친구나 가족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까지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속내와 성격 등 모든 것을 아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바람이 분다, 가라’는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이들은 물론, 자기 자신도 모르는 ‘달의 이면’과 같은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강 작가의 ‘바람이 분다, 가라’는 어느 겨울 폭설 속 미시령 고개에서 서인주가 돌연한 죽음을 맞이하자 단짝 친구 이정희가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이정희는 서인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다소 난해하고, 전개가 복잡해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진실을 파헤친다는 큰 줄기는 있지만, 스릴러의 서사를 따라가지는 않는다. 한 인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과거를 담담하게 들여다보며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그럼에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건 소설을 읽는 이들 또한 서인주의 아무도 몰랐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분다, 가라’ 속 이정희처럼, 누군가를 완벽하게 알 수도, 또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음이 통하는 이와 한 여정을 함께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바람이 분다, 가라’는 그래서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책에 길을 묻다] 누군가의 ‘진짜’ 모습이 궁금한 이들에게

'바람이 분다, 가라' 미처 몰랐던 단짝 친구의 과거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2.27 13:08 | 최종 수정 2020.01.13 16:36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어리게만 봤던 동생이 제 친구들 사이에서 의외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집에서는 늘 막내였기에 가끔 어른스러운 모습을 접할 때면 놀라면서도 기특하다. 나이를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아직도 동생의 의젓한 모습은 내게 ‘의외’다.

사람은 누구나 의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같은 사람을 두고 평가가 엇갈릴 때가 있으며, 나부터도 옆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행동부터 말투, 자세가 달라지곤 한다.

사람에게 여러 성격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의 새로운 모습은 때때로 결정적인 매력 포인트가 되곤 한다. 배우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일상을 공개할 때면 평소 이미지와 다른 모습들이 화제가 될 때가 많다. 내가 미처 몰랐던,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봤을 때 반가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 이 마음이 지나치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욕심이 잘못된 선택을 초래할 때가 있다. 친한 친구나 가족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까지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속내와 성격 등 모든 것을 아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바람이 분다, 가라’는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이들은 물론, 자기 자신도 모르는 ‘달의 이면’과 같은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강 작가의 ‘바람이 분다, 가라’는 어느 겨울 폭설 속 미시령 고개에서 서인주가 돌연한 죽음을 맞이하자 단짝 친구 이정희가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이정희는 서인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다소 난해하고, 전개가 복잡해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진실을 파헤친다는 큰 줄기는 있지만, 스릴러의 서사를 따라가지는 않는다. 한 인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과거를 담담하게 들여다보며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그럼에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건 소설을 읽는 이들 또한 서인주의 아무도 몰랐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분다, 가라’ 속 이정희처럼, 누군가를 완벽하게 알 수도, 또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음이 통하는 이와 한 여정을 함께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바람이 분다, 가라’는 그래서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