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사진=NEW)   [뷰어스=남우정 기자] “밤에 식구들 다 잘 때 TV로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에요. 시끄러우니까 블루투스 헤드셋은 껴야죠” 오전에 진행된 인터뷰, 이성민은 유달리 피곤해 보였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홍보 일정이 빡빡해서 무리를 한 줄 알았더니 18살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느라고 아침 6시반에 일어났다고 털어놨다. 전형적인 딸바보 아빠를 떠올렸더니 이성민은 스스로를 집안에서 무존재라고 표현했다.  “집에선 아무 존재감이 없어요. 구박받고 있죠.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어른스럽지 못할 때가 많아요. 특히 딸이랑 싸울 때보면 그렇죠. 말로는 내가 딸려요. 부모가 되면 알 걸에요. 딸이라서 야단도 못 쳐요. 엄마가 야단치면 듣는데 내가 한 마디 하면 난리나요(웃음)” 이런 사람이 어떻게 전설의 카사노바로 분했는지 신기할 뿐이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 이성민은 바람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석근 역을 맡았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석근의 모습에선 드라마 ‘파스타’ 속 설사장, ‘브레인’ 고과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야비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성민이 연기한 악역은 어딘가 동정이 가는 인물이었다.  이성민(사진=NEW)   “그런 장르를 좋아해요. 진짜 악역도 해보고 싶은데 생긴 게 이렇다 보니까 잘 안 들어와요. 근엄함 뒤에 숨겨진 가벼움, 비열함, 싼티가 보여지는 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구나 양면을 가지고 사니까요. 나도 지금 모습과 집에서 모습이 다르니까” ‘바람 바람 바람’ 속 석근은 내용 안에서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입체적이고 매력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성민을 사로잡았다. 다만 불륜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조금의 고민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이성민은 단호하게 NO라고 외쳤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바람 바람 바람’은 불륜을 옹호하고 부추기는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 그런 부분을 웃음으로 털어내는 블랙코미디죠. 사람 사회에 일어나는 일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게 코미디의 원래 모습이고 고급스러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리얼하게 다루는 것과 코믹하게 다루는 건 이성적인 관입이 필요하죠. 조선시대에 마당극으로 양반을 희화하고 놀렸던 관점에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실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바람 바람 바람’을 고민없이 선택한 이성민이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롤러코스터 디자이너인 석근에게 지금껏 만났던 여성들의 실루엣이 영감을 주었다는 설정이었다. 이성민은 이병헌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서 목마름을 해소했다.  이성민(사진=NEW)   “이 부분에서 야비하고 비열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영감을 위해 바람을 합리화 시켜서 불편했어요. 그건 정당화 될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병헌 감독에게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이병헌 감독이 하는 말이 그런 사람에 대한 비난이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감독의 선견지명인 것 같기도 해요. 영감을 얻고자 한 행동을 풍자한 것이죠” 전설의 카사노바 역할, 실제로 영화를 본 아내의 반응을 묻자 이성민은 “오히려 좀 더 하지 그랬냐고 하더라고요. 역시 결혼 경력 18년인 여성의 짬은 다르다”고 농을 던졌다. 이성민의 말처럼 ‘바람 바람 바람’은 기혼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얻을 작품이다.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기혼자의 공감대가 있어요. 예고편에 석근이 ‘결혼 20년차인데도 와이프랑 키스해’라고 하면 봉수가 ‘부부가 키스도 합니까’라고 해요. 기혼자만이 공감할 대사죠” 특히 석근과 봉수가 무표정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엔딩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성민 역시 기승전결이 있었던 석근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잘못을 잡아주고 안정을 되찾아주는 느낌이었어요. 롤러코스터에 불안불안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게 우리 삶의 한 부분, 요동치는 욕망이라면 석근과 봉수가 무표정하게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는 게 철이 든 것으로 보였어요. 삶의 재미는 없어졌겠지만 이제 어떤 게 닥쳐와도 겸허하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바람바람바람’ 이성민 “집에선 존재감 無…딸이랑 싸울 땐 철 없죠”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4.05 10:55 | 최종 수정 2136.07.08 00:00 의견 0
이성민(사진=NEW)
이성민(사진=NEW)

 

[뷰어스=남우정 기자] “밤에 식구들 다 잘 때 TV로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에요. 시끄러우니까 블루투스 헤드셋은 껴야죠”

오전에 진행된 인터뷰, 이성민은 유달리 피곤해 보였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홍보 일정이 빡빡해서 무리를 한 줄 알았더니 18살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느라고 아침 6시반에 일어났다고 털어놨다. 전형적인 딸바보 아빠를 떠올렸더니 이성민은 스스로를 집안에서 무존재라고 표현했다. 

“집에선 아무 존재감이 없어요. 구박받고 있죠.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어른스럽지 못할 때가 많아요. 특히 딸이랑 싸울 때보면 그렇죠. 말로는 내가 딸려요. 부모가 되면 알 걸에요. 딸이라서 야단도 못 쳐요. 엄마가 야단치면 듣는데 내가 한 마디 하면 난리나요(웃음)”

이런 사람이 어떻게 전설의 카사노바로 분했는지 신기할 뿐이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 이성민은 바람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석근 역을 맡았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석근의 모습에선 드라마 ‘파스타’ 속 설사장, ‘브레인’ 고과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야비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성민이 연기한 악역은 어딘가 동정이 가는 인물이었다. 

이성민(사진=NEW)
이성민(사진=NEW)

 

“그런 장르를 좋아해요. 진짜 악역도 해보고 싶은데 생긴 게 이렇다 보니까 잘 안 들어와요. 근엄함 뒤에 숨겨진 가벼움, 비열함, 싼티가 보여지는 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구나 양면을 가지고 사니까요. 나도 지금 모습과 집에서 모습이 다르니까”

‘바람 바람 바람’ 속 석근은 내용 안에서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입체적이고 매력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성민을 사로잡았다. 다만 불륜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조금의 고민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이성민은 단호하게 NO라고 외쳤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바람 바람 바람’은 불륜을 옹호하고 부추기는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 그런 부분을 웃음으로 털어내는 블랙코미디죠. 사람 사회에 일어나는 일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게 코미디의 원래 모습이고 고급스러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리얼하게 다루는 것과 코믹하게 다루는 건 이성적인 관입이 필요하죠. 조선시대에 마당극으로 양반을 희화하고 놀렸던 관점에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실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바람 바람 바람’을 고민없이 선택한 이성민이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롤러코스터 디자이너인 석근에게 지금껏 만났던 여성들의 실루엣이 영감을 주었다는 설정이었다. 이성민은 이병헌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서 목마름을 해소했다. 

이성민(사진=NEW)
이성민(사진=NEW)

 

“이 부분에서 야비하고 비열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영감을 위해 바람을 합리화 시켜서 불편했어요. 그건 정당화 될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병헌 감독에게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이병헌 감독이 하는 말이 그런 사람에 대한 비난이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감독의 선견지명인 것 같기도 해요. 영감을 얻고자 한 행동을 풍자한 것이죠”

전설의 카사노바 역할, 실제로 영화를 본 아내의 반응을 묻자 이성민은 “오히려 좀 더 하지 그랬냐고 하더라고요. 역시 결혼 경력 18년인 여성의 짬은 다르다”고 농을 던졌다. 이성민의 말처럼 ‘바람 바람 바람’은 기혼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얻을 작품이다.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기혼자의 공감대가 있어요. 예고편에 석근이 ‘결혼 20년차인데도 와이프랑 키스해’라고 하면 봉수가 ‘부부가 키스도 합니까’라고 해요. 기혼자만이 공감할 대사죠”

특히 석근과 봉수가 무표정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엔딩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성민 역시 기승전결이 있었던 석근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잘못을 잡아주고 안정을 되찾아주는 느낌이었어요. 롤러코스터에 불안불안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게 우리 삶의 한 부분, 요동치는 욕망이라면 석근과 봉수가 무표정하게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는 게 철이 든 것으로 보였어요. 삶의 재미는 없어졌겠지만 이제 어떤 게 닥쳐와도 겸허하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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