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진선 기자 대학로는 대중문화 영역에서 이미 상징적인 장소다. 대학로 무대에 오른 작품에서 배우들은 우리가 낼 수 없는 목소리를 대신 내줬다.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과 아픔의 감정을 털어냈다. 소극장, 대극장을 막론하고, 연극, 뮤지컬 장르를 떠나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곳이 바로 대학로다.   대학로는 동숭동에 있던 서울대학교가 관악산캠퍼스로 이전한 후, 마로니에 공원이 들어서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문화예술 진흥원, 아르코 미술관 등이 세워졌고, 1985년부터 일대의 특성을 살려 거리를 개방하며 ‘대학로’라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로에서 다양한 극단과 작품, 또 축제가 열렸고 대중들에게는 ‘공연=대학로’라는 인식이 더해졌다. 하지만 대학로는 변하고 있다. 공연을 즐기는 공간에서, 유흥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같은 대학로의 변화에 많은 문제가 제기됐던 이유로, 2004년 서울시가 추진한 문화지구지정 때문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공연 중심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종로구 동숭동, 이화동, 혜화동 인근을 문화지구로 선정했는데, 이곳에 대기업들이 진출해 상업화가 일어난 것이다. 사람이 몰리면서 올라간 땅 값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새로 짓는 공연장에 조세 감면, 융자 지원 등 정부지원혜택이 주어졌지만, 연극인들에게는 애초부터 극장을 세울 자본이 없었다. 문화지구 혜택은 연극인이 아닌, 건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쏠린 셈이다.   대학로를 벗어나는 이들이 많아지자, 서울시는 2017년 대학로 인근에 창작연극지원시설을 만들었다.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공간을 만든 것인데, 현실적으로 나아진 건 없다는 의견이 적잖다. 실질적으로 극장 운영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영난, 수익성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극장의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우선, 동숭아트센터는 서울문화재단 건물로 바뀌었다. 1년 간 방치 돼 있던 푸른극장은 달밤엔씨어터로 새 단장했다. 대명문화공장은 예스24스테이지로, 두레홀 4관은 원패스 아트홀로 바뀌었다,   17년 간 연극계를 지켰던 설치국장 정미소는 올해 6월 폐관 했다. 2002년 목욕탕으로 쓰다 남겨진 3충 건물을 윤석화와 건축가 장운규가 극장으로 재탄생 시킨 정미소는 소극장, 갤러리, 공연장 등 다양한 예술문화를 즐기는 개성 있는 소극장으로 꼽혔다. 2015년 문을 닫은 삼일로창고극장은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한다. 1970~1980년대 연극의 메카였던 정동 세실극장은 서울연극협회가 위탁 받았다.   대학로 게릴라 극장도 관객들을 떠났다. 2004년 동숭동에서 문을 연 이곳은 연희단거리패가 설립해 운영해 왔지만, 재정난에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결국 매달 적자가 누적돼 결국에 게릴라 극장을 떠나 30스튜디오를 마련해 거처를 옮겼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300석 미만 소극장 중 10곳~20곳에 임차료 11개월을 전액 지원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극단 대관료를 50% 이상 할인해 주고 대관이 없는 동안에는 자체 공연이나 축제를 기획해 공실률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대학로 전체 공연장 중 100석 미만 소극장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공연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공연 콘텐츠가 감소했다. 소 공연장 비율은 2004년 31.6%에서 2015년 20%로 감소했다. 연극창작 공간보다는 개그나 뮤지컬, 성인연극 등 상업적 공연활동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로의 상업화로 연극인들이 대학로를 떠나는 움직임은 2011년에도 있었다. 인기 연극들은 강남, 영등포, 신도림 등 신규 시장으로 진출을 꾀했다. '뉴 보잉보잉’은 강남 윤당아트홀로, ‘라이어’는 강남 동양아트홀로 거처를 옮겨 관객을 만났다.   2016년 연출 임도완, 임형택, 조광화, 양정웅, 오경택은 ‘성북동 큰길 프로젝트’를 열어, 상업화가 심각한 대학로를 떠나 성북동에 새로운 터를 마련하기도 했다. 2017년 서울시는 ‘문화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통해 서교동, 문래동, 홍대 외곽지역 등에 자생 예술촌을 집중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연극인들이 대학로 외의 지역에서도 무대를 펼칠 기회가 생긴 셈이다.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다양한 공연이 오르긴 하지만, 대학로에 발을 붙인 연극인들은 대학로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연극 산업의 집적지로 손꼽히는 대학로. 이름뿐인 육성지구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View기획┃대학로 변화①] 문화지구지정→脫 대학로로

김진선 기자 승인 2019.08.23 11:40 | 최종 수정 2139.04.16 00:00 의견 0
사진=김진선 기자
사진=김진선 기자

대학로는 대중문화 영역에서 이미 상징적인 장소다. 대학로 무대에 오른 작품에서 배우들은 우리가 낼 수 없는 목소리를 대신 내줬다.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과 아픔의 감정을 털어냈다. 소극장, 대극장을 막론하고, 연극, 뮤지컬 장르를 떠나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곳이 바로 대학로다.

 
대학로는 동숭동에 있던 서울대학교가 관악산캠퍼스로 이전한 후, 마로니에 공원이 들어서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문화예술 진흥원, 아르코 미술관 등이 세워졌고, 1985년부터 일대의 특성을 살려 거리를 개방하며 ‘대학로’라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로에서 다양한 극단과 작품, 또 축제가 열렸고 대중들에게는 ‘공연=대학로’라는 인식이 더해졌다. 하지만 대학로는 변하고 있다. 공연을 즐기는 공간에서, 유흥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같은 대학로의 변화에 많은 문제가 제기됐던 이유로, 2004년 서울시가 추진한 문화지구지정 때문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공연 중심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종로구 동숭동, 이화동, 혜화동 인근을 문화지구로 선정했는데, 이곳에 대기업들이 진출해 상업화가 일어난 것이다. 사람이 몰리면서 올라간 땅 값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새로 짓는 공연장에 조세 감면, 융자 지원 등 정부지원혜택이 주어졌지만, 연극인들에게는 애초부터 극장을 세울 자본이 없었다. 문화지구 혜택은 연극인이 아닌, 건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쏠린 셈이다.
 
대학로를 벗어나는 이들이 많아지자, 서울시는 2017년 대학로 인근에 창작연극지원시설을 만들었다.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공간을 만든 것인데, 현실적으로 나아진 건 없다는 의견이 적잖다. 실질적으로 극장 운영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영난, 수익성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극장의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우선, 동숭아트센터는 서울문화재단 건물로 바뀌었다. 1년 간 방치 돼 있던 푸른극장은 달밤엔씨어터로 새 단장했다. 대명문화공장은 예스24스테이지로, 두레홀 4관은 원패스 아트홀로 바뀌었다,
 
17년 간 연극계를 지켰던 설치국장 정미소는 올해 6월 폐관 했다. 2002년 목욕탕으로 쓰다 남겨진 3충 건물을 윤석화와 건축가 장운규가 극장으로 재탄생 시킨 정미소는 소극장, 갤러리, 공연장 등 다양한 예술문화를 즐기는 개성 있는 소극장으로 꼽혔다. 2015년 문을 닫은 삼일로창고극장은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한다. 1970~1980년대 연극의 메카였던 정동 세실극장은 서울연극협회가 위탁 받았다.
 
대학로 게릴라 극장도 관객들을 떠났다. 2004년 동숭동에서 문을 연 이곳은 연희단거리패가 설립해 운영해 왔지만, 재정난에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결국 매달 적자가 누적돼 결국에 게릴라 극장을 떠나 30스튜디오를 마련해 거처를 옮겼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300석 미만 소극장 중 10곳~20곳에 임차료 11개월을 전액 지원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극단 대관료를 50% 이상 할인해 주고 대관이 없는 동안에는 자체 공연이나 축제를 기획해 공실률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대학로 전체 공연장 중 100석 미만 소극장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공연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공연 콘텐츠가 감소했다. 소 공연장 비율은 2004년 31.6%에서 2015년 20%로 감소했다. 연극창작 공간보다는 개그나 뮤지컬, 성인연극 등 상업적 공연활동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로의 상업화로 연극인들이 대학로를 떠나는 움직임은 2011년에도 있었다. 인기 연극들은 강남, 영등포, 신도림 등 신규 시장으로 진출을 꾀했다. '뉴 보잉보잉’은 강남 윤당아트홀로, ‘라이어’는 강남 동양아트홀로 거처를 옮겨 관객을 만났다.
 
2016년 연출 임도완, 임형택, 조광화, 양정웅, 오경택은 ‘성북동 큰길 프로젝트’를 열어, 상업화가 심각한 대학로를 떠나 성북동에 새로운 터를 마련하기도 했다. 2017년 서울시는 ‘문화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통해 서교동, 문래동, 홍대 외곽지역 등에 자생 예술촌을 집중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연극인들이 대학로 외의 지역에서도 무대를 펼칠 기회가 생긴 셈이다.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다양한 공연이 오르긴 하지만, 대학로에 발을 붙인 연극인들은 대학로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연극 산업의 집적지로 손꼽히는 대학로. 이름뿐인 육성지구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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