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노트  배우 손유동에게 연극 ‘알앤제이’는 특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극중극 형식일 뿐 아니라, 객석 사이에 놓인 무대, 막대한 대사 양, 퇴장 없이 무대를 줄곧 지키는 ‘알앤제이’는 배우로서 분명 쉽지 않은 작품이다. 특히 많은 장르와 작품을 통해 변주된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손유동이 아닌, 학생3으로서 바라본 작품을 그려내기에 ‘알앤제이’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이름을 올린 손유동은 ‘특별’하다는 의미로 작품에 대한 모든 감정을 쏟아냈다.  ‘알앤제이’는 억압된 교육과 생활로 자신의 생각조차 내지 못한 학생들(학생1, 학생2, 학생3, 학생4)이, 금서로 정해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몰래 탐독하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무대에 오르면서 체력은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알앤제이’ 초연을 하며 제 체력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웃음). 체력적으로도, 작품 자체로도 정말 쉽지 않죠. 체력 관리를 딱히 하지는 않는데 다행히 아직 아픈 곳은 없어요. 초연 때는 무릎과 어깨 쪽이 좀 결렸거든요. 이제는 적응을 한 건지 체력이 좋아진 건지 괜찮아요(웃음). 가끔 조기 축구를 하는데, 다른 작품 하다가 뛰면 힘들던데, ‘알앤제이’를 할 때는 뛸 만 해요.무대 위에서 체력을 다지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객석 사이에 놓인 작은 무대는 ‘알앤제이’를 즐기는 요소다. 배우들은 무대를 쿵쾅거리며 활보하는 것도 모자라, 객석 사이에 놓인 작은 무대까지도 한걸음에 달려온다. 관객들이야,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숨소리까지 바로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생생한 경험이 있을 수 없지만, 배우로서는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엔 부담감도 적지 않다.  사진=쇼노트  “무대에 오르면 행복한데,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심적 부담이 느껴져요. 무대에 선다는 설렘보다, ‘오늘도 마치지 않고, 잘 마치자’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다가도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듣는 순간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르르 사라져 버려요.” 무대 퇴장도 없다. 손유동은 다른 배우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에 임할 때 무대 한켠에 앉아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땀을 닦는다. 작품에 대한 손유동의 애정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모습이다.  “친구들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희곡을 완성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작품에 계속 몰입하게 되는 거죠. 학생2가 줄리엣을 하면, 줄리엣의 감정으로, 학생1이 로미오를 하면 저 역시 로미오가 돼 무대를 바라보는 거죠. 막연히 제가 맡는 역할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요. 작품을 만들고 있는 그 공기와 감정을 느끼려고 해요. ‘잘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이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희열을 느끼는 거 잖아요. 그 감정을 잘 전하고 싶은 거죠. 작품의 기승전결, 동선 등이 아니라, 학생들이 겪는 순간순간 새로운 감정과 반응에 집증 하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요.”  창작진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워낙 방대한 양의 대본을 이미 봤고, 외웠던 그이기에, 이번 작품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손유동은 초연 때 못지않게 작품을 다시 분석하고, 또 바라봤다. 무대 위 심연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과 짓궂은 미소는 모두 열심히 임하고 나서 느껴지는 ‘여유’였다.  “초연 때는 새벽까지 암기를 하고, 하루에 3, 4시간만 자고 연습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100장이 넘는 대본이었고. 말투도 쉽지 않거든요. 동선 생각하다가, 대사가 막히면 중간에 수습이 안 되기 때문에, 연습에 연습만 매달렸죠. 어렸을 때 알파벳이나, 구구단을 외운 것처럼, 줄줄 외웠어요. 그 다음에 느끼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쳤죠. 이번에 다시 오르면서 대사가 기억 안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분석하고 확인해야 돼서 다시 보긴 했지만, 다행히도 줄줄 나오더라고요(웃음).”  ‘알앤제이’ 무대는 책상 등 몇 가지 소품만 놓였지, 휑하다. 하지만 네 명의 배우들의 활약으로 그 빈틈을 느낄 수 없다. 꽉 찬 듯 하다.  “무대가 정말 휑하죠? 그래서 좋아요. 진짜 제가 학생이 돼 폐 강당에 올라 공연하는 느낌이거든요. 비밀스러운 공간 안에서 우리(배우 4명)가 무대를 만들고 있는 것 처럼요. 매번 무대에 오르면 기분이 좀 묘해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객석 쪽에 있는 무대에 뛰어갈 때도 아무것도 안 보여요. 관객들도 안 보이고요.”  멀티 역으로 다양한 매력을 드러낼 뿐 아니라, 방대한 대사도 문제없이 해낸다는 가능성도 마주했다. 배우 손유동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알앤제이’가 앞으로도 변질되지 않고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손유동의 앞으로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변하지 않는 손유동의 진심으로 관객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는 손유동이 작품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무대를 향한 순수함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다.  “주어진 작품 잘 해나가면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보고 싶어요. 한 작품에만 매진하는 이유죠. 불가피하게 연습이 겹칠 때도 있지만, 되도록 몇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것보다, 한 작품에 올인해요.”  연극 ‘알앤제이’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마주보기②] 손유동 필모에 ‘알앤제이’가 가진 의미?

김진선 기자 승인 2019.09.03 17:27 | 최종 수정 2139.05.10 00:00 의견 0
사진=쇼노트 

배우 손유동에게 연극 ‘알앤제이’는 특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극중극 형식일 뿐 아니라, 객석 사이에 놓인 무대, 막대한 대사 양, 퇴장 없이 무대를 줄곧 지키는 ‘알앤제이’는 배우로서 분명 쉽지 않은 작품이다. 특히 많은 장르와 작품을 통해 변주된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손유동이 아닌, 학생3으로서 바라본 작품을 그려내기에 ‘알앤제이’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이름을 올린 손유동은 ‘특별’하다는 의미로 작품에 대한 모든 감정을 쏟아냈다. 

‘알앤제이’는 억압된 교육과 생활로 자신의 생각조차 내지 못한 학생들(학생1, 학생2, 학생3, 학생4)이, 금서로 정해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몰래 탐독하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무대에 오르면서 체력은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알앤제이’ 초연을 하며 제 체력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웃음). 체력적으로도, 작품 자체로도 정말 쉽지 않죠. 체력 관리를 딱히 하지는 않는데 다행히 아직 아픈 곳은 없어요. 초연 때는 무릎과 어깨 쪽이 좀 결렸거든요. 이제는 적응을 한 건지 체력이 좋아진 건지 괜찮아요(웃음). 가끔 조기 축구를 하는데, 다른 작품 하다가 뛰면 힘들던데, ‘알앤제이’를 할 때는 뛸 만 해요.무대 위에서 체력을 다지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객석 사이에 놓인 작은 무대는 ‘알앤제이’를 즐기는 요소다. 배우들은 무대를 쿵쾅거리며 활보하는 것도 모자라, 객석 사이에 놓인 작은 무대까지도 한걸음에 달려온다. 관객들이야,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숨소리까지 바로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생생한 경험이 있을 수 없지만, 배우로서는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엔 부담감도 적지 않다. 

사진=쇼노트 

“무대에 오르면 행복한데,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심적 부담이 느껴져요. 무대에 선다는 설렘보다, ‘오늘도 마치지 않고, 잘 마치자’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다가도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듣는 순간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르르 사라져 버려요.”

무대 퇴장도 없다. 손유동은 다른 배우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에 임할 때 무대 한켠에 앉아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땀을 닦는다. 작품에 대한 손유동의 애정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모습이다. 

“친구들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희곡을 완성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작품에 계속 몰입하게 되는 거죠. 학생2가 줄리엣을 하면, 줄리엣의 감정으로, 학생1이 로미오를 하면 저 역시 로미오가 돼 무대를 바라보는 거죠. 막연히 제가 맡는 역할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요. 작품을 만들고 있는 그 공기와 감정을 느끼려고 해요. ‘잘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이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희열을 느끼는 거 잖아요. 그 감정을 잘 전하고 싶은 거죠. 작품의 기승전결, 동선 등이 아니라, 학생들이 겪는 순간순간 새로운 감정과 반응에 집증 하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요.” 

창작진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워낙 방대한 양의 대본을 이미 봤고, 외웠던 그이기에, 이번 작품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손유동은 초연 때 못지않게 작품을 다시 분석하고, 또 바라봤다. 무대 위 심연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과 짓궂은 미소는 모두 열심히 임하고 나서 느껴지는 ‘여유’였다. 

“초연 때는 새벽까지 암기를 하고, 하루에 3, 4시간만 자고 연습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100장이 넘는 대본이었고. 말투도 쉽지 않거든요. 동선 생각하다가, 대사가 막히면 중간에 수습이 안 되기 때문에, 연습에 연습만 매달렸죠. 어렸을 때 알파벳이나, 구구단을 외운 것처럼, 줄줄 외웠어요. 그 다음에 느끼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쳤죠. 이번에 다시 오르면서 대사가 기억 안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분석하고 확인해야 돼서 다시 보긴 했지만, 다행히도 줄줄 나오더라고요(웃음).” 

‘알앤제이’ 무대는 책상 등 몇 가지 소품만 놓였지, 휑하다. 하지만 네 명의 배우들의 활약으로 그 빈틈을 느낄 수 없다. 꽉 찬 듯 하다. 

“무대가 정말 휑하죠? 그래서 좋아요. 진짜 제가 학생이 돼 폐 강당에 올라 공연하는 느낌이거든요. 비밀스러운 공간 안에서 우리(배우 4명)가 무대를 만들고 있는 것 처럼요. 매번 무대에 오르면 기분이 좀 묘해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객석 쪽에 있는 무대에 뛰어갈 때도 아무것도 안 보여요. 관객들도 안 보이고요.” 

멀티 역으로 다양한 매력을 드러낼 뿐 아니라, 방대한 대사도 문제없이 해낸다는 가능성도 마주했다. 배우 손유동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알앤제이’가 앞으로도 변질되지 않고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손유동의 앞으로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변하지 않는 손유동의 진심으로 관객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는 손유동이 작품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무대를 향한 순수함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다. 

“주어진 작품 잘 해나가면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보고 싶어요. 한 작품에만 매진하는 이유죠. 불가피하게 연습이 겹칠 때도 있지만, 되도록 몇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것보다, 한 작품에 올인해요.” 

연극 ‘알앤제이’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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