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_You are here_전시 전경(사진=씨알콜렉티브) 소소한 일상으로의 여행을 통해 삶의 궤적을 돌아보게 만들며 울림을 전달해주었던 박성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시 정지의 상태처럼 느리게 호흡하는 공간 속에서 돌봄과 배려, 위로를 제안한다. 현재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단면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순간 정지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각자의 심리적•물리적 공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 지금, ‘You are here’은 누구나가 될 수 있는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일시 정지의 상태처럼 느린 호흡과 함께 관조하는 공간으로 변모하지만, 간헐적으로 거칠게 몰아치다가 잦아드는 또는 가쁜 숨으로 한없이 떨리는 듯한 영상 속 우리의 몸은 잠시 멈춤의 시간 속에서 돌봄과 배려의 의미를 묻는다. 박성연_뒷모습_단채널영상_4분 43초_반복재생_2020(사진=씨알콜렉티브) 박성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8개 신작 영상을 선보인다. 그 중 ‘뒷모습’과 ‘숨’은 교차하며 2채널처럼 작동한다. ‘뒷모습’에서 모로 누워 기침으로 들썩이던 등은 차츰 산이 되어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고, 미미한 본능의 떨림만이 존재한다. 이 등은 실직하거나 오랜 시간 취준생인 우리사회 젊은이의 것일 수도, 또는 아프고 지친 우리 가족의 것일 수도 있다. 박성연_숨_단채널영상_2분 22초_반복재생_2020(사진=씨알콜렉티브) ‘숨’에서는 배 위에 가지런하게 모인 손이 호흡에 따라 미약하게 움직이고, ‘도시락 싸기’에서 도시락을 만드는 부지런한 손놀림은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과 사랑의 정서를 전달한다. ‘도시락 싸기’는 실제 영상과 수천 장의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인 애니메이션 ‘Her Grey Hair’와 같이 몸의 동작을 간결한 선으로 표현해 아련한 기억을 소환하고 일종의 일시적 안식처로 데려다 주는 울림을 준다. 공간을 채우는 영상에서 작가의 사적 경험은 공적인 신체성을 획득하여 타자화된 나와 동시에 또 다른 타자들을 보듬는다. 박성연은 시선을 바로 하지 못하고, 웅얼거리고, 히스테리 같은, 의미 없는 소소한 반복적 행위를 보듬는 따뜻한 여성주의적 시선의 영상을 선보여 왔다. 행위들의 기저에는 권위 또는 폭력에 대한 거부와 저항의 몸부림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러한 움직임은 일종의 격함이나 과장, 그리고 분노를 동반하지는 않지만 어떤 ‘짠함’이 있다. 동시에 이러한 증상은 폭력을 무화시키는 비폭력적인 해소로 일종의 무반응, 심지어는 약간의 여유와 평화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작가의 이러한 정서는 과함이나 매몰의 직접적 방식도 아닌, 그렇다고 순응은 할 수 없는 좀 다른 제 3의 지대 - 그것이 유토피아/디스토피아가 되었건 자기 합리화/비합리화 이건 간에 - 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씨알콜렉티브, 올해 마지막 전시 박성연 개인전 ‘You are here’

작가인 '나'가 보는 세계를 담은 전시
8개 신작 영상을 선보여

이동현 기자 승인 2020.12.24 11:47 의견 0
박성연_You are here_전시 전경(사진=씨알콜렉티브)


소소한 일상으로의 여행을 통해 삶의 궤적을 돌아보게 만들며 울림을 전달해주었던 박성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시 정지의 상태처럼 느리게 호흡하는 공간 속에서 돌봄과 배려, 위로를 제안한다.

현재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단면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순간 정지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각자의 심리적•물리적 공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 지금, ‘You are here’은 누구나가 될 수 있는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일시 정지의 상태처럼 느린 호흡과 함께 관조하는 공간으로 변모하지만, 간헐적으로 거칠게 몰아치다가 잦아드는 또는 가쁜 숨으로 한없이 떨리는 듯한 영상 속 우리의 몸은 잠시 멈춤의 시간 속에서 돌봄과 배려의 의미를 묻는다.

박성연_뒷모습_단채널영상_4분 43초_반복재생_2020(사진=씨알콜렉티브)


박성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8개 신작 영상을 선보인다. 그 중 ‘뒷모습’과 ‘숨’은 교차하며 2채널처럼 작동한다. ‘뒷모습’에서 모로 누워 기침으로 들썩이던 등은 차츰 산이 되어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고, 미미한 본능의 떨림만이 존재한다. 이 등은 실직하거나 오랜 시간 취준생인 우리사회 젊은이의 것일 수도, 또는 아프고 지친 우리 가족의 것일 수도 있다.

박성연_숨_단채널영상_2분 22초_반복재생_2020(사진=씨알콜렉티브)


‘숨’에서는 배 위에 가지런하게 모인 손이 호흡에 따라 미약하게 움직이고, ‘도시락 싸기’에서 도시락을 만드는 부지런한 손놀림은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과 사랑의 정서를 전달한다.

‘도시락 싸기’는 실제 영상과 수천 장의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인 애니메이션 ‘Her Grey Hair’와 같이 몸의 동작을 간결한 선으로 표현해 아련한 기억을 소환하고 일종의 일시적 안식처로 데려다 주는 울림을 준다. 공간을 채우는 영상에서 작가의 사적 경험은 공적인 신체성을 획득하여 타자화된 나와 동시에 또 다른 타자들을 보듬는다.

박성연은 시선을 바로 하지 못하고, 웅얼거리고, 히스테리 같은, 의미 없는 소소한 반복적 행위를 보듬는 따뜻한 여성주의적 시선의 영상을 선보여 왔다.

행위들의 기저에는 권위 또는 폭력에 대한 거부와 저항의 몸부림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러한 움직임은 일종의 격함이나 과장, 그리고 분노를 동반하지는 않지만 어떤 ‘짠함’이 있다. 동시에 이러한 증상은 폭력을 무화시키는 비폭력적인 해소로 일종의 무반응, 심지어는 약간의 여유와 평화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작가의 이러한 정서는 과함이나 매몰의 직접적 방식도 아닌, 그렇다고 순응은 할 수 없는 좀 다른 제 3의 지대 - 그것이 유토피아/디스토피아가 되었건 자기 합리화/비합리화 이건 간에 - 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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