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날씨의 아이’가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외면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들의 호소는 관객들에게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 부진 원인에 대한 공감은 물론,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관객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4일 ‘날씨의 아이’ 수입·배급을 맡은 미디어캐슬은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마케팅사 홀리가든·포디엄과 함께 ‘안타까운 시대 속 영화 ‘날씨의 아이’를 개봉하기까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미디어캐슬은 “첫 주말 약 33만 7000명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고 개봉 첫 주 성적에 실망감을 표하며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으로 이 차가운 현실을 만난 것이라면 최소한의 위로가 되겠지만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았고, 이 냉혹한 결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흥행 부진 원인을 사회적 분위기로 꼽았다. 더불어 일본 영화 개봉을 앞둔 중소 배급사들을 예로 들며 “개별 단위의 실패를 핑계 삼아 불매를 취소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힘도 없다. 다만 지금 저희는 우리가 하는 행동의 이면에 고통 받는 보통의 사람들도 잠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 불매 바람이 대중 문화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들은 일본에 발길을 끊었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의 개봉은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의미와 메시지에 대한 공감이 전제된 작품이 있다면 관객들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았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룬 ‘신문기자’는 흥행 면에서는 부진했지만 메시지에 공감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고, 이 영화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날씨의 아이’라는 작품에 대한 의심이 전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디어캐슬의 주장은 안타깝다. ‘날씨의 아이’가 당연한 흥행 조건이 갖춰졌는데도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너의 이름은.’이 3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어디까지나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마니아층이 확고한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의 작품이나 프랜차이즈식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다. 특히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로 호평받았던 ‘너의 이름은.’에 비해 ‘날씨의 아이’는 일본 사회 내 불안한 청년들을 은유한 진지한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 기후로 혼란을 겪는 대도시의 음울한 분위기가 영화를 지배하는 등 어린 관객들을 겨냥하기에도, 어른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도 애매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개봉 첫 주 33만이라는 성적은 나쁘지 않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82년생 김지영’ ‘말레피센트2’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들을 동원했기에 실 관람객들의 긍정적인 평가만 뒷받침되면 반등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 것에 억울함을 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작품은 결국 관객들의 선택과 반응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당연하다.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의성’은 영화 개봉을 결정하는 데 꼭 고려해야 할 요소다. 물론 가끔 완성도와 무관한 안타까운 흥행 결과를 만들 때도 있지만, ‘날씨의 아이’를 향한 평가가 과연 그런 사례가 될지는 미지수다.

[스크린 초점] 시국 탓한 ‘날씨의 아이’의 호소, 흥행 부진 과연 ‘日 애니’ 탓일까

공감 받지 못한 ‘날씨의 아이’의 호소문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1.07 09:30 | 최종 수정 2019.11.08 10:31 의견 0
사진=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날씨의 아이’가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외면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들의 호소는 관객들에게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 부진 원인에 대한 공감은 물론,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관객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4일 ‘날씨의 아이’ 수입·배급을 맡은 미디어캐슬은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마케팅사 홀리가든·포디엄과 함께 ‘안타까운 시대 속 영화 ‘날씨의 아이’를 개봉하기까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미디어캐슬은 “첫 주말 약 33만 7000명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고 개봉 첫 주 성적에 실망감을 표하며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으로 이 차가운 현실을 만난 것이라면 최소한의 위로가 되겠지만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았고, 이 냉혹한 결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흥행 부진 원인을 사회적 분위기로 꼽았다.

더불어 일본 영화 개봉을 앞둔 중소 배급사들을 예로 들며 “개별 단위의 실패를 핑계 삼아 불매를 취소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힘도 없다. 다만 지금 저희는 우리가 하는 행동의 이면에 고통 받는 보통의 사람들도 잠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 불매 바람이 대중 문화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들은 일본에 발길을 끊었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의 개봉은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의미와 메시지에 대한 공감이 전제된 작품이 있다면 관객들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았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룬 ‘신문기자’는 흥행 면에서는 부진했지만 메시지에 공감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고, 이 영화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날씨의 아이’라는 작품에 대한 의심이 전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디어캐슬의 주장은 안타깝다. ‘날씨의 아이’가 당연한 흥행 조건이 갖춰졌는데도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너의 이름은.’이 3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어디까지나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마니아층이 확고한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의 작품이나 프랜차이즈식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다.

특히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로 호평받았던 ‘너의 이름은.’에 비해 ‘날씨의 아이’는 일본 사회 내 불안한 청년들을 은유한 진지한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 기후로 혼란을 겪는 대도시의 음울한 분위기가 영화를 지배하는 등 어린 관객들을 겨냥하기에도, 어른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도 애매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개봉 첫 주 33만이라는 성적은 나쁘지 않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82년생 김지영’ ‘말레피센트2’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들을 동원했기에 실 관람객들의 긍정적인 평가만 뒷받침되면 반등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 것에 억울함을 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작품은 결국 관객들의 선택과 반응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당연하다.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의성’은 영화 개봉을 결정하는 데 꼭 고려해야 할 요소다. 물론 가끔 완성도와 무관한 안타까운 흥행 결과를 만들 때도 있지만, ‘날씨의 아이’를 향한 평가가 과연 그런 사례가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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