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OCI와의 통합을 놓고 벌어진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 측이 승리했다.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펼쳐진 표 대결에서 완승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미그룹과-OCI 통합은 중단될 전망이다.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됐다.
이날 주총에는 작년 말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 6776만3663주 중 의결권 주식 총수 88%, 총 216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참석했다. 그 결과 임종윤 전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각각 52.1%와 51.8%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밖의 형제 측이 제안한 후보자들도 과반의 찬성을 받았다. 반면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각각 48%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있는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약 3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되면서 12시30분경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이날 주총자리에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불참하면서 표 대결 결과를 예측한 것 아니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표대결에서 형제가 승기를 잡으면서 한미와 OCI 통합은 백지화됐다. 주총 직후 OCI 측이 통합중단을 공식화한 데다 형제측이 통합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온 만큼 물거품 가능성이 높다.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 이후 형제 측이 '모녀와의 동맹'을 거론한데 이어 모녀 측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번 계기로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곧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을 정식으로 공유하고 회사 브랜드를 긴급하게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도 "앞으로 가족들이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회사 발전에 집중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커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주주들과 전·현직 한미그룹 임직원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한미에 대한 성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다만, 향후 가족 경영에 있어선 양측 모두 참여하는 만큼 다툼의 불씨도 남았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양측 이사회 구성이 4대5로 나뉘면서 갈등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서다.
한편, 양측은 지난 1월12일 한미그룹과 OCI그룹간 통합 발표 이후 3개월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