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와 군포시 경계선에 반월호수라고 있다. 관할시는 군포지만, 지명은 안산을 따른다. 수리산에 둘러싸여 있고, 경관이 좋다고 하여 군포시에서는 나름 ‘군포 8경’ 중 하나라고 자랑하고 있다. 반월호수는 원래 1957년에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다. 반월호수는 그 자리 그대로 60년을 넘게 있었지만, 화성군에 있다가, 안산시로 갔다가, 군포시로 편입됐다. 때문에 군포시 대야동에 있는 반월호수는 안산시 명칭인 ‘반월’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에 잠시 대야호수로 변경하려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발과 찾는 이들의 혼동으로 인해 반월호수로 지금껏 명명되고 있다. 반월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아직도 반월호수보다는 반월저수지로 부르고 있다. 30년 전만해도 그곳은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소풍지였다. 낚시꾼들도 찾아왔지만, 해가 떨어지면 으슥해져 인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변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에 가족들이 놀러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 지역이 1994년 군포로 편입되고, 2000년이 넘어 반월호수로 바뀌더니 현재는 주변 사람들이 찾는 광광명소가 되었다. 여기에 수리산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다른 지역에서까지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데크를 놓고, 주변을 정비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찾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저수지’가 ‘호수’로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드라이브 삼아 온 곳이 ‘반월 저수지’보다는 ‘반월 호수’가 낫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그냥 오래된 식당’은 어느 새 ‘오래된 맛집’으로 변해있다. 매운탕 등만 팔던 지역에 일식 레스토랑이 들어왔고,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카페들이 들어왔다. 주변의 사는 집들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저수지 인근의 집’이 아니라 ‘호수 인근의 집’으로 불린다. 똑같은 곳이지만,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저수지가 호수로 바뀐 결과다. 명칭은 그 대상의 이미지를 규정한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프레시 매니저’로 바뀌고, 그냥 ‘00아파트’를 ‘래미안’ ‘더힐’ 등의 이름을 넣기도 한다. 이럴 경우 많은 것들이 바뀐다. 그 대상을 보는 시선부터, 대하는 태도, 그리고 주변 환경이 바뀐다. 그렇게 전국의 수많은 ‘저수지’들은 ‘호수’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힐링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저수지’는 농사를 도와 사람을 먹여 살렸지만, ‘호수’는 관광을 통해 사람을 윤택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혹 모르지 않는가. 그 중 어느 한 호수는 유럽의 유명 호수들처럼 제법 이름값이 높아질수도 있지 않을까.

[여행 한담] ‘저수지’가 ‘호수’로 명칭이 바뀌면 생기는 일

유명준 기자 승인 2019.08.27 10:45 | 최종 수정 2139.04.22 00:00 의견 0

 

경기도 안산시와 군포시 경계선에 반월호수라고 있다. 관할시는 군포지만, 지명은 안산을 따른다. 수리산에 둘러싸여 있고, 경관이 좋다고 하여 군포시에서는 나름 ‘군포 8경’ 중 하나라고 자랑하고 있다.

반월호수는 원래 1957년에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다. 반월호수는 그 자리 그대로 60년을 넘게 있었지만, 화성군에 있다가, 안산시로 갔다가, 군포시로 편입됐다. 때문에 군포시 대야동에 있는 반월호수는 안산시 명칭인 ‘반월’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에 잠시 대야호수로 변경하려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발과 찾는 이들의 혼동으로 인해 반월호수로 지금껏 명명되고 있다.

반월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아직도 반월호수보다는 반월저수지로 부르고 있다. 30년 전만해도 그곳은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소풍지였다. 낚시꾼들도 찾아왔지만, 해가 떨어지면 으슥해져 인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변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에 가족들이 놀러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 지역이 1994년 군포로 편입되고, 2000년이 넘어 반월호수로 바뀌더니 현재는 주변 사람들이 찾는 광광명소가 되었다. 여기에 수리산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다른 지역에서까지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데크를 놓고, 주변을 정비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찾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저수지’가 ‘호수’로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드라이브 삼아 온 곳이 ‘반월 저수지’보다는 ‘반월 호수’가 낫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그냥 오래된 식당’은 어느 새 ‘오래된 맛집’으로 변해있다. 매운탕 등만 팔던 지역에 일식 레스토랑이 들어왔고,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카페들이 들어왔다. 주변의 사는 집들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저수지 인근의 집’이 아니라 ‘호수 인근의 집’으로 불린다. 똑같은 곳이지만,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저수지가 호수로 바뀐 결과다.

명칭은 그 대상의 이미지를 규정한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프레시 매니저’로 바뀌고, 그냥 ‘00아파트’를 ‘래미안’ ‘더힐’ 등의 이름을 넣기도 한다. 이럴 경우 많은 것들이 바뀐다. 그 대상을 보는 시선부터, 대하는 태도, 그리고 주변 환경이 바뀐다.

그렇게 전국의 수많은 ‘저수지’들은 ‘호수’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힐링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저수지’는 농사를 도와 사람을 먹여 살렸지만, ‘호수’는 관광을 통해 사람을 윤택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혹 모르지 않는가. 그 중 어느 한 호수는 유럽의 유명 호수들처럼 제법 이름값이 높아질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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