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2년을 맞이한다. 정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톱3’ 달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완성차 업체를 넘어 자율주행 기술,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지배구조 개편, 노사 상생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 정 회장 취임 후 2년 만에 ‘톱3’ 올라…‘제값 받기’ 전략 통해 11일 글로벌 자동차 그룹 IR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판매량 329만9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토요타그룹(513만8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에 이어 글로벌 3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 이후 12년간 5위에 머물렀다. 정 회장이 맡은 2년간 두 계단을 끌어올린 셈이다. 그룹의 경영실적도 분기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매출 약 106조5000억원, 영업이익 8조7000억원, 순이익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올해 연간 매출액은 200조원, 영업이익은 1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80%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음에도 이를 극복한 것이다. 이에 정 회장의 경영 성적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과는 정 회장의 ‘고급 브랜드화’와 ‘제값 받기’ 전략이 통한 것이라는 평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량이 줄었지만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를 집중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전용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나서면서 친환경차 판매를 끌어올린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반도체난 속에서도 제네시스를 통한 고급 브랜드 전략과 수요가 많은 SUV 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로 실적을 견인할 수 있었다”며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 추진했던 경영 전략이 빛을 보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영국에서 열린 세계 3대 에어쇼인 '판버러 에어쇼'에서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을 체결 모습 DB.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워렌 이스트(Warren East)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 (사진=현대차그룹) ■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선도…자율주행·UAM·로보틱스 선제적 투자 정 회장은 자율주행차, UAM, 로보틱스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단순 자동차 회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모든 자동차 회사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돼야 한다”며 전동화를 강조해왔다. E-GMP가 처음 적용된 차량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이른바 ‘대박’을 쳤다. 각국 글로벌 평가에서 ‘올해의 차’를 석권했다. 최근엔 ‘아이오닉6’와 제로백(0-100km 도달시간) 3.5초를 기록하는 고성능 ‘EV6 GT’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4~2025년 목표로 울산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워 전동화 전략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UAM, 로보틱스, AI 등에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는 미국 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세웠다. 또한 UAM 독립법인 ‘슈퍼널’도 세워 선제적으로 시운행을 지속하며 경험치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자동차 분야 올해의 선지자'에 선정된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이뿐 아니다. 정 회장은 사재 2490억원을 털어 1조원에 이르는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낵믹스 인수에 성공했다. 인간을 닮은 2족 보행 휴먼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물류 로봇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KT와 7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맞교환하며 자율주행과 UAM 운영에 필요한 6세대 이동통신(6G) 기술 협력 계획도 밝혔다.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노력은 글로벌 매체들도 인정했다. 그는 지난 4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모빌리티를 재정의하고 이동 영역을 진화시켰다며 ‘자동차 분야 올해의 선지자’로 선정했다. ■ 미 IRA 보조금·지배구조 개편 등 해결 과제 남아 정 회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 미국 IRA법 시행으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동화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IRA법을 통과시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이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은 당초 2025년에 가동될 예정인데 이를 앞당겨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에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IRA법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대응책은 있는지 등 질의를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이 IRA를 어떻게 이겨나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주요 보유 주식 현황 (자료=전자공시, 그래픽=손기호) 지배구조 개편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정 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다. 그룹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0.32%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지분도 각각 2.62%, 1.74%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외부 투기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삼성전자는 외국계 투기 자본이 공격해 이를 막기 위해 진땀을 뺀 일도 있었다. 또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3%)→현대차(33.88%)→기아(17.37%)→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10대 그룹 중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등의 분할과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지만 주주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주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노사 상생도 해결 과제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4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앞으로 IRA 대응으로 전기차 공장을 미국에 조기에 착공할 경우 노사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취임 2년 정의선 현대차 회장, 미래 모빌리티 선도…IRA·지배구조 개편 과제

현대차그룹, 글로벌 ‘톱3’ 성과…전기차 전용 플랫폼 주도
UAM·로봇 법인 설립·인수 선견지명…IRA·지배구조·노사 문제는 숙제

손기호 기자 승인 2022.10.11 13:37 | 최종 수정 2022.10.11 13:50 의견 0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2년을 맞이한다. 정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톱3’ 달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완성차 업체를 넘어 자율주행 기술,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지배구조 개편, 노사 상생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 정 회장 취임 후 2년 만에 ‘톱3’ 올라…‘제값 받기’ 전략 통해

11일 글로벌 자동차 그룹 IR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판매량 329만9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토요타그룹(513만8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에 이어 글로벌 3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 이후 12년간 5위에 머물렀다. 정 회장이 맡은 2년간 두 계단을 끌어올린 셈이다.

그룹의 경영실적도 분기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매출 약 106조5000억원, 영업이익 8조7000억원, 순이익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올해 연간 매출액은 200조원, 영업이익은 1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80%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음에도 이를 극복한 것이다. 이에 정 회장의 경영 성적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과는 정 회장의 ‘고급 브랜드화’와 ‘제값 받기’ 전략이 통한 것이라는 평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량이 줄었지만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를 집중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전용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나서면서 친환경차 판매를 끌어올린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반도체난 속에서도 제네시스를 통한 고급 브랜드 전략과 수요가 많은 SUV 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로 실적을 견인할 수 있었다”며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 추진했던 경영 전략이 빛을 보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영국에서 열린 세계 3대 에어쇼인 '판버러 에어쇼'에서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을 체결 모습 DB.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워렌 이스트(Warren East)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 (사진=현대차그룹)


■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선도…자율주행·UAM·로보틱스 선제적 투자

정 회장은 자율주행차, UAM, 로보틱스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단순 자동차 회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모든 자동차 회사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돼야 한다”며 전동화를 강조해왔다.

E-GMP가 처음 적용된 차량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이른바 ‘대박’을 쳤다. 각국 글로벌 평가에서 ‘올해의 차’를 석권했다. 최근엔 ‘아이오닉6’와 제로백(0-100km 도달시간) 3.5초를 기록하는 고성능 ‘EV6 GT’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4~2025년 목표로 울산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워 전동화 전략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UAM, 로보틱스, AI 등에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는 미국 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세웠다. 또한 UAM 독립법인 ‘슈퍼널’도 세워 선제적으로 시운행을 지속하며 경험치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자동차 분야 올해의 선지자'에 선정된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이뿐 아니다. 정 회장은 사재 2490억원을 털어 1조원에 이르는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낵믹스 인수에 성공했다. 인간을 닮은 2족 보행 휴먼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물류 로봇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KT와 7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맞교환하며 자율주행과 UAM 운영에 필요한 6세대 이동통신(6G) 기술 협력 계획도 밝혔다.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노력은 글로벌 매체들도 인정했다. 그는 지난 4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모빌리티를 재정의하고 이동 영역을 진화시켰다며 ‘자동차 분야 올해의 선지자’로 선정했다.

■ 미 IRA 보조금·지배구조 개편 등 해결 과제 남아

정 회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 미국 IRA법 시행으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동화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IRA법을 통과시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이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은 당초 2025년에 가동될 예정인데 이를 앞당겨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에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IRA법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대응책은 있는지 등 질의를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이 IRA를 어떻게 이겨나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주요 보유 주식 현황 (자료=전자공시, 그래픽=손기호)

지배구조 개편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정 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다. 그룹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0.32%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지분도 각각 2.62%, 1.74%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외부 투기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삼성전자는 외국계 투기 자본이 공격해 이를 막기 위해 진땀을 뺀 일도 있었다.

또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3%)→현대차(33.88%)→기아(17.37%)→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10대 그룹 중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등의 분할과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지만 주주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주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노사 상생도 해결 과제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4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앞으로 IRA 대응으로 전기차 공장을 미국에 조기에 착공할 경우 노사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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