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드라마 '멜로가 체질' '타인은 지옥이다' 포스터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이병헌 감독이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30대 청춘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린 이병헌 감독은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영화 ‘사라진 밤’으로 쫄깃한 스릴감을 선사한 이창희 감독은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로 OCN 장르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못지않은 가감 없는 표현으로 한 편의 지옥도를 섬뜩하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장르나 소재 면에서 좀 더 자유로운 케이블이 영화감독의 드라마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OCN은 올해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드라마와 영화 경계를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 방송된 드라마 ‘트랩’과 최근 종영한 ‘타인은 지옥이다’는 형식은 드라마지만 표현 방식과 소재는 영화에 가깝다. 방송을 앞둔 ‘번외수사’ 또한 영화 ‘내 안의 그놈’의 강효진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OCN STUDIO 한지형 팀장은 최근 활발한 플랫폼 이동에 배경에 대해 “미국처럼 TV 드라마의 장르 다양성이 많이 확장됐다. 예컨대 OCN 이 처음 TV 드라마를 제작하던 10여 년 전만 해도 ‘범죄 수사 혹은 복합장르 드라마’는 국내에선 희귀하고 특별한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기획자와 제작자들의 끝없는 시도들을 통해 이젠 드라마 내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나 장르의 한계가 거의 사라졌다”라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또한 최근 드라마들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잘 만든 드라마는 영화 못지않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치정 멜로나 장르물 등 소재나 포맷이 다양화되면서 오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했다. 최근 달라진 드라마 제작 환경도 한몫했다. 최근 드라마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생방 제작’의 굴레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 평론가는 “예전에는 드라마가 생방 수준으로 촬영이 됐다면, 요즘은 사전 제작이나 반 사전으로 제작하는 드라마도 늘어나며 촬영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사진=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왓챠, 넷플릭스 등 OTT는 이러한 플랫폼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왓챠와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늘이기 위해 전투적으로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끝까지 간다’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2018년 넷플릭스를 통해 ‘킹덤’을 선보였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굶주림 끝에 괴물이 돼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야기의 탄탄함은 물론,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로 큰 화제를 모았다. 190개국에 공개되며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얻었다. 이경미 감독의 드라마 ‘보건 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 공개를 기다리는 등 앞으로도 감독들의 넷플릭스 진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개를 훔치는 방법’의 김성호 감독 또한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드라마는 아니지만, 박찬욱 감독은 왓챠의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하기도 했다. 거장의 드라마 연출 도전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박 감독은 형식이 아닌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심플한 답변을 내놨다. 박 감독은 드라마 도전 이유에 대해 “원작을 130분짜리 영화로 옮기려다 보면 이것저것 다 쳐내고, 인물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실 6개 에피소드도 많이 줄인 것으로, 작품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TV 드라마 형식을 택했다”고 했다.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든 현재,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크로스 오버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 팀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로 국내 시청자가 경험하고 요구하는 드라마 장르와 수준 또한 다변화됐다. 그런 시대와 시청자 욕구의 변화에 맞게 콘텐츠 기획과 제작의 아이디어도 다변화 할 수밖에 없다. OCN은 각자의 플랫폼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질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크리에이터를 찾다보니 1순위로 개성이 강한 영화감독들을 영입하게 됐다”고 했다. 이미 플랫폼 간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한 하 평론가는 “앞으로도 다양성 확대를 위한 플랫폼 이동 사례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View 기획┃플랫폼 이동②] 김성훈부터 이병헌까지, 드라마 찾는 영화감독들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0.31 09:10 | 최종 수정 2019.11.01 09:22 의견 0
사진=드라마 '멜로가 체질' '타인은 지옥이다' 포스터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이병헌 감독이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30대 청춘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린 이병헌 감독은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영화 ‘사라진 밤’으로 쫄깃한 스릴감을 선사한 이창희 감독은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로 OCN 장르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못지않은 가감 없는 표현으로 한 편의 지옥도를 섬뜩하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장르나 소재 면에서 좀 더 자유로운 케이블이 영화감독의 드라마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OCN은 올해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드라마와 영화 경계를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 방송된 드라마 ‘트랩’과 최근 종영한 ‘타인은 지옥이다’는 형식은 드라마지만 표현 방식과 소재는 영화에 가깝다. 방송을 앞둔 ‘번외수사’ 또한 영화 ‘내 안의 그놈’의 강효진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OCN STUDIO 한지형 팀장은 최근 활발한 플랫폼 이동에 배경에 대해 “미국처럼 TV 드라마의 장르 다양성이 많이 확장됐다. 예컨대 OCN 이 처음 TV 드라마를 제작하던 10여 년 전만 해도 ‘범죄 수사 혹은 복합장르 드라마’는 국내에선 희귀하고 특별한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기획자와 제작자들의 끝없는 시도들을 통해 이젠 드라마 내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나 장르의 한계가 거의 사라졌다”라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또한 최근 드라마들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잘 만든 드라마는 영화 못지않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치정 멜로나 장르물 등 소재나 포맷이 다양화되면서 오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했다.

최근 달라진 드라마 제작 환경도 한몫했다. 최근 드라마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생방 제작’의 굴레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 평론가는 “예전에는 드라마가 생방 수준으로 촬영이 됐다면, 요즘은 사전 제작이나 반 사전으로 제작하는 드라마도 늘어나며 촬영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사진=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왓챠, 넷플릭스 등 OTT는 이러한 플랫폼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왓챠와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늘이기 위해 전투적으로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끝까지 간다’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2018년 넷플릭스를 통해 ‘킹덤’을 선보였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굶주림 끝에 괴물이 돼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야기의 탄탄함은 물론,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로 큰 화제를 모았다. 190개국에 공개되며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얻었다.

이경미 감독의 드라마 ‘보건 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 공개를 기다리는 등 앞으로도 감독들의 넷플릭스 진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개를 훔치는 방법’의 김성호 감독 또한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드라마는 아니지만, 박찬욱 감독은 왓챠의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하기도 했다. 거장의 드라마 연출 도전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박 감독은 형식이 아닌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심플한 답변을 내놨다. 박 감독은 드라마 도전 이유에 대해 “원작을 130분짜리 영화로 옮기려다 보면 이것저것 다 쳐내고, 인물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실 6개 에피소드도 많이 줄인 것으로, 작품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TV 드라마 형식을 택했다”고 했다.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든 현재,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크로스 오버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 팀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로 국내 시청자가 경험하고 요구하는 드라마 장르와 수준 또한 다변화됐다. 그런 시대와 시청자 욕구의 변화에 맞게 콘텐츠 기획과 제작의 아이디어도 다변화 할 수밖에 없다. OCN은 각자의 플랫폼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질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크리에이터를 찾다보니 1순위로 개성이 강한 영화감독들을 영입하게 됐다”고 했다.

이미 플랫폼 간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한 하 평론가는 “앞으로도 다양성 확대를 위한 플랫폼 이동 사례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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