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가 예상보다 빨라진 초고령화시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수의존도가 높은 업태 성격상 소비층 자체가 줄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어서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현상과 중동정세 불안 후 이어질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의 넥스트 위기는 인구구조 변화란 목소리마저 흘러나온다. 뷰어스는 저출산·고령화로 다가올 유통산업 지형 변화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올해 초 유통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 중 유독 눈에 띈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말이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저출산과 AI에 따른 소비패러다임의 변화를 외치며 올해는 'AI의 원년'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신년사였지만, 신 회장의 언급에는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소비재산업구조 틀의 전환에 대한 진지함이 그 어느 때보다 묻어났다. 신 회장은 과거에도 한발 빨리 유통의 미래를 예측하는 안목이 탁월했다. 2014년부터 미래 경쟁상대로 '아마존과 구글'을 꼽으며 '옴니채널'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2017년부터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영역파괴'를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그룹 구성원들에게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ICT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을 주문해왔다. 그런데 매년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던 그의 올해 신년사에 인류가 직면한 인구변화에 따른 소비패러다임 변화가 추가된 것이다. ◆내수부진 갈수록 심화된다…대응책 찾기 분주 초고령화 사회로 인한 유통업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구내식당업계는 인구가 줄면서 매출이 살아나도 예년같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고물가에 외식보단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구내 식당을 이용하는 이용객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으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전체 이용객수 자체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내수에 의존하던 급식업체들이 최근 2~3년새 해외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이유다. 아워홈은 올해 전체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30%대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수립했고 삼성웰스토리는 오는 2033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사업 매출이 1150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찌감치 내수부진에 대한 답을 해외에서 찾았던 식품업계 중에는 오뚜기가 뒤늦게 해외사업 역량 확대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신규 영입해 해외사업 챙기기를 본격화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기준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3265억원)이 전체(3조1833억원)에서 10% 수준에 그치는 등 대표적인 내수기업으로 꼽혀왔다. 저출산 영향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분유업계는 성인식이나 노인식 전문회사로 업종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2022년 24만9200명보다 7.7% 줄면서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2030년, 10명 중 4명은 65세 이상 지난해 12월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1000만명에 근접해지면서 내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노인인구는 1051만명으로 20.3% 늘고 2030년에는 25.3% 증가한 1298만명으로 6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가 10명 중 4명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서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는데 초고령화사회까지 더해질 경우 부진한 내수가 끝모르게 심화될 것이란 게 유통업계 한숨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절대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돈을 쓰는 소비자들'이 줄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는 이미 2005년부터 인구가 감소해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반면 올해초부터 중국과 미국의 압도적인 직구 플랫폼들의 국내 공습이 시작되면서 내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유통업계는 이에 대한 대응과 극복이 가능할지 관건이 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트렌드 변화는 빠른데 고령층은 여전히 익숙한 브랜드만 찾는다. 그렇다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버릴 수도 없어 신제품 출시를 위한 비용 확대를 안할 수도 없다"면서도 "수익성은 주는데 고정비를 비롯한 비용이 증가하는 산업구조상 섣부른 예측으론 향후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인건비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대기업에 비해 영향이 더 큰 일부 중소기업계는 한국사회가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면서, 산업 자체가 사라질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교육시장이다. 대표적인 일반 성인교육업체 에듀윌은 2022년 사상 첫 영업적자로 돌아선 이후 고강도 비용절감이란 자구책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고, 메가스터디그룹의 취업사업부문은 지난해 20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성인교육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유초등 교육업체들도 사업다각화에 잰걸음이다. 교원 빨간펜은 이달 초 어린이 대상 두뇌와 눈 건강기능식품 '브레이니 아이 brain-i eye'를 출시, 육아·아이 성장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대교는 아동 청소년 중심의 교육사업에서 시니어 사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공무원 등 취업과 관련된 성인교육 시장은 매몰의 위기가 처했다"며 "유초등교육시장은 학력인구 감소로 대중성보다는 맞춤형 프리미엄 시장으로 쏠리면서 교육업계의 사업다각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기진단, K-유통①] 초고령화 시대에 내수가 무너진다

"모수가 작아지고 있어요" 시작된 유통산업 지형도 변화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4.22 11:00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가 예상보다 빨라진 초고령화시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수의존도가 높은 업태 성격상 소비층 자체가 줄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어서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현상과 중동정세 불안 후 이어질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의 넥스트 위기는 인구구조 변화란 목소리마저 흘러나온다. 뷰어스는 저출산·고령화로 다가올 유통산업 지형 변화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올해 초 유통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 중 유독 눈에 띈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말이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저출산과 AI에 따른 소비패러다임의 변화를 외치며 올해는 'AI의 원년'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신년사였지만, 신 회장의 언급에는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소비재산업구조 틀의 전환에 대한 진지함이 그 어느 때보다 묻어났다.

신 회장은 과거에도 한발 빨리 유통의 미래를 예측하는 안목이 탁월했다. 2014년부터 미래 경쟁상대로 '아마존과 구글'을 꼽으며 '옴니채널'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2017년부터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영역파괴'를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그룹 구성원들에게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ICT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을 주문해왔다. 그런데 매년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던 그의 올해 신년사에 인류가 직면한 인구변화에 따른 소비패러다임 변화가 추가된 것이다.

◆내수부진 갈수록 심화된다…대응책 찾기 분주

초고령화 사회로 인한 유통업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구내식당업계는 인구가 줄면서 매출이 살아나도 예년같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고물가에 외식보단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구내 식당을 이용하는 이용객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으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전체 이용객수 자체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내수에 의존하던 급식업체들이 최근 2~3년새 해외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이유다.

아워홈은 올해 전체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30%대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수립했고 삼성웰스토리는 오는 2033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사업 매출이 1150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찌감치 내수부진에 대한 답을 해외에서 찾았던 식품업계 중에는 오뚜기가 뒤늦게 해외사업 역량 확대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신규 영입해 해외사업 챙기기를 본격화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기준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3265억원)이 전체(3조1833억원)에서 10% 수준에 그치는 등 대표적인 내수기업으로 꼽혀왔다.

저출산 영향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분유업계는 성인식이나 노인식 전문회사로 업종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2022년 24만9200명보다 7.7% 줄면서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2030년, 10명 중 4명은 65세 이상

지난해 12월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1000만명에 근접해지면서 내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노인인구는 1051만명으로 20.3% 늘고 2030년에는 25.3% 증가한 1298만명으로 6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가 10명 중 4명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서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는데 초고령화사회까지 더해질 경우 부진한 내수가 끝모르게 심화될 것이란 게 유통업계 한숨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절대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돈을 쓰는 소비자들'이 줄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는 이미 2005년부터 인구가 감소해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반면 올해초부터 중국과 미국의 압도적인 직구 플랫폼들의 국내 공습이 시작되면서 내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유통업계는 이에 대한 대응과 극복이 가능할지 관건이 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트렌드 변화는 빠른데 고령층은 여전히 익숙한 브랜드만 찾는다. 그렇다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버릴 수도 없어 신제품 출시를 위한 비용 확대를 안할 수도 없다"면서도 "수익성은 주는데 고정비를 비롯한 비용이 증가하는 산업구조상 섣부른 예측으론 향후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인건비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대기업에 비해 영향이 더 큰 일부 중소기업계는 한국사회가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면서, 산업 자체가 사라질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교육시장이다. 대표적인 일반 성인교육업체 에듀윌은 2022년 사상 첫 영업적자로 돌아선 이후 고강도 비용절감이란 자구책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고, 메가스터디그룹의 취업사업부문은 지난해 20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성인교육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유초등 교육업체들도 사업다각화에 잰걸음이다. 교원 빨간펜은 이달 초 어린이 대상 두뇌와 눈 건강기능식품 '브레이니 아이 brain-i eye'를 출시, 육아·아이 성장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대교는 아동 청소년 중심의 교육사업에서 시니어 사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공무원 등 취업과 관련된 성인교육 시장은 매몰의 위기가 처했다"며 "유초등교육시장은 학력인구 감소로 대중성보다는 맞춤형 프리미엄 시장으로 쏠리면서 교육업계의 사업다각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