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무섭게 몰아치던 기세가 꺾였다. 치밀한 세트 플레이로 연속 득점을 얻어냈지만 비어있던 수비 라인의 허점이 한순간 여지없이 드러났다. 빈틈을 파고 드는 상대의 압박. 리그 순위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공격이 아닌 수비 강화 전략이다. 필드에 오른 교체 선수는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 내로라하는 증권가 수재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여의도 리그의 대표적 ‘천재형’ 센터백의 등장에 메리츠 공수 라인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최희문과 인연...CRO로 메리츠 성장 한축 담당 미국 미네소타대 수학 박사 출신의 장 대표는 ‘여의도 리그’ 진출 이후 대부분의 경력을 수비의 전형으로 꼽히는 최고위기관리자(CRO)로 채웠다. 삼성증권에서 처음 CRO를 맡았던 그는 메리츠화재와 금융지주에서도 수비가 중시되는 타이밍마다 기용되면서 오늘날 메리츠 곳곳의 ‘리스크 관리’ 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 대표는 메리츠의 양날개를 책임지고 있는 김용범 최희문 양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10여년간 ‘메리츠’의 색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낸 선수다. 삼성증권을 통해 자본시장에 처음 데뷔한 그가 메리츠로 이적하게 된 계기는 최희문 부회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최 부회장이 삼성증권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시기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장 대표는 최 부회장이 이직한 이후 러브콜을 보내면서 2015년 메리츠화재로 옮긴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지휘를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조직의 체질 개선과 함께 기업 내부 혁신에 나서던 때다. 그 일환으로 김 부회장은 기존 업계의 틀을 벗어나 성과와 보상을 강화한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는데 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장원재다. 영업·상품·보상 각 파트의 특성, 그리고 회사의 니즈까지 절묘한 ‘황금비율’을 찾아내 이를 현실로 구현해냈다. 이후 장 대표가 금융지주에서도 CRO 역할을 겸하던 중 2021년 메리츠증권이 ABCP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 부회장은 김 부회장과 조율 끝에 그를 메리츠증권으로 불러들였다. “기본적으로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나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 아이디어가 뛰어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가장 좋은 수준에서 잘 조율하기 때문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해법을 내놓는 분입니다. 메리츠금융 성장에 깊숙이 관여한 탁월한 능력의 경영진 중 한 분이죠.” 그렇다고 ‘천재형’ 인재들이 흔히 보이는 폐쇄적이거나 독단적인 면모를 보이지는 않는다. 권위를 앞세우기보단 상대 의견을 잘 경청하고 수용하는 온화한 성품인 까닭에 팀 플레이를 주도하는 데 있어 적합한 리더라는 평가가 나온다. ■ 최고의 수비수, 빌드업 능력도 빛날까 현재 팀이 직면한 위기는 과도한 공격 위주의 플레이가 불러온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불거진 전환사채(CB) 부당거래와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은 수비력 강화의 필요성을 일깨운 뼈아픈 실책이다. 하지만 현재 리그 1위 성적을 유지하려면 수비에만 전력을 기울일 수는 없는 노릇. 공격수들의 유형을 파악하고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적정 간격을 유지하게 해야한다. 게임이 풀리지 않을때 절묘한 킬패스를 찔러주는 것 역시 센터백의 중요한 역할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셋트 플레이’에 특화돼 있던 메리츠증권이 새로운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치 선정부터 이뤄져야 한다.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 투자자산이 양호한 딜을 다양하게 성사시키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정 대표의 각오 역시 비장하다. “지금까지 메리츠증권이 이어온 공격적인 사업구조가 업황 악화 등으로 불안해진 위기 상황에서 이를 만회해줄 만한 선수죠. 삼성에서 시스템적 운용법과 메리츠의 공격적 영업 강점을 두루 섭렵한 만큼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으며 소프트랜딩을 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늘 그렇듯 빈틈없고 치밀한 계산으로 수비모드에 돌입한 장 대표. 그가 철벽수비와 함께 새로운 공격 기회를 위한 빌드업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을까. ‘천재 CRO’조차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그라운드. 장원재가 뛰기 시작했다.

[I’m CEO] ‘천재형’ 센터백,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

스마트함에 온화한 성품...절묘한 해법 창출 능력 겸비
"메리츠증권 소프트랜딩에 최적화된 CEO" 중론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2.27 13:12 의견 0

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무섭게 몰아치던 기세가 꺾였다. 치밀한 세트 플레이로 연속 득점을 얻어냈지만 비어있던 수비 라인의 허점이 한순간 여지없이 드러났다. 빈틈을 파고 드는 상대의 압박. 리그 순위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공격이 아닌 수비 강화 전략이다.

필드에 오른 교체 선수는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 내로라하는 증권가 수재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여의도 리그의 대표적 ‘천재형’ 센터백의 등장에 메리츠 공수 라인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최희문과 인연...CRO로 메리츠 성장 한축 담당


미국 미네소타대 수학 박사 출신의 장 대표는 ‘여의도 리그’ 진출 이후 대부분의 경력을 수비의 전형으로 꼽히는 최고위기관리자(CRO)로 채웠다. 삼성증권에서 처음 CRO를 맡았던 그는 메리츠화재와 금융지주에서도 수비가 중시되는 타이밍마다 기용되면서 오늘날 메리츠 곳곳의 ‘리스크 관리’ 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 대표는 메리츠의 양날개를 책임지고 있는 김용범 최희문 양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10여년간 ‘메리츠’의 색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낸 선수다.

삼성증권을 통해 자본시장에 처음 데뷔한 그가 메리츠로 이적하게 된 계기는 최희문 부회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최 부회장이 삼성증권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시기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장 대표는 최 부회장이 이직한 이후 러브콜을 보내면서 2015년 메리츠화재로 옮긴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지휘를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조직의 체질 개선과 함께 기업 내부 혁신에 나서던 때다. 그 일환으로 김 부회장은 기존 업계의 틀을 벗어나 성과와 보상을 강화한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는데 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장원재다. 영업·상품·보상 각 파트의 특성, 그리고 회사의 니즈까지 절묘한 ‘황금비율’을 찾아내 이를 현실로 구현해냈다.

이후 장 대표가 금융지주에서도 CRO 역할을 겸하던 중 2021년 메리츠증권이 ABCP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 부회장은 김 부회장과 조율 끝에 그를 메리츠증권으로 불러들였다.

“기본적으로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나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 아이디어가 뛰어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가장 좋은 수준에서 잘 조율하기 때문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해법을 내놓는 분입니다. 메리츠금융 성장에 깊숙이 관여한 탁월한 능력의 경영진 중 한 분이죠.”

그렇다고 ‘천재형’ 인재들이 흔히 보이는 폐쇄적이거나 독단적인 면모를 보이지는 않는다. 권위를 앞세우기보단 상대 의견을 잘 경청하고 수용하는 온화한 성품인 까닭에 팀 플레이를 주도하는 데 있어 적합한 리더라는 평가가 나온다.

■ 최고의 수비수, 빌드업 능력도 빛날까

현재 팀이 직면한 위기는 과도한 공격 위주의 플레이가 불러온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불거진 전환사채(CB) 부당거래와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은 수비력 강화의 필요성을 일깨운 뼈아픈 실책이다.

하지만 현재 리그 1위 성적을 유지하려면 수비에만 전력을 기울일 수는 없는 노릇. 공격수들의 유형을 파악하고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적정 간격을 유지하게 해야한다. 게임이 풀리지 않을때 절묘한 킬패스를 찔러주는 것 역시 센터백의 중요한 역할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셋트 플레이’에 특화돼 있던 메리츠증권이 새로운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치 선정부터 이뤄져야 한다.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 투자자산이 양호한 딜을 다양하게 성사시키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정 대표의 각오 역시 비장하다.

“지금까지 메리츠증권이 이어온 공격적인 사업구조가 업황 악화 등으로 불안해진 위기 상황에서 이를 만회해줄 만한 선수죠. 삼성에서 시스템적 운용법과 메리츠의 공격적 영업 강점을 두루 섭렵한 만큼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으며 소프트랜딩을 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늘 그렇듯 빈틈없고 치밀한 계산으로 수비모드에 돌입한 장 대표. 그가 철벽수비와 함께 새로운 공격 기회를 위한 빌드업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을까. ‘천재 CRO’조차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그라운드. 장원재가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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