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뉴욕거래소가 1983년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자료=YTN)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일'까지 겹치면서 낙폭이 커졌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37달러 63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종가 18달러 27센트에서 55달러 90센트나 떨어졌다.
WTI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뉴욕거래소가 1983년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이는 파는 쪽이 돈을 얹어줘서 원유를 판다는 의미로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 이벤트'까지 악재도 겹쳤다.
미국 CNN 방송은 “원유 공급 과잉 상황에서 원유를 저장할 시설이 사라졌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원유업체는 원유를 팔기 위해 오히려 돈을 더 주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 레이드 이안손은 “원유를 저장할 곳만 찾을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가격 폭락의 주요 원인은 주요 산유국들이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경제 활동 중단으로 줄어든 수요가 하루 3000만 배럴에 이르러 이를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조선에 실려 바다 위에 떠 있는 재고분만 1억6000만 배럴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 이벤트'가 겹치면서 낙폭 확대를 부추겼다.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을 일단 처분해야 하지만 원유저장 시설이 꽉 차 투매 현상마저 발생했다.
다만 하루 뒤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20달러 94센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하루 만에 급등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유가 대폭락의 영향으로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장초반 하락했다. 약보합세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유가 폭락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뉴욕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92.05포인트(2.44%) 하락한 2만3650.44에 거래를 끝냈다. 스탠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51.40포인트(1.79%) 내린 2823.16으로 마감했고 나스닥도 89.41포인트(1.03%) 하락한 8560.73에 장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