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빠른 호흡의 영화에 적응된 관객들에게는 ‘유열의 음악앨범’의 느린 전개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두 인물의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이 영화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곱씹을수록 편안한 매력이 있다. 28일 개봉하는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 Strength(강점) 라디오를 즐겨 듣고, 핸드폰이 없어 연락이 끊기면 쉽게 닿을 수 없던 그때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멜로가 보는 이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소년원에서 나온 이후 제과점에서 일을 하며 마음을 다잡던 현우는 자신을 유혹하는 친구들을 따라 홀연히 떠나버리고, 미수는 연락도 닿을 수 없는 그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두 사람의 거리감이 애틋함을 더하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복고적 의상과 헤어부터 천리안의 등장까지, 시대적 상황에 맞는 소품과 에피소드들도 이 영화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배가시킨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그 시절 명곡들을 듣는 재미도 있다.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시간을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들도 성장한다. 제대 이후 마음먹고 시작한 일에 실패를 맛본 현우와 힘들게 취업했지만, 이상과 다른 현실에 좌절하는 미수 등 시대는 달라도 여전히 유효한 청춘의 불안함은 추억 자극을 넘어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동시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또 한 번 엇갈리는 두 남녀의 애틋한 감정도 깊이를 더해간다. ■ Weakness(약점) 이런 시간 나열 식 전개에서 보이는 작은 구멍들이 생긴다. 처음에는 사소했지만,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그들의 감정에 밀착해 몰입하기는 힘들다. 현우, 미수가 불안정한 현실에 힘들어하면서도 극복 과정이 그려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고, 성숙한 두 사람이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어 짐작만으로 두 사람의 서사를 채워야 한다.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할수록 두 사람의 감정은 깊어지지만, 몰입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아쉬운 결과를 남긴다. 물론 모든 것이 좋았던 학창 시절을 지나 현실의 벽에 부딪힌 두 사람이 갈등하기까지, 긴 과정을 2시간 안에 밀도 있게 담아내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 Opportunity(기회) 애틋한 감성을 담은 멜로 영화가 드물었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다는 것이 ‘유열의 음악앨범’의 기회다. 여기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의 정해인과 ‘도깨비’ ‘변산’의 김고은이 펼칠 멜로 호흡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닮은꼴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케미스트리’를 인정받은 두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비 관객들의 기대가 뜨겁다. ■ Threat(위협) 극적인 전개가 아닌,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잔잔한 전개가 이 영화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빠른 호흡의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정지우 감독은 이에 대해 “아무리 맛있는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린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으면 좋겠다. 일상에도 비가 올 때도 바람이 불 때도 있지 않나. 조금 다른 템포의 영화를 보며 저녁을 맞이하는 것도 권해주고 싶다”라고 당부했다.

[신작 SWOT 리뷰] ‘유열의 음악앨범’의 아날로그 감성, 휴식 같은 편안함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8.23 10:27 | 최종 수정 2139.04.16 00:00 의견 0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빠른 호흡의 영화에 적응된 관객들에게는 ‘유열의 음악앨범’의 느린 전개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두 인물의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이 영화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곱씹을수록 편안한 매력이 있다.

28일 개봉하는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 Strength(강점)

라디오를 즐겨 듣고, 핸드폰이 없어 연락이 끊기면 쉽게 닿을 수 없던 그때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멜로가 보는 이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소년원에서 나온 이후 제과점에서 일을 하며 마음을 다잡던 현우는 자신을 유혹하는 친구들을 따라 홀연히 떠나버리고, 미수는 연락도 닿을 수 없는 그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두 사람의 거리감이 애틋함을 더하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복고적 의상과 헤어부터 천리안의 등장까지, 시대적 상황에 맞는 소품과 에피소드들도 이 영화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배가시킨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그 시절 명곡들을 듣는 재미도 있다.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시간을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들도 성장한다. 제대 이후 마음먹고 시작한 일에 실패를 맛본 현우와 힘들게 취업했지만, 이상과 다른 현실에 좌절하는 미수 등 시대는 달라도 여전히 유효한 청춘의 불안함은 추억 자극을 넘어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동시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또 한 번 엇갈리는 두 남녀의 애틋한 감정도 깊이를 더해간다.

■ Weakness(약점)

이런 시간 나열 식 전개에서 보이는 작은 구멍들이 생긴다. 처음에는 사소했지만,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그들의 감정에 밀착해 몰입하기는 힘들다. 현우, 미수가 불안정한 현실에 힘들어하면서도 극복 과정이 그려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고, 성숙한 두 사람이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어 짐작만으로 두 사람의 서사를 채워야 한다.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할수록 두 사람의 감정은 깊어지지만, 몰입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아쉬운 결과를 남긴다. 물론 모든 것이 좋았던 학창 시절을 지나 현실의 벽에 부딪힌 두 사람이 갈등하기까지, 긴 과정을 2시간 안에 밀도 있게 담아내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 Opportunity(기회)

애틋한 감성을 담은 멜로 영화가 드물었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다는 것이 ‘유열의 음악앨범’의 기회다.

여기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의 정해인과 ‘도깨비’ ‘변산’의 김고은이 펼칠 멜로 호흡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닮은꼴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케미스트리’를 인정받은 두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비 관객들의 기대가 뜨겁다.

■ Threat(위협)

극적인 전개가 아닌,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잔잔한 전개가 이 영화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빠른 호흡의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정지우 감독은 이에 대해 “아무리 맛있는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린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으면 좋겠다. 일상에도 비가 올 때도 바람이 불 때도 있지 않나. 조금 다른 템포의 영화를 보며 저녁을 맞이하는 것도 권해주고 싶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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