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2014년 국내 초연 당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역사 왜곡과 ‘배 다른 자매’라는 막장 상황,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연성 없는 스토리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당시 김소현, 옥주현, 윤공주, 차지연 등의 배우들과 화려한 볼거리가 이 실소 나오는 스토리로 인해 묻혔다는 평가도 뒤를 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비판 받은 이 스토리를 유지했다. 여전히 프랑스 파리 혁명 당시 민중들은 무지했고, 돈 몇 푼에 혁명에 동참했으며, 마리 앙투아네트(김소현, 김소향)와 마그리드 아그노(장은아, 김연지)가 ‘배 다른 자매’라는 허구의 설정 역시 그대로다. 그러나 5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 관객들이다.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들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정, 그리고 주변 인물들 간의 스토리를 한꺼번에 봤다. 보통 초연 뮤지컬을 보는 입장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뮤지컬이 재연, 삼연을 거치면서 관객들은 달라진다. 누구의, 어느 관점에서 감정을 이입시켜야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관객들의 선택은 주인공인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이럴 경우 초연 때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무색해진다. 역사 왜곡이나 작위적인 설정 따위는, 이미 마리 앙투아네트에 감정 이입된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14세 때 정략결혼으로 타국에 와서 ‘오스트리아 암캐’로 불리며, 민중 뿐 아니라 귀족층에게까지 놀림을 받았다. 남편 루이 16세의 관심을 받긴 했지만, 사랑이라 말하긴 어려웠다. 주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이용해 부와 명예를 축적하려 하는 사람들만 들끓었다. 4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장남과 차녀의 죽음을 겪었다. 악셀 페르센 백작과의 사랑 역시 순탄치 못했다. 온갖 루머에 휩싸였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 등 억울한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아들을 근친상간 했다는 어이없는 죄명으로 단두대에 서게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대기를 알고, 다시 무대 위에서 그녀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뮤지컬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고, 그녀의 눈물에 같이 눈물을 흘리고, 그녀의 억울함에 같이 답답해한다. 특히 배우 김소현이 무대에 섰을 때 그 감정은 더하다.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선 김소현은 이미 감정 진폭이 큰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정에 온전히 이입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1막에서 밝게 인사하며 등장한 김소현이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남편은 사형당하고 아들까지 빼앗긴 후 본인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불행한 인물을 연기하는 동안 관객들 역시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특히 극 중 빼앗기는 왕자의 나이와 현재 김소현의 아들 주안군과 나이가 비슷해 초연 당시 보여줬던 감정의 격함은 배가된 상황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허술함과 역사 왜곡 등은 유효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정이나 무대 위의 화려함보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여전히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때문에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러가는 관객은 선택해야 한다. 감정(마리의 시선)을 따라갈지, 눈과 귀(화려함)에게 맡길지, 아니면 이성(스토리)으로 판단할지 말이다.

[객석에서] 역사를 따질까, 마리의 감정을 따라갈까…‘마리 앙투아네트’

유명준 기자 승인 2019.09.04 10:49 | 최종 수정 2139.05.08 00:00 의견 0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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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2014년 국내 초연 당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역사 왜곡과 ‘배 다른 자매’라는 막장 상황,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연성 없는 스토리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당시 김소현, 옥주현, 윤공주, 차지연 등의 배우들과 화려한 볼거리가 이 실소 나오는 스토리로 인해 묻혔다는 평가도 뒤를 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비판 받은 이 스토리를 유지했다. 여전히 프랑스 파리 혁명 당시 민중들은 무지했고, 돈 몇 푼에 혁명에 동참했으며, 마리 앙투아네트(김소현, 김소향)와 마그리드 아그노(장은아, 김연지)가 ‘배 다른 자매’라는 허구의 설정 역시 그대로다. 그러나 5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 관객들이다.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들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정, 그리고 주변 인물들 간의 스토리를 한꺼번에 봤다. 보통 초연 뮤지컬을 보는 입장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뮤지컬이 재연, 삼연을 거치면서 관객들은 달라진다. 누구의, 어느 관점에서 감정을 이입시켜야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관객들의 선택은 주인공인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이럴 경우 초연 때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무색해진다. 역사 왜곡이나 작위적인 설정 따위는, 이미 마리 앙투아네트에 감정 이입된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14세 때 정략결혼으로 타국에 와서 ‘오스트리아 암캐’로 불리며, 민중 뿐 아니라 귀족층에게까지 놀림을 받았다. 남편 루이 16세의 관심을 받긴 했지만, 사랑이라 말하긴 어려웠다. 주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이용해 부와 명예를 축적하려 하는 사람들만 들끓었다. 4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장남과 차녀의 죽음을 겪었다. 악셀 페르센 백작과의 사랑 역시 순탄치 못했다. 온갖 루머에 휩싸였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 등 억울한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아들을 근친상간 했다는 어이없는 죄명으로 단두대에 서게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대기를 알고, 다시 무대 위에서 그녀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뮤지컬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고, 그녀의 눈물에 같이 눈물을 흘리고, 그녀의 억울함에 같이 답답해한다.

특히 배우 김소현이 무대에 섰을 때 그 감정은 더하다.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선 김소현은 이미 감정 진폭이 큰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정에 온전히 이입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1막에서 밝게 인사하며 등장한 김소현이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남편은 사형당하고 아들까지 빼앗긴 후 본인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불행한 인물을 연기하는 동안 관객들 역시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특히 극 중 빼앗기는 왕자의 나이와 현재 김소현의 아들 주안군과 나이가 비슷해 초연 당시 보여줬던 감정의 격함은 배가된 상황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허술함과 역사 왜곡 등은 유효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정이나 무대 위의 화려함보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여전히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때문에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러가는 관객은 선택해야 한다. 감정(마리의 시선)을 따라갈지, 눈과 귀(화려함)에게 맡길지, 아니면 이성(스토리)으로 판단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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