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가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의 공격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제 구호단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섬을 탈출하기 위해 미국행을 원하는 바하마 주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나쁜 사람들’을 걸러 내야 한다고 말해 현지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위험요소가 있는 외국인들은 국가와 시민들의 기피대상일 수밖에 없지만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을 향해 국가 지도자가 공격적 발언을 한 것은 불필요한 불안심리만 자극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도리안은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바하마에 머물렀다. 사망자는 이날까지 집계된 수치만 43명, 이재민은 7만명에 이른다. 바하마 총리는 피해 사실에 대해 “비극적이며 망연자실할 정도”라 말했고, 마크 그린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피해현장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고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처참한 지경에 세계 곳곳에서 구호품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잃고 두려움에 휩싸여 미국으로 눈을 돌린 피해 주민들을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바하마 수도 나소, 도리안 상륙 전후 (사진=연합뉴스) 우선 바하마 상황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최고 시속 297㎞의 강풍과 폭우, 폭풍해일을 동반한 도리안의 공습이었다. 바하마 집과 도로는 파괴되고 그레이트아바코 마시하버 지역의 경우는 기반시설의 90% 가까이가 파괴됐다는 것이 현지 언론사들의 설명이다. UN 등 국제기구들이 이재민을 위한 물과 식료품을 공수하고 있지만 재해 규모가 워낙 커 구호물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AP, 로이터 통신 등은 수천 명 이재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수도 나소, 그리고 300km 정도 떨어진 미국 플로리다주를 향해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영국 해군, 미국 델타항공 등 민간 기업들도 이재민 수송 작업을 돕고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도리안이 휩쓸고 간 피해지역은 이재민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폐허가 된 셈이다. 바하마 내에서 터전을 잃은 이들을 수용할 여력도 부족하다. 도리안이 머물 당시 대피소 역할을 했던 곳곳의 장소들은 장기적으로 이재민을 수용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수도 나소는 이재민이 한데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고 정부는 천막, 컨테이너 등 임시건물 구축으로 이재민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백방으로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까운 거리의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바하마 생존자 중에는 “매우 나쁜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들을 미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8일 밤 바하마 주민들을 태운 페리와 이민국의 충돌 후 나온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명확히 지목한 대상은 없다면서 해당 페리 충돌상황을 전했다. 이재민들을 미국으로 이송해주겠다고 약속한 이 페리 운송회사는 미국 이민당국의 관료주의(Red Tape)로 인해 미국 비자를 지닌 이들만 가능하다면서 길이 막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페리에 탑승해 있던 130여명의 이재민들은 비자요구가 실수라고 했다가 필요하다 번복한 이민국으로 인해 페리에서 내리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사람들’을 언급했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완벽하게 적절한 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세관국 국장인 마크 모건도 9일, 바하마인들의 입국을 신속히 처리하겠지만 보통의 조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 못박았다. 더욱이 “이 나라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했고 불만을 터뜨린 페리에 대해서도 자연재해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세관국 대변인은 CNN을 통해 바하마인들의 임시보호지휘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라 믿고 트럼프와 대화할 것이라 밝힌 상황이다. 미국과 바하마의 문제이지만 인도주의적 활동가들은 재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때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나서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은 일반시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것일 뿐 국제적 위기와 상황해결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당선 전부터 이민자들에 강경발언을 이어온 것과 다르지 않은 태도라 해도 이는 국제 사회의 윤리적 도덕적 면에 반하는 것이며, 앞으로 불시에 터전을 잃게 될 이들을 외면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깊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 컨선월드와이드 이준모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재해로 집과 일터를 잃고 굶주린 사람들을 돕는 것이 인도주의의 본질”이라면서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착하고 나쁘고의 구별이 없다. 바하마 이재민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돕고 싶다면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은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당시와 비슷하기도 하다. 예멘 난민들이 입국했을 때 범죄 우려에 대한 불안감이 먼저 조성되면서 반대 여론이 극심했고 이에 대해 많은 단체들이 국가가 국민들을 이해시키지 못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다. 더욱이 예멘 난민들보다 더 급박하고 살길이 막막한 이들이 현 시점 바하마인들일 수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우려와 비난이 잇따른다. 국가가 국민들의 이해를 도모하고 인도적 태도를 보여야 하는 자연재해 피해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가 먼저 그들에 등을 돌렸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에 ‘개념없는 막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하마 vs 트럼프, 인도주의 모르는 국가 지도자는 왜 위험한가

문다영 기자 승인 2019.09.11 10:30 | 최종 수정 2139.05.22 00:00 의견 0
사진=AP 연합뉴스
사진=AP 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가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의 공격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제 구호단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섬을 탈출하기 위해 미국행을 원하는 바하마 주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나쁜 사람들’을 걸러 내야 한다고 말해 현지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위험요소가 있는 외국인들은 국가와 시민들의 기피대상일 수밖에 없지만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을 향해 국가 지도자가 공격적 발언을 한 것은 불필요한 불안심리만 자극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도리안은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바하마에 머물렀다. 사망자는 이날까지 집계된 수치만 43명, 이재민은 7만명에 이른다. 바하마 총리는 피해 사실에 대해 “비극적이며 망연자실할 정도”라 말했고, 마크 그린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피해현장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고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처참한 지경에 세계 곳곳에서 구호품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잃고 두려움에 휩싸여 미국으로 눈을 돌린 피해 주민들을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바하마 수도 나소 (사진=연합뉴스)
바하마 수도 나소, 도리안 상륙 전후 (사진=연합뉴스)

우선 바하마 상황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최고 시속 297㎞의 강풍과 폭우, 폭풍해일을 동반한 도리안의 공습이었다. 바하마 집과 도로는 파괴되고 그레이트아바코 마시하버 지역의 경우는 기반시설의 90% 가까이가 파괴됐다는 것이 현지 언론사들의 설명이다. UN 등 국제기구들이 이재민을 위한 물과 식료품을 공수하고 있지만 재해 규모가 워낙 커 구호물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AP, 로이터 통신 등은 수천 명 이재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수도 나소, 그리고 300km 정도 떨어진 미국 플로리다주를 향해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영국 해군, 미국 델타항공 등 민간 기업들도 이재민 수송 작업을 돕고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도리안이 휩쓸고 간 피해지역은 이재민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폐허가 된 셈이다. 바하마 내에서 터전을 잃은 이들을 수용할 여력도 부족하다. 도리안이 머물 당시 대피소 역할을 했던 곳곳의 장소들은 장기적으로 이재민을 수용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수도 나소는 이재민이 한데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고 정부는 천막, 컨테이너 등 임시건물 구축으로 이재민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백방으로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까운 거리의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바하마 생존자 중에는 “매우 나쁜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들을 미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8일 밤 바하마 주민들을 태운 페리와 이민국의 충돌 후 나온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명확히 지목한 대상은 없다면서 해당 페리 충돌상황을 전했다. 이재민들을 미국으로 이송해주겠다고 약속한 이 페리 운송회사는 미국 이민당국의 관료주의(Red Tape)로 인해 미국 비자를 지닌 이들만 가능하다면서 길이 막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페리에 탑승해 있던 130여명의 이재민들은 비자요구가 실수라고 했다가 필요하다 번복한 이민국으로 인해 페리에서 내리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사람들’을 언급했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완벽하게 적절한 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세관국 국장인 마크 모건도 9일, 바하마인들의 입국을 신속히 처리하겠지만 보통의 조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 못박았다. 더욱이 “이 나라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했고 불만을 터뜨린 페리에 대해서도 자연재해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세관국 대변인은 CNN을 통해 바하마인들의 임시보호지휘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라 믿고 트럼프와 대화할 것이라 밝힌 상황이다.

미국과 바하마의 문제이지만 인도주의적 활동가들은 재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때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나서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은 일반시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것일 뿐 국제적 위기와 상황해결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당선 전부터 이민자들에 강경발언을 이어온 것과 다르지 않은 태도라 해도 이는 국제 사회의 윤리적 도덕적 면에 반하는 것이며, 앞으로 불시에 터전을 잃게 될 이들을 외면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깊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 컨선월드와이드 이준모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재해로 집과 일터를 잃고 굶주린 사람들을 돕는 것이 인도주의의 본질”이라면서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착하고 나쁘고의 구별이 없다. 바하마 이재민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돕고 싶다면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은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당시와 비슷하기도 하다. 예멘 난민들이 입국했을 때 범죄 우려에 대한 불안감이 먼저 조성되면서 반대 여론이 극심했고 이에 대해 많은 단체들이 국가가 국민들을 이해시키지 못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다. 더욱이 예멘 난민들보다 더 급박하고 살길이 막막한 이들이 현 시점 바하마인들일 수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우려와 비난이 잇따른다. 국가가 국민들의 이해를 도모하고 인도적 태도를 보여야 하는 자연재해 피해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가 먼저 그들에 등을 돌렸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에 ‘개념없는 막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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