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tvN 새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가 코믹한 화법으로 국내 경제 중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는 하도급 갑질 사안을 풀어냈다. 특히 제조업계 내 원청과 하청, 3차 하청으로 연결되는 기업 간의 서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는 물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영세 기업의 불법도 가벼운 톤으로 정확하게 꼬집었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화두가 된 ‘직장 내 괴롭힘’도 현실적인 대사로 그려냈다.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한 이선심(혜리 분)에게 미쓰리라고 호칭을 부르는 것은 물론 허드렛일을 시켜대고, 상처가 될 법한 말을 쉽게 꺼내는 직원들의 모습은 선악에 얽매이지 않은 현실성을 담았다. 첫 방송은 대기업 TM전자에 청소기 부품을 납품하는 청일전자가 실적에서 뒤처지자 다른 기업에 발주량을 뺏기는 과정과 함께 청일전자 오만복(김응수 분) 사장이 갑질에 지쳐 TM전자와 거래를 끊는 모습, 새롭게 시작한 청소기 완제품이 불량으로 리콜되면서 오 사장과 경리 부팀장이던 구지나(엄현경 분)가 잠적한 상황으로 인해 새 사장으로 선심이 선출되는 과정에서 마무리됐다. 1화는 말단 경리 선심의 시선으로 전반적인 캐릭터 설명과 함께 청일전자의 상황을 그려내는데 주력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5년 간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 그럴싸한 직장을 처음 얻은 선심은 직장 상사들의 차별과 온갖 구박에 속은 썩지만 겉은 살살 웃는 인물이다. 상사들의 괴롭힘에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지만 힘겹게 직장을 얻은 탓에 싫은 소리 한 번 못한다. 반대로 구지나는 원청과 회의를 하고 지쳐서 온 오 사장에게 자양강장제 음료를 건네며 ‘B선 실세’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선심에게 중소기업 청일전자의 주식을 1억 8000만원에 팔고 잠적하는 ‘못된 여우’다. 오 사장은 나름의 카리스마와 리더쉽을 갖춘 인물로 직원들에게 히스테릭을 부리기는 하나 직원들의 월급을 제 때 주기 위해 열심히 사는 인물이다. 원청의 눈치를 보는 것에 지쳐 새로운 상품으로 회사를 확장시키는데 관심을 쏟는다. 유진욱은 원청의 갑질을 고스란히 하청에 떠넘기는 인물로 자신보다 아래 서열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한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개성 있는 연기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표현했다. 선한 얼굴이 더 기억에 남는 김상경은 유진욱을 통해 현실에서는 꼴도 보기 싫은 꼰대를 실감나게 그려냈고, 김응수는 오만복을 통해 원청에 화를 쏟아내는 폭발력을 선보이며, 눈을 사로잡았다. 엄현경은 앞에서는 착하고 상대를 위하는 척 하나 뒤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구지나를 통해 매력적인 악역을 담았다. 이 외에도 김원해, 박혜경, 현봉식, 백지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여백을 메웠다. 다만 타이틀롤 혜리는 평가를 내리기에 시기상조다. 혜리가 어색하지 않은 선심을 표현하기는 했으나, tvN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더 전달됐다. 마치 덕선이 청일전자의 경리가 된 기분을 준다. 특히 ‘힝힝~’ 하며 우는 모습, 사회초년병임에도 학생과 같은 때 묻지 않은 소녀 같은 모습, 후반부 감정 신에서 에너지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첫 화의 연기력이 다른 배우들과 잘 어우러진 점이나 일부 공감이 갈만한 모습 등 장점도 있을 뿐 아니라 이제 겨우 1회라는 점에서 만회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무겁지 않은 톤으로 현실 속에 처한 문제점들을 가볍게 터치하는 연출적인 측면은 호평을 받을만한 요소다. 하청이 원청 사람들과 만남 때 큰 돈을 써서 대접하는 부분이나, 하청 평가를 원청의 입맛대로 정하는 기준, 원청에 받은 부담을 하청업체에 고스란히 물려주는 하청의 또 다른 민낯, 충분치 못한 기술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습, 회사가 힘들어지자 사라져버린 사장, 회사 내 소프트웨어를 정품이 아닌 임의로 사용하는 영세기업의 불법 등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기업 내 문제점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대목은 이 드라마를 주의 깊게 지켜보게끔 하는 요소다. 이 드라마의 첫 방송 시청률 2.6%(닐슨코리아 유로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이 비록 높은 수치는 아니나, 직장인들의 공감을 살 만한 요소가 충분하며 대부분의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1화에서부터 드러나 상승곡선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첫눈에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하도급 갑질 문제에 정조준

함상범 기자 승인 2019.09.26 11:29 | 최종 수정 2139.06.21 00:00 의견 0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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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새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가 코믹한 화법으로 국내 경제 중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는 하도급 갑질 사안을 풀어냈다. 특히 제조업계 내 원청과 하청, 3차 하청으로 연결되는 기업 간의 서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는 물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영세 기업의 불법도 가벼운 톤으로 정확하게 꼬집었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화두가 된 ‘직장 내 괴롭힘’도 현실적인 대사로 그려냈다.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한 이선심(혜리 분)에게 미쓰리라고 호칭을 부르는 것은 물론 허드렛일을 시켜대고, 상처가 될 법한 말을 쉽게 꺼내는 직원들의 모습은 선악에 얽매이지 않은 현실성을 담았다.

첫 방송은 대기업 TM전자에 청소기 부품을 납품하는 청일전자가 실적에서 뒤처지자 다른 기업에 발주량을 뺏기는 과정과 함께 청일전자 오만복(김응수 분) 사장이 갑질에 지쳐 TM전자와 거래를 끊는 모습, 새롭게 시작한 청소기 완제품이 불량으로 리콜되면서 오 사장과 경리 부팀장이던 구지나(엄현경 분)가 잠적한 상황으로 인해 새 사장으로 선심이 선출되는 과정에서 마무리됐다.

1화는 말단 경리 선심의 시선으로 전반적인 캐릭터 설명과 함께 청일전자의 상황을 그려내는데 주력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5년 간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 그럴싸한 직장을 처음 얻은 선심은 직장 상사들의 차별과 온갖 구박에 속은 썩지만 겉은 살살 웃는 인물이다. 상사들의 괴롭힘에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지만 힘겹게 직장을 얻은 탓에 싫은 소리 한 번 못한다.

반대로 구지나는 원청과 회의를 하고 지쳐서 온 오 사장에게 자양강장제 음료를 건네며 ‘B선 실세’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선심에게 중소기업 청일전자의 주식을 1억 8000만원에 팔고 잠적하는 ‘못된 여우’다. 오 사장은 나름의 카리스마와 리더쉽을 갖춘 인물로 직원들에게 히스테릭을 부리기는 하나 직원들의 월급을 제 때 주기 위해 열심히 사는 인물이다. 원청의 눈치를 보는 것에 지쳐 새로운 상품으로 회사를 확장시키는데 관심을 쏟는다. 유진욱은 원청의 갑질을 고스란히 하청에 떠넘기는 인물로 자신보다 아래 서열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한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개성 있는 연기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표현했다. 선한 얼굴이 더 기억에 남는 김상경은 유진욱을 통해 현실에서는 꼴도 보기 싫은 꼰대를 실감나게 그려냈고, 김응수는 오만복을 통해 원청에 화를 쏟아내는 폭발력을 선보이며, 눈을 사로잡았다. 엄현경은 앞에서는 착하고 상대를 위하는 척 하나 뒤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구지나를 통해 매력적인 악역을 담았다. 이 외에도 김원해, 박혜경, 현봉식, 백지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여백을 메웠다.

다만 타이틀롤 혜리는 평가를 내리기에 시기상조다. 혜리가 어색하지 않은 선심을 표현하기는 했으나, tvN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더 전달됐다. 마치 덕선이 청일전자의 경리가 된 기분을 준다.

특히 ‘힝힝~’ 하며 우는 모습, 사회초년병임에도 학생과 같은 때 묻지 않은 소녀 같은 모습, 후반부 감정 신에서 에너지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첫 화의 연기력이 다른 배우들과 잘 어우러진 점이나 일부 공감이 갈만한 모습 등 장점도 있을 뿐 아니라 이제 겨우 1회라는 점에서 만회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무겁지 않은 톤으로 현실 속에 처한 문제점들을 가볍게 터치하는 연출적인 측면은 호평을 받을만한 요소다. 하청이 원청 사람들과 만남 때 큰 돈을 써서 대접하는 부분이나, 하청 평가를 원청의 입맛대로 정하는 기준, 원청에 받은 부담을 하청업체에 고스란히 물려주는 하청의 또 다른 민낯, 충분치 못한 기술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습, 회사가 힘들어지자 사라져버린 사장, 회사 내 소프트웨어를 정품이 아닌 임의로 사용하는 영세기업의 불법 등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기업 내 문제점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대목은 이 드라마를 주의 깊게 지켜보게끔 하는 요소다.

이 드라마의 첫 방송 시청률 2.6%(닐슨코리아 유로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이 비록 높은 수치는 아니나, 직장인들의 공감을 살 만한 요소가 충분하며 대부분의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1화에서부터 드러나 상승곡선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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