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한 달 수입이 160만 원이다. 근무시간이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지만, 의미는 없다. 야근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주말, 휴일도 없다. 임금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간신히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이다. 기본적인 생활비를 내면 남는 게 없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물론 시간은 더더욱 없다”(외주제작사 6개월 차 막내 작가 A씨) “내 주변에 최저 임금이 적용된 막내 작가 임금도 못 받거나 비슷하게 받는 서브 작가들이 많다. 특히 막내 작가는 예전 임금이 워낙 적어 월급 단위로 주는 것이 관례처럼 됐지만 서브부터는 보통 주급으로 받는다. 매주 나가는 방송이 방송사 사정이나, 사회적인 문제로 송출이 안되면 우리는 돈을 받지 못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서브부터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맡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근무 강도를 따지면 그것도 쉽지 않다”(3년 차 서브작가 B씨) “나와 같이 방송 일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다. 막내 때 이미 녹록지 않은 현실에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방송작가가 힘들고 고생한 것 대비 돈을 얼마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도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것은 나 또한 쉽지 않았다. 9년 동안 임금체불과 갑작스러운 해고를 겪으며 업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현실 때문에 꿈을 잃어버린다는 게 슬퍼 쉽게 떠나지도 못했다. 또 임금은 10년 넘게 동결 상태고 제작비는 점점 줄어들어 방송작가의 근무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9년차 시사 프로그램 작가 C씨) 방송작가는 방송국 안 직군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고용의 불안정, 낮으면서도 동결 수준의 수입, 방송사의 ‘갑질’은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제작사가 방송작가를 방송 제작의 한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작가는 3600명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작가들을 포함하면 5~60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부분 여성으로 경력에 따라 막내, 서브, 메인으로 나뉜다.   특히 이중 막내 작가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역할은 섭외와 자료조사 등이다. 보통 서브와 메인 작가를 보조하는 일을 수행한다.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막내 작가의 임금은 월 80~120만 원 선이었다. 2018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도 이 수준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재는 최저임금에 맞게 160~200만 원까지 오른 상태고 방송사들은 이를 지키고 있지만, 외주제작사에서는 여전히 120~13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주며 노동을 요구하는 곳도 다수 있다.  하지만 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의 특성상 업무 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또 잦은 새벽 퇴근에도 교통비를 지원해주지 않아 월급의 많은 부분을 교통비로 소비한다. 사진=픽사베이 이러한 낮은 수입도 문제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고용형태와 이를 기반으로 한 방송사와 PD들의 ‘갑질’이다. 방송작가는 특수고용직 형태의 프리랜서다.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사대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노동자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방송작가 580명을 대상으로 고용 형태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송작가 93.4%는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돼있지만 72.4%가 방송사나 외주제작사로 출·퇴근하며 상근 형태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대다수 구인 공고도 상근을 명시하고 있다. 필요하기에 상근하며 일을 시키지만, 노동자로서의 구성원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방송작가의 고용은 주로 방송사 PD에 의해 이뤄진다. 계약은 주로 구두계약이다. 막내 작가는 메인 작가가 채용하기도 하지만, 서브나 메인 작가는 각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PD가 구인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거나 친분이 있는 작가를 데려오는 방식으로 자신의 팀을 구성한다. 이것의 장점은 서로가 잘 맞는다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계속 호흡을 맞출 수 있지만, PD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방송작가들은 어떤 이유로든 언제든 마음껏 해고할 수 있다는 관행이 굳어졌다. 이와 같은 불공정관행이 이어지자 2017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작가의 권리 보호 및 공정한 방송콘텐츠 제작환경 마련을 위해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는 효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한다. 지난 9월 MBC 시사프로그램 ‘2시 뉴스외전’ 작가가 출근 당일 개편을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했다. 2019년 12월 31일까지 계약 기간이 명시돼 있었지만 계약서에는 ‘계약 해지 시 마지막 방송 제작일 7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MBC는 유예기간을 통보했으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계약서가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당사자 간의 협의를 통해 본 표준계약서를 수정, 추가,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을’의 입장에 놓여 있는 방송작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임금체불 문제도 견뎌야 한다. 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임금체불을 묻는 설문 조사의 응답자 절반 이상이 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View 기획┃방송작가 현실①] 낮은 수입·불안정한 고용…불안에 떠는 방송작가들

이채윤 기자 승인 2019.10.24 09:38 | 최종 수정 2019.10.25 11:29 의견 0
사진=픽사베이

“한 달 수입이 160만 원이다. 근무시간이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지만, 의미는 없다. 야근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주말, 휴일도 없다. 임금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간신히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이다. 기본적인 생활비를 내면 남는 게 없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물론 시간은 더더욱 없다”(외주제작사 6개월 차 막내 작가 A씨)

“내 주변에 최저 임금이 적용된 막내 작가 임금도 못 받거나 비슷하게 받는 서브 작가들이 많다. 특히 막내 작가는 예전 임금이 워낙 적어 월급 단위로 주는 것이 관례처럼 됐지만 서브부터는 보통 주급으로 받는다. 매주 나가는 방송이 방송사 사정이나, 사회적인 문제로 송출이 안되면 우리는 돈을 받지 못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서브부터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맡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근무 강도를 따지면 그것도 쉽지 않다”(3년 차 서브작가 B씨)

“나와 같이 방송 일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다. 막내 때 이미 녹록지 않은 현실에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방송작가가 힘들고 고생한 것 대비 돈을 얼마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도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것은 나 또한 쉽지 않았다. 9년 동안 임금체불과 갑작스러운 해고를 겪으며 업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현실 때문에 꿈을 잃어버린다는 게 슬퍼 쉽게 떠나지도 못했다. 또 임금은 10년 넘게 동결 상태고 제작비는 점점 줄어들어 방송작가의 근무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9년차 시사 프로그램 작가 C씨)

방송작가는 방송국 안 직군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고용의 불안정, 낮으면서도 동결 수준의 수입, 방송사의 ‘갑질’은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제작사가 방송작가를 방송 제작의 한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작가는 3600명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작가들을 포함하면 5~60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부분 여성으로 경력에 따라 막내, 서브, 메인으로 나뉜다.  

특히 이중 막내 작가는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역할은 섭외와 자료조사 등이다. 보통 서브와 메인 작가를 보조하는 일을 수행한다.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막내 작가의 임금은 월 80~120만 원 선이었다. 2018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도 이 수준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재는 최저임금에 맞게 160~200만 원까지 오른 상태고 방송사들은 이를 지키고 있지만, 외주제작사에서는 여전히 120~13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주며 노동을 요구하는 곳도 다수 있다. 

하지만 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의 특성상 업무 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또 잦은 새벽 퇴근에도 교통비를 지원해주지 않아 월급의 많은 부분을 교통비로 소비한다.

사진=픽사베이

이러한 낮은 수입도 문제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고용형태와 이를 기반으로 한 방송사와 PD들의 ‘갑질’이다.

방송작가는 특수고용직 형태의 프리랜서다.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사대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노동자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방송작가 580명을 대상으로 고용 형태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송작가 93.4%는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돼있지만 72.4%가 방송사나 외주제작사로 출·퇴근하며 상근 형태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대다수 구인 공고도 상근을 명시하고 있다. 필요하기에 상근하며 일을 시키지만, 노동자로서의 구성원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방송작가의 고용은 주로 방송사 PD에 의해 이뤄진다. 계약은 주로 구두계약이다. 막내 작가는 메인 작가가 채용하기도 하지만, 서브나 메인 작가는 각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PD가 구인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거나 친분이 있는 작가를 데려오는 방식으로 자신의 팀을 구성한다. 이것의 장점은 서로가 잘 맞는다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계속 호흡을 맞출 수 있지만, PD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방송작가들은 어떤 이유로든 언제든 마음껏 해고할 수 있다는 관행이 굳어졌다.

이와 같은 불공정관행이 이어지자 2017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작가의 권리 보호 및 공정한 방송콘텐츠 제작환경 마련을 위해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는 효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한다. 지난 9월 MBC 시사프로그램 ‘2시 뉴스외전’ 작가가 출근 당일 개편을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했다. 2019년 12월 31일까지 계약 기간이 명시돼 있었지만 계약서에는 ‘계약 해지 시 마지막 방송 제작일 7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MBC는 유예기간을 통보했으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계약서가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당사자 간의 협의를 통해 본 표준계약서를 수정, 추가,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을’의 입장에 놓여 있는 방송작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임금체불 문제도 견뎌야 한다. 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임금체불을 묻는 설문 조사의 응답자 절반 이상이 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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