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46p(1.33%) 오른 2,399.8로 출발해 장중 2,460선을 넘기기도 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요즘 나를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다. 최근 늘어난 잔고도 그렇거니와 일부 세력이 냄새를 풀풀 풍겨댔다. 홍콩과 싱가포르 헤지펀드들이 대표적이다. 전략도 남달랐다. 부실한 회사, 안좋은 기업에 대해 나를 활용하기보단 치사하게 빠지는 종목에 더 집중하는 전술을 폈다. 단기 모멘텀 플레이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대책이 필요하긴 했다. 연초부터 간간히 나오던 나에 대한 논란이 최근 국정감사를 거치며 더 확대됐다. 코로나가 한풀 꺾이면서 활개치던 내가 이참에 다시 숨죽이고 살아야 하나 걱정을 하던 요즘이다. 그렇다고 이정도로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급박하게 나의 임종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금요일(3일)만 하더라도 금융당국 수장은 여전히 나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했다. 당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보겠다"고 했다. 역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점잖은 공무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마음 편하게 쉬어보나 했다. 예상이 빗나갔다. 불과 이틀 뒤인 일요일(5일)의 반전이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비밀 작전이 펼쳐졌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향후 8개월간 금지시켰다. 당장 다음날인 월요일(6일)부터다. 불과 이틀전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정녕 연막작전이었나. 더한 건 예고 기간도 없다. 먼저 예고를 하고 기간을 두고 금지를 하는 게 아니다. 당장 시행이다. 더구나 주말에 발표한다는 건 대놓고 주가를 띄우겠다는 의도 아닌가. 지난 3일 S의원의 의도성(?) 문자 공개 사건이후 당정 분위기가 급박해졌다는 전언도 들린다. 어차피 금지할 거 뒷북 치지 말고 전격 발표를 하는 것이 확실한 시장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슬슬 대주주 주식양도세 한도 확대 얘기도 세간에서 흘러나온다. 역시나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것인가. 김포의 서울편입 이슈에 이어 공매도까지 이어지는 정부의 추진 속도로 봐선 양도세 한도 확대 결정도 임박한 듯하다. 사실 잘 쓰기만 하면 나란 놈은 꽤나 활용가치가 있다. 살다보면 나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것이 있다. 병충해를 없애기 위해 농약을 치는 행위, 안전한 위생 관리를 위해 풀 대신 사료를 주거나 항생제를 놓는 행위들,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이뤄지는 동물 임상시험들. 최선은 아니나 현실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들과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의 가격 균형을 찾아주고, 버블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그런 순기능은 익히 알려진 나의 장점이다. 내가 시장가격,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뚜렷한 증거 역시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나를 멀리하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이유다. 그저 정치의 계절, 총선이란 이벤트가 나를 이렇게 급박하게 밀어낼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나의 죽음은 시장의 축포로 돌아왔다. 6일 코스피지수는 4%대, 코스닥지수는 6%대 폭등세다. 코스닥은 3년 3개월여만에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닥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시총 1,2위 기업)가 30%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포스코DX와 엘앤에프 등 이차전지주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코스피시장 역시 한껏 나의 임종을 기뻐한다. 죽을때 죽더라도 궁금한 건 못참는다. 나의 한시적 임종을 보러 찾아주는 조문객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 몇몇에 물어봤다. 일단 일정 부분의 숏커버(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주식의 재매수)는 들어올 수밖에 없다. 나를 많이 활용했던 종목들의 일시적 반등이 며칠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숏커버가 끝나면 모멘텀보단 펀더멘탈 장세로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향후 2~3일은 숏커버 들어오는 종목에 대한 투자를, 그 이후엔 저평가된 똘똘한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 타이밍은 기막히다. 일단 중장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우려가 적다. 연초 이후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부진했던 한국증시였던만큼 나갈 사람은 이미 상당부분 빠져 나갔다.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반기며 상승장을 즐기러 단기나마 뛰어들 불나방 외국인이 예상된다. 10월 바닥을 찍고 연초 1월정도까지 올랐던 그간의 증시 추이도 나이스했다. 어떤 꼼수와 정치적 의도는 차치하더라도 시기적으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때라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전쟁이나 금리이슈만 딱히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만 글로벌 충격은 감수해야 한다. 나의 존재감, 나의 제기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진국들이 아마 이번 한국 정부의 '충격 공매도 금지'를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일단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내년 MSCI선진국지수 편입은 물건너갔다. 더 중요한 한가지. 나를 짓밟고 올라선 이후 생기는 버블의 후폭풍은 오로지 투자자들의 몫일 것이다. 이번 작전의 주체들에게 나는 그저 하나의 작은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홍승훈의 Y] I am 공매도

홍승훈 기자 승인 2023.11.06 15:32 | 최종 수정 2023.11.06 21:44 의견 0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46p(1.33%) 오른 2,399.8로 출발해 장중 2,460선을 넘기기도 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요즘 나를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다. 최근 늘어난 잔고도 그렇거니와 일부 세력이 냄새를 풀풀 풍겨댔다. 홍콩과 싱가포르 헤지펀드들이 대표적이다. 전략도 남달랐다. 부실한 회사, 안좋은 기업에 대해 나를 활용하기보단 치사하게 빠지는 종목에 더 집중하는 전술을 폈다. 단기 모멘텀 플레이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대책이 필요하긴 했다. 연초부터 간간히 나오던 나에 대한 논란이 최근 국정감사를 거치며 더 확대됐다. 코로나가 한풀 꺾이면서 활개치던 내가 이참에 다시 숨죽이고 살아야 하나 걱정을 하던 요즘이다.

그렇다고 이정도로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급박하게 나의 임종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금요일(3일)만 하더라도 금융당국 수장은 여전히 나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했다. 당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보겠다"고 했다. 역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점잖은 공무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마음 편하게 쉬어보나 했다.

예상이 빗나갔다. 불과 이틀 뒤인 일요일(5일)의 반전이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비밀 작전이 펼쳐졌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향후 8개월간 금지시켰다. 당장 다음날인 월요일(6일)부터다. 불과 이틀전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정녕 연막작전이었나.

더한 건 예고 기간도 없다. 먼저 예고를 하고 기간을 두고 금지를 하는 게 아니다. 당장 시행이다. 더구나 주말에 발표한다는 건 대놓고 주가를 띄우겠다는 의도 아닌가. 지난 3일 S의원의 의도성(?) 문자 공개 사건이후 당정 분위기가 급박해졌다는 전언도 들린다. 어차피 금지할 거 뒷북 치지 말고 전격 발표를 하는 것이 확실한 시장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슬슬 대주주 주식양도세 한도 확대 얘기도 세간에서 흘러나온다. 역시나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것인가. 김포의 서울편입 이슈에 이어 공매도까지 이어지는 정부의 추진 속도로 봐선 양도세 한도 확대 결정도 임박한 듯하다.

사실 잘 쓰기만 하면 나란 놈은 꽤나 활용가치가 있다. 살다보면 나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것이 있다. 병충해를 없애기 위해 농약을 치는 행위, 안전한 위생 관리를 위해 풀 대신 사료를 주거나 항생제를 놓는 행위들,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이뤄지는 동물 임상시험들. 최선은 아니나 현실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들과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의 가격 균형을 찾아주고, 버블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그런 순기능은 익히 알려진 나의 장점이다. 내가 시장가격,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뚜렷한 증거 역시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나를 멀리하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이유다. 그저 정치의 계절, 총선이란 이벤트가 나를 이렇게 급박하게 밀어낼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나의 죽음은 시장의 축포로 돌아왔다. 6일 코스피지수는 4%대, 코스닥지수는 6%대 폭등세다. 코스닥은 3년 3개월여만에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닥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시총 1,2위 기업)가 30%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포스코DX와 엘앤에프 등 이차전지주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코스피시장 역시 한껏 나의 임종을 기뻐한다.

죽을때 죽더라도 궁금한 건 못참는다. 나의 한시적 임종을 보러 찾아주는 조문객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 몇몇에 물어봤다.

일단 일정 부분의 숏커버(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주식의 재매수)는 들어올 수밖에 없다. 나를 많이 활용했던 종목들의 일시적 반등이 며칠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숏커버가 끝나면 모멘텀보단 펀더멘탈 장세로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향후 2~3일은 숏커버 들어오는 종목에 대한 투자를, 그 이후엔 저평가된 똘똘한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 타이밍은 기막히다. 일단 중장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우려가 적다. 연초 이후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부진했던 한국증시였던만큼 나갈 사람은 이미 상당부분 빠져 나갔다.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반기며 상승장을 즐기러 단기나마 뛰어들 불나방 외국인이 예상된다. 10월 바닥을 찍고 연초 1월정도까지 올랐던 그간의 증시 추이도 나이스했다. 어떤 꼼수와 정치적 의도는 차치하더라도 시기적으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때라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전쟁이나 금리이슈만 딱히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만 글로벌 충격은 감수해야 한다. 나의 존재감, 나의 제기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진국들이 아마 이번 한국 정부의 '충격 공매도 금지'를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일단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내년 MSCI선진국지수 편입은 물건너갔다. 더 중요한 한가지. 나를 짓밟고 올라선 이후 생기는 버블의 후폭풍은 오로지 투자자들의 몫일 것이다. 이번 작전의 주체들에게 나는 그저 하나의 작은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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