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DB
‘테너를 빌려줘’는 연극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주인공이 ‘테너’인 만큼 음악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무대는 더욱 풍성해졌고, 관객들은 소극장에서 오페라 라이브를 들을 수 있게 됐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유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테너를 빌려줘’ 프레스콜을 통해 보여준 장면들도 대부분 연기와 음악이 어우러져 있었다.
‘테너를 빌려줘’는 뮤지컬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초연 당시 프로듀싱한 음악을 요소로한 코미디극이다. 전설적인 테너가 공연 날 아침 사망했다는 오해를 받고, 테너 지망생이었던 조수가 그로 분장해 무대에 올라 훌륭하게 공연을 마무리 한다. 이후 테너가 깨어나 오셀로가 두 명이 되면서 점점 꼬여가는 상황을 그린 코미디 작품이다.
박준혁 연출가는 “작품은 연극이다. 다만 기존의 연극과는 조금 다른 형태다. 성악이 첨가된 것”이라며 “우리 작품엔 연극배우를 시작으로 뮤지컬배우, 성악가, 성우, 탤런트 등 여러 직업을 가진 분들이 모였다. 뮤지컬은 아닌데, 연극에서 퀄리티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너를 빌려줘’는 이미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1986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이후 1989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며 토니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올리비에 어워드 희곡상, 드라마데스크 4개상, 뉴욕비평가협회 3개상을 수상하였다. 2010년에 리바이벌 되면서, 전세계 25개국에서 공연된 히트작이다.
다만 국내 무대에 가져오면서는 약간의 변화를 줘야 했다. 박 연출은 “여러 가지 버전의 대본을 봤는데 번역극 느낌이 너무 강했다. 영화 자막에서도 안 나오는 옛날식의 번역체가 대부분”이라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느낌으로 대본을 바꿨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성병숙, 박준규, 노현희, 현순철, 김재만, 정수한, 이현주, 이승원, 강웅곤, 장철준, 서송희, 조정환, 이정구, 안예인, 문슬아, 손민아, 손예슬, 박종찬 등 배우와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성병숙과 서송희, 박준규와 박종찬의 관계다. 이들은 각각 모녀(母女), 부자(父子) 사이다.
성병숙은 “박준규 씨와 아들 박종찬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걸 보니 참 좋아보였다. 나도 딸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게 좋고 재밌다”면서 “딸과 수시로 보니까 누구랑 어울리는지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서송희는 “엄마와 함께 연극 무대에서 호흡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3년 째 남자친구가 없는데 아무래도 엄마랑 같이 다녀서 그런 것 같다. 가끔은 직장 상사 같을 때도 있다”고 푸념했다.
박준규의 아들 박종찬은 “아버지가 배우라는 직업이 얼마나 좋은지 항상 이야기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꾸고 자랐다. 사실 아빠와 무대에 서는 건 굉장히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제가 잘못하면 아버지도 욕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집에서 항상 대사를 맞춰보고 같이 출퇴근 하는 건 정말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박준규는 뜻밖에 아들의 덕을 봤다. 그는 “대사량이 좀 많다. 집에서 밥을 먹다가 아들에게 ‘너 왜 밥을 흘리냐’고 했더니 아들이 ‘아빠는 대사나 좀 외우세요’라고 하더라. 그 이후로 열심히 외워서 이제 틀리지 않고 잘 하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공연은 10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유극장.